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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다페 유니버스의 의미적 현대무용 세 편…밀물현대무용단의 뜨거운 움직임이 감지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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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다페 유니버스의 의미적 현대무용 세 편…밀물현대무용단의 뜨거운 움직임이 감지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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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5일(일) 저녁 여덟 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2023년 모다페(2023 International Modern Dance Festival)는 모다페 유니버스(MODAFE UNIVERSE)란 범주 아래 총 33명의 밀물현대무용단 무용수가 출연하였다. 박관정 안무의 「Reboot : 출발점 위에 서다 2.0」, 이해준 안무의 「트라우마 3.0」, 이숙재 안무의 「홀소리 닿소리」로 구성된 세 편의 현대무용이 순서대로 공연되었다.

현대무용가 故 이숙재(李淑在, 1945.01.07.~2022.10.14., 한양대 ERICA캠퍼스 무용예술학과 명예교수)를 기리는 춤이 된 「홀소리 닿소리」는 큰 스승인 ‘한글춤’ 안무가에 대한 제자들의 엄숙한 의식이 되었다. 이숙재 교수는 정년 뒤에도 춤의 자존을 지켜내면서 춤밭을 일구어 왔다. 선생은 한국현대무용협회 회장, 강남댄스페스티벌 추진위원장, 한국무용학회 회장을 역임한 여성 안무가였다.

밀물현대무용단(Rising Tide Dance Theater)은 1984년에 창단되어 300여 편의 레퍼토리를 갖추고 있다. 1991년부터 연작으로 발표되고 있는 한국적 메타포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위해 창작된 한글 연작은 다양한 변주로 해외 진출의 토대를 만들었다. 현대적 상상력과 인접 예술과의 협업을 통한 장르의 확장을 기반으로 현장에서 진정성을 가지고 소통하는 방법을 탐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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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정 안무의 'Reboot 출발점 위에 서다'(MODAFE UNIVER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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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정 안무의 'Reboot 출발점 위에 서다'(MODAFE UNIVER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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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정 안무의 'Reboot 출발점 위에 서다'(MODAFE UNIVERSE)

박관정 안무의 「Reboot : 출발점 위에 서다 2.0」, 세상은 현재까지 종식되지 않는 바이러스로 심각한 중병에 신음하고 있다. 그로 인해 우리의 일상생활과 업무에 많은 변화를 불러오며 기존의 표준이 사라지고 있다. 새로운 표준이 만들어지며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각자의 방향으로 재시작을 준비한다. 안무가는 ‘어떤 시작을 준비하고, 어떻게 나아갈지’를 움직임으로 만든다.

MODAFE Collection #2에 선정된 이 작품은 기존의 형태와 현상이 어느 순간 균형이 깨지면서 예기치 못한 폭발적 변화가 일어나 새로운 형태와 현상이 만들어지는 움직임에 착안한다.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 속 시스템들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 많은 것들이 변화하는 속에서 새로운 발전을 도모하는 자와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는 자의 모습이 담긴다.

박관정은 동아무용콩쿠르 현대무용 일반부 여자 ‘은상’(2014), 코리아국제현대무용콩쿠르 대상·시니어 여자 부분 금상을 받으며 댄서로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후 「대화」로 MODAFE ‘Spark Award’(2015) 수상과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에서 ‘청년예술가상’, 젊은안무자창작공연 「딥러닝」(2020)’으로 ‘심사위원장상’, 대한민국무용 대상,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회장상 수상의 신인 안무가이다.

