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경기 둔화 직격탄] 부동산·외식업 대출 연체율 상승, 코로나 전보다 악화

글로벌이코노믹

[경기 둔화 직격탄] 부동산·외식업 대출 연체율 상승, 코로나 전보다 악화

비은행·중소기업 중심으로 연체율 상승세 지속
고금리·고환율 장기화에 취약 업종 부실 부담 누적
서울 명동 거리의 한 점포가 텅 비어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명동 거리의 한 점포가 텅 비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기업대출 연체율이 비은행권과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지속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환율과 경기 둔화 등 거시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건설업과 숙박·음식업, 부동산업 등 취약 업종을 중심으로 부실이 누적되면서 금융권의 건전성 관리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24일 KDB미래전략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최근 기업대출 연체율 및 부실채권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국내 기업대출 연체율은 2.72%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2.29%) 대비 0.43%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말(0.78%)과 비교하면 약 3.5배 수준이다. 기업대출 연체율이 단기간 내 빠르게 상승하며 구조적 부담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권별로 보면 은행권과 비은행권 간 격차가 뚜렷하다. 은행권 기업대출 연체율은 올해 6월 기준 0.60%로 지난해 말(0.50%) 대비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반면 비은행권 기업대출 연체율은 올해 3월 기준 7.11%로, 지난해 말(5.97%)보다 1.14%포인트 급등했다. 비은행권 연체율은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 수배 수준으로 확대된 상태다.

기업 규모별로는 중소기업의 취약성이 두드러졌다. 대기업 기업대출 연체율은 코로나 이전 수준을 하회하거나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중소기업 연체율은 올해 6월 기준 3.24%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 이전 대비 약 3배 수준으로, 기업대출 부실이 중소기업 부문에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부실채권 지표 역시 중소기업과 특정 업종에서 부담이 커지고 있다. 올해 6월 기준 은행권 중소기업 부실채권비율은 0.65%로, 코로나 이후 최저치였던 2022년 9월(0.33%) 대비 크게 상승했다. 대기업 부실채권비율도 0.22%로 낮은 수준은 아니지만, 상승 폭과 속도는 중소기업이 상대적으로 가파르다.

업종별로는 건설업 부실 부담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건설업 부실채권비율은 1.46%로 집계됐다. 여기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연체율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전 금융권 기준 부동산 PF 연체율은 2022년 말 1.19%에서 2023년 말 2.70%, 2024년 말 3.42%로 높아진 데 이어 올해 6월에는 4.39%까지 상승했다.

비제조업 전반에서도 부실 신호가 확대되고 있다. 숙박·음식업 부실채권비율은 지난해 말 0.42%에서 올해 6월 0.64%로 상승했고, 도소매업은 같은 기간 0.43%에서 0.56%로 높아졌다. 부동산업 역시 0.48%에서 0.61%로 상승하는 등 내수 의존도가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건전성 지표가 악화되는 흐름이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러한 업종별 부실 확대가 단기적인 경기 변동에 그치기보다는, 고금리·고환율 환경이 장기화되는 과정에서 누적된 상환 부담이 본격적으로 드러난 결과라고 분석했다. 특히 영업활동으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 비중이 부동산업과 숙박·음식업을 중심으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어, 향후 경기 회복이 지연될 경우 기업대출 부실이 추가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기은 KDB미래전략연구소 미래전략개발부 선임연구원 “비은행권과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기업대출 연체율과 부실채권비율이 코로나 이전 수준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며 “고환율과 내수 부진, 부동산 시장 침체가 맞물린 상황에서 건설업과 숙박·음식업, 부동산업 등 비제조업 대출자산에 대한 선제적이고 체계적인 건전성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