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신작연대기(14)] 최효진 안무의 'White Night'
이미지 확대보기현대무용가 최효진(한양대 겸임교수, 한국현대무용협회 상임이사)이 ‘최효진댄스컴퍼니’ 10주년 기획공연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목동 로운아트홀에서 공연된 최효진 안무의 'White Night'(백야)는 예술가들의 예술에 대한 열정을 은유한 현대무용이다. 안무가는 춤에 대한 연구와 염려, 지혜를 짜내느라 지새운 하얀 밤들의 기억을 춤으로 구성한다. 그녀의 안무작들은 타오르는 정열로 응축된 섬세한 움직임과 연(緣)의 소중함이 두드러진다. ‘White Night’는 밤새워 가족을 걱정하는 모성을 짙은 서정성으로 표현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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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최효진은 창단 공연부터 현대무용과 한국 창작무용의 경계를 허문 여성 안무가이다. 최효진의 작품은 스펙트럼이 넓다. 그녀는 일관되게 도덕적 규율을 중시하면서 작품 해석의 자율성을 존중하며 가꾼다. 늘 구름 관객들의 폭발적 반응을 받아온 최효진의 안무작 'White Night'는 1장 ‘데미안’, 2장 ‘오만과 편견’, 3장 ‘에움’에 이르는 3장의 현대무용으로 구성된다. 그녀의 작품은 청소년, 대학생, 대학원생과 일반인으로 구분되는 나이별 성장의 나이테를 보여주면서 자신의 심정을 움직임으로 표현하는 방법론을 예시한다.
기시감(旣視感)을 느끼는 듯한 최효진의 몸짓은 특유의 감수성으로 춤의 물레질을 지속한다. 그녀는 아직도 회화나무의 느긋한 기다림과 화혼을 기다리며 벽오동 심은 뜻을 기린다. 그녀에게 삶의 수레바퀴가 된 춤은 영혼의 숨결을 어루만진다. 그녀는 여름 기운이 다 떨어지기 전에 하나의 무늬가 되고자 했다. 최효진은 해마다 춤의 질료를 서정성 짙은 시, 가요, 문학작품에서 끌어와 무대화시킨 춤 작가이다. 이번에는 고향과 어머니를 살짝 우회하여 발레리노 니콜라이를 떠올리는 'White Night' 분위기로 매혹의 단자(單子)를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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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White Night'는 두드러진 영상 기법과 사운드로 현대무용의 특징을 장착한다. 최효진은 오토바이 음(音)을 수용한 어린이들의 움직임에서 마지막 장면의 비눗방울을 피워 올리는 김태헌·김태윤 어린이 형제를 등장시켜 희망의 상징을 이어간다. 최효진畵에서 어린이는 희망이고 형제는 기꺼이 작품의 낙관이 된다. 강의 서쪽 사람들에게 무거운 주제나 예술을 위한 춤은 참관용일 뿐이다. 최효진의 춤은 우리의 이야기를 이어가면서 가족과 즐길 춤의 시원이다. 놀라운 현상이고 희망의 춤이다.
‘오만과 편견’이 투영된 '지(知)와 사랑', 새로운 세상의 존재를 알리는 ‘데미안’의 여린 영혼을 보살피며, 설익은 판단으로 방황하는 청춘들의 행위를 안쓰러워하는 어미의 마음이 연출된다. 에움길에 이르러 안무가는 직선의 문명이 간과한 정(情)과 곡선의 미학을 되찾고자 한다. 안무가는 그동안 자신의 안무작 마무리에 장미꽃 다발, 공, 풍선, 눈이 내리는 장면을 연출하면서 과잉으로 비치는 퇴행의 욕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냈지만, 오늘날의 관객들은 격하게 열렬하게 환호했다. 그들은 비로소 하나의 무늬를 이루었다.
현대무용과 한국창작무용 춤의 경계 여지없이 파괴
안무가 최효진은 'White Night'에서 발라드로 경쾌하게 꽃잎을 날린다. 그녀는 늘 서로의 화평을 기원하며 일어서기를 원한다. 정은지 작사·작곡의 발라드 ‘하늘 바라기’의 가사는 안무가의 마음을 대변한다. “꽃잎이 내 맘을 흔들고/ 꽃잎이 내 눈을 적시고/ 아름다운 기억 푸른 하늘만 바라본다.//꼬마야 약해지지 마/ 슬픔을 혼자 안고 살지는 마/ 아빠야 어디를 가야/ 당신의 마음처럼 살 수 있을까// 가장 큰 별이 보이는 우리 동네/ 따뜻한 햇살 꽃이 피는 봄에/ 그댈 위로해요. 그댈 사랑해요/ 그대만의 노래로…//”
‘생의 나침반’이 ‘하버드에서 조계사까지’로 연결되었듯, 춤을 통한 사람의 연(緣)은 어려운 과정을 거치지만 고리는 연결된다. 현대무용 'White Night'는 희망으로 가는 밝은 낮과의 연결을 기원하는 안무가 최효진의 의지가 선명하다. 최효진은 이 세상에 태어나 마음을 다스리고 정진하면 ‘진정한 사랑은 느리지만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것을 자신의 미학으로 예증한다. 최효진의 현대무용은 피라미드의 견고한 축성 구조를 닮아 물·불·흙·공기의 4원소를 수용하며 우주의 질서를 따르고 동양 정신을 숭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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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
이미지 확대보기어린이들의 원색의 아름다운 꿈이 스쳐 가면 강렬한 비트 음(音)과 기하학적 배경의 무늬가 청순과 관능을 오간다. 고전적 메소드를 익힌 인원과 기교 면에서 다양한 조합이 이루어진 동작들이 넘실댄다. 장미 다발의 꽃을 따서 뿌리는 청춘은 푸른 계절을 수용한다. 청춘은 아름다워라. 'White Night'는 단(段)이 있는 층계를 사유의 대상으로 삼는다. 인생은 초월하지 않는 한 ‘단’의 연속이다. 열정의 볼륨을 최대한 높인 최효진의 춤은 직설적 화법과 상징으로 몸살이 날 정도의 심도 있는 역동적 춤으로 진정성을 보여주었다.
최효진의 안무작들은 동서양의 슬기로운 조화를 도모하면서 청춘의 발랄함과 건강미를 절제의 공간에 담고 있다. 일상에서 추출하거나 현대를 비유한 형식과 내용이 건강한 그녀의 춤은 무수한 수사적 움직임으로 독무와 군무 모두에서 시각적 묘사가 건강하고 화려하다. 여름의 한가운데를 열며 모차르트의 C장조와 베토벤의 C단조를 구별하지 않아도 최효진의 춤은 낭만적인 움직임으로 현실을 빠르게 스쳐 갈 것이다. 그녀의 춤이 열정의 퇴적층을 이루어 한국무용의 소중한 주춧돌이 되기를 기원한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무용평론가,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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