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삼성전자·SK하이닉스 예금 빠질까 채권 찍은 은행들…연말 은행채 49조 만기

글로벌이코노믹

삼성전자·SK하이닉스 예금 빠질까 채권 찍은 은행들…연말 은행채 49조 만기

대기업 예금 재예치 불확실성에 은행채·CD로 선제 자금 확보
단기물 비중 늘어 차환 부담…추가 발행 규모·투자 수요 관건
은행들이 대기업 인출에 대비해 은행채 발행을 늘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5일 서울 시내에 설치된 여러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은행들이 대기업 인출에 대비해 은행채 발행을 늘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5일 서울 시내에 설치된 여러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정기예금 만기 대비 채권 발행을 늘렸던 은행들이 연말에는 기존 은행채 상환 대응에 나서고 있다. 11~12월 만기가 돌아오는 은행채는 약 49조5000억 원에 달한다. 예금 인출에 대비한 선제 조달에 차환 수요까지 겹치면서 은행들의 추가 발행 규모와 채권시장의 소화 여력이 연말 자금조달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8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9월 회사채 발행액은 28조1725억 원으로 전월보다 77.5% 증가했다. 이 가운데 금융채는 25조7984억 원으로 74.2% 늘었다. 은행채 발행액은 11조5732억 원으로 87.0% 증가했고, 카드사 등이 포함된 기타금융채도 12조6752억 원으로 79.0% 확대됐다. 일반기업의 설비투자 확대보다는 금융회사들의 자금 확보가 전체 발행 증가를 이끈 셈이다.

은행들이 조달을 서두른 이유는 거액 법인예금의 만기가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운용하던 정기예금의 만기가 9월에 집중되면서 은행들은 은행채와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으로 자금을 확보했다. 기업들이 만기 자금을 다시 맡기지 않고 인출할 가능성에 대비한 것이다.

거액 예금의 만기는 은행의 유동성 관리에도 영향을 준다. 향후 30일간 예상되는 순현금유출액에 대비해 현금화하기 쉬운 자산을 얼마나 보유했는지 나타내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금 만기가 몰리는 시기에 앞서 조달 수단을 확보해두면 자금 이동에 대응할 여력을 갖출 수 있다.
앞으로는 기존 채권을 갚기 위한 발행 수요도 남아 있다. 지난달 초 금융투자업계 집계상 은행채 만기도래액은 11월 약 26조5000억 원, 12월 약 23조 원이다. 은행들은 보유 자금으로 상환하거나 새 채권을 발행해 기존 채무를 갚는 차환에 나서야 한다.

발행 만기가 짧아진 점도 살펴볼 대목이다. iM증권에 따르면 올해 1~9월 은행채 발행액 가운데 만기 1년 이하 비중은 54.5%로 지난해 46.6%보다 높아졌다. 단기물 비중이 커지면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다시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만큼 이후 금리와 시장 수급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예금 유입은 추가 채권 발행 부담을 덜어줄 요인이다. 5대 은행의 10월 말 정기예금 잔액은 1030조4880억 원으로 한 달 새 24조4009억 원 늘었다. 은행별 예금 확보 상황과 이미 조달한 자금에 따라 남은 발행 규모도 달라질 수 있다.

연말 수급은 발행 총액뿐 아니라 상환을 제외한 순발행 규모와 투자자 매수세를 함께 봐야 한다. 통상 연말에는 채권형 펀드 등의 자금 유입이 둔화하는 반면 은행채와 공사채 발행 수요가 겹칠 수 있다. 공급이 투자 수요를 웃돌면 조달금리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만기 일정과 예금 흐름을 함께 고려해 자금을 조달할 필요가 있다”며 “시장 상황에 맞춰 발행 시기와 만기를 분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