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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경제보복 정부가 자초, 애먼 기업에만 ‘불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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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경제보복 정부가 자초, 애먼 기업에만 ‘불똥’

2011년 11월 당시 지식경제부 남기만 주력산업정책관(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이 ‘소재부품 미래비전 2020’을 발표하면서 “2020년에는 일본을 앞지를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사진=정수남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2011년 11월 당시 지식경제부 남기만 주력산업정책관(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이 ‘소재부품 미래비전 2020’을 발표하면서 “2020년에는 일본을 앞지를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사진=정수남 기자
“2020년에는 일본을 앞지를 것으로 확신합니다.”

2011년 11월 1일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남기만 주력산업정책관(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의 말이다. 남 정책관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정부의 ‘소재부품 미래비전 2020’을 발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남 정책관은 당시 정부가 2001년 마련한 부품소재특별조치법을 2021년까지 연장해 소재부품 산업을 미래 주력산업으로 육성한다며, 소재부품산업에서 일본을 제치고 2020년 세계 4강 진입을 목표로 한다고도 말했다.

관련 분야에서 극일을 천명한 2020년을 몇 개월 앞두고 있는 2019년 현재 성적표는?
일본과의 교역에서 우리나라의 적자 규모는 2001년 105억 달러(12조3300억 원), 2005년 161억 달러, 2010년 361억 달러로 증가하다, 2015년 195억 달러로 줄었다. 지난해에는 240억8000만 달러로 다시 늘었다. 올해 상반기 적자액은 100억1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128억3000만 달러)보다 22%가 감소했으나, 전체 산업의 무역수지가 195억5000만 달러 흑자인을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대일 무역 적자는 여전히 심각하다.

대일 무역 적자액 중에서 50% 이상이 소재부품에서 발생했다. 지난 8년간 정책의 실효성이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앞으로가 더 문제이다. 중국과 미국의 무역전쟁에 이어 일본의 수출 규제로 올해 하반기 우리 경제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 정부는 강점기 당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을 일본 측에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일본은 4일부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 필요한 폴리이미드, 포토 리지스트(감광액), 고순도 불화수소(에칭 가스) 등에 대한 한국 수출 금지로 대응했다. 소위 경제보복인 셈이다.

메모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경우 삼성, SK, LG 등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절대적이지만, 이들 소재를 수입할 수 없을 경우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 반도체 여파가 자동차 등 여타 산업으로 확산되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가 자동차를 비롯해 스마트폰과 컴퓨터, TV, 의료기기 등 관련 분야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수출 규제가 장기화 될 경우 삼성전자를 비롯해 현대차, SK, LG 등 국내 ‘빅4’ 기업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들 기업의 타격은 고스란히 국내 경기에 반영된다. 우리나라 경제 구조가 수출 중심인데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어서 이다.

이를 감안할 경우 한국은행이 제시한 올해 경제성장률 2.5% 달성이 어려울 전망이다. 주요 경제연구소들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전년보다 0.3%포인트 내린 2.4% 수준으로 앞다퉈 하향 조정하고 있는 이유이다.

2011년 말 발표한 정부의 관련 산업 청사진. 사진=산업통상자원부이미지 확대보기
2011년 말 발표한 정부의 관련 산업 청사진.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지난해 고점을 찍고 올해부터 세계 반도체 업계 시황이 내리막길로 접어들어, 올해 국내 반도체 산업 역시 큰 폭으로 꺽일 가능성이 짙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매출 108조3900억 원, 영업이익 12조7300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가 각각 10%(10조6600억 원), 58.3%(17조7800억 원) 감소했다고 잠정 실적을 공시했다. 같은 기간 현대차 매출은 2조1276억 원으로 5.1%(1139억 원)가 줄었다. 해외시장에서 약세를 보인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이번 일본의 경제 보복과 관련해 또 뒷북치지 정책을 내놓았다. 청와대를 비롯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은 일본의 수출제한을 ‘경제보복’으로 규정하고,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와 함께 소재부품의 수입선 다변화 등을 제시했다.

아울러 대응책으로 일본산 농산물 수입규제 등 다양한 카드를 찾고 있지만, 대부분 실효성이 없어 정부의 고민이 깊어가도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실제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김상조 정책실장은 7일 ‘빅4’ 총수를 만났지만, 양국 정부의 입장만 확인하는데 그쳤다. 10일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30대 그룹 총수를 청와대로 불렀지만, 특단의 대책을 찾지는 못할 것으로 재계는 예상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일본의 수출 규제에 따른 국적 기업과 경제적인 패해는 한일 정치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주요 기업을 포함해 하반기 우리 경제의 침체 가중은 정부정책 탓”이라고 지적했다.

김필수 교수(대림대 자동차 학과)는 이와 관련, “일본의 경제보복은 이제 시작이다. 반도체 장비, 철강 원자재, 자동차 분야까지 다양한 분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며 “WTO 판단은 1년 넘게 걸린다. 현재 우리 정부는 대책이 없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정수남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ere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