박관정은 다름의 가치를 인정하고 포용하면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춤으로 재창조 해내는 탁월한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작품구성에 관객과의 소통과 공감에 중심을 두며 무용수와 안무가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우리는 인간의 기본적인 삶과 개인의 삶을 설계할 수 있도록 모두가 존중되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녀는 밀물현대무용단 무용수와 트레이너, 안무가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대표작으로는 <Reboot: 출발점 위에 서다>, <딥러닝(Deep learning)>, <둑>, <대화(talk)> 등이 있다.(출연: 14명, 최정원, 박수빈, 양소영, 김송은, 박현서, 이가영, 장은영, 하원준, 장예성, 김승욱, 오지은, 허유진, 심연우, 박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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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정 안무의 'Reboot 출발점 위에 서다'(MODAFE UNIVERSE)

이해준 안무의 '트라우마3'(MODAFE UNNIVERSE)이미지 확대보기
이해준 안무의 '트라우마3'(MODAFE UNNIVER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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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준 안무의 '트라우마3'(MODAFE UNNIVERSE)


이해준(한양대 ERICA캠퍼스 무용예술학과 교수) 안무의 「트라우마 3.0」은 소외효과와 감정이입이 혼재한 우화적 이미지에 퍼포먼스성을 가미해 외상 증후군을 바라본다. 집단 트라우마와 사건 이후 비가시적 규율 부가와 규율 받음, 그 역(役)의 전복, 사회와 구성원 사이에 내재한 요구와 폭력, 그 어둠 속 인간 존재들의 관계를 구체적 풍경과 극적 구조로 춤과 행위성을 섞어 인상 깊게 보여 준다.

이해준은 정신적 후유증의 다양한 형태를 춤의 디테일에 담고 브레히트의 소외효과를 빌려 관객들을 깨어있게 만든다. 부드러운 음률이 띄우는 날카로운 금속성의 현대적 음향과 블루를 주조로 한 차가운 현대에 얽힌 추억은 반어적 기법이다. 그는 자기 작품에 즐겨 우화적 이미지를 차용하고 퍼포먼스 성을 가미하면서 작위적 요소를 배제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차림 한다.

「트라우마 3.0」의 안무 및 연출은 형이상학적 주제를 다양한 동작으로 소화하며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다. 안무는 빠른 에너지의 흐름, 꽉 짜인 구성, 공간에 적합한 움직임, 창조적 조명, 효율적 소품 활용, 음악을 포함한 사운드의 편집과 활용 가능성을 가시화한다. 빛나는 총체 무용극은 이해준의 춤 방법론으로 실체를 간결하게 구성, 다소 난해한 현상을 용해하기 위한 자신의 방법을 구사한다.

안무가가 보여 준 기하학적 구조 공간에 적합한 움직임, 정신세계의 오묘함을 부각시키는 창조적 조명, 몸이 소품이 된 효율적 공간 배치, 트라우마를 진화시킨 적합한 사운드, 춤의 화면구성은 트라우마의 종결 편이 새로운 ‘트라우마’류의 작품 생산과 그 가시적 의미를 부여한 것이어서 활용 가능성이 주목된다. 인접 장르와의 협업을 즐겨 해온 이해준이 정제품은 현대무용의 의미 있는 성취였다.

안무가의 심리적 ‘백지상태’ 구성은 구상에서 추상적 상상으로 향방을 선회하는 시각적 자극을 통해 관객이 자신의 창조적 능력으로 공연을 이해하도록 만든다. 시선의 대상으로 춤꾼들의 몸을 프레임으로 삼아 들추어내고 신비감으로 포장하는 과정을 통해 안무가가 춤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상징적 담론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그 가운데 상상된 실체로서의 춤의 개성과 존재감이 돌출된다.

『트라우마 3.0』은 뒤로 물러서서 느긋하게 상황을 관조하는 작품이다. 춤의 핵심인 세 가지 주제, 기교, 구성에 있어서 이 작품은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주제인 ‘상흔’에 관한 기억으로 적절하였고, 춤 솜씨는 깔끔하였으며, 구성은 이미지상으로 간결했다.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룬 작품은. 자신의 주장을 구체화하면서 안무가가 세상의 모든 고통을 껴안고 부대끼는 것도 수행의 일부이다.

이해준의 주요 안무작은 <마부 요나의 꿈> <무연탄> <낙타야 너는 사막에 갇혔다.> <to Run> <인텔리겐치아> <의식>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 <바오밥 나무가 있는 풍경> <평균율> <푸른 말들에 관한 기억> <나비효과> 등이 있다. 그는 이해준 & 밀물현대무용단 대표로서 근원적 예술인 무용과 인접 예술과의 소통을 통해 춤의 현장에서 진정성을 가지고 활동하는 깨어있는 시대의 작가이다.

이해준은 제23회 동아무용콩쿠르 일반부 금상, 한국현대무용협회 신인상(1995), 한국문예진흥원 신진예술가로 선정(2000)되었고,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문화관광부, 2001), 사이타마국제안무대회 ‘위너스 프라이즈 상’(일본, 2003), 최우수 안무가상(밀물현대무용단, 2004), 문화관광부 장관 표창(2005), 최고무용가상 수상(한국현대무용진흥회, 2006), 최우수 학술상 수상(한국무용학회, 2007), PAFS EYE 베스트레퍼토리상(2008)과 최우수 안무가상(2009), 한국문화예술상(밀물무용예술원, 2009)을 수상했다.(출연: 11명, 최은지, 박관정, 이화선, 이현진, 오신영, 김혜미, 윤희섭, 최정원, 이상엽, 조환희, 전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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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준 안무의 '트라우마3'(MODAFE UNNIVER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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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준 안무의 '트라우마3'(MODAFE UNNIVERSE)

이숙재 안무의 '홀소리 닿소리'(MODAFE UMIVERSE)이미지 확대보기
이숙재 안무의 '홀소리 닿소리'(MODAFE UMIVERSE)


故 이숙재 안무의 「홀소리 닿소리」는 홀로 나는 소리인 모음과 닿아서 나는 소리인 자음을 의미하며, ‘한글 사랑’을 표현하는 한글 춤이다. 선정을 폈던 세종의 뛰어난 인품에 초점을 맞추어 훈민정음이 탄생하게 된 동기와 과정, 표음문자인 훈민정음의 조화 등을 통해 우리 글의 우수성을 나타낸다. 홀소리 닿소리는 불가분의 관계인 음양, 천지, 남녀 사이 같은 근본 철학을 담고 있다.

훈민정음의 창제 과정 등에는 마임과 극적인 상황 암시로 사실성을 보인다. 문자의 변화와 훈민정음의 속성 등에는 무대 효과를 동원하여 상징성을 조화시킨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말과 글이 전파되고 소멸하는 모습 등에서 우리는 인간사회의 한 단면과 역사의식을 감지할 수 있다. 이것을 이용하여 조형미가 뛰어난 무대를 펼친다.

우리 글, 우리 문화의 자긍심을 느끼게 하는 한글춤 창안은 세종의 고뇌에 버금가는 획기적인 사건으로 기록된다. 1991년 이후 ‘한글 ’연작 시리즈는 『한솔이어라』(1992), 『신(新)용비어천가』(1993), 『한글기행』(1994), 『한글누리』(1995), 『뿌리깊은나무』(1996), 『세종은 오늘도 잠들지 않는다』(1997), 『한글 그 가상공간속으로』(1998), 『한글 새천년의 꿈』(1999)을 끝으로 20세기를 마감한다.

21세기 들어 『한글춤 2000』(2000), 『한글춤 새년천 꿈의 날개』(2001), 『춤추는 한글』(2002), 『한글아 놀자』(2003), 『세종은 잠들지 않는다』(2004), 『말과 글이 춤추는 한글 대탐험- 훈민정음』(2005), 『한글 25시』(2006), 『사맛디』(2007), 『한글춤 2350』(2008), 『훈민정음 보물찾기』(2009), 『말, 글 그리고 이야기』(2010), 『한글 춤으로 노래하다』(2011), 『뿌리깊은나무』(2012)로 이어진다.

후학들은 실험적, 타 장르와의 크로스오버, 정통 ‘한글춤’과의 다름과 같음을 견줄 수 있는 작품들이다. 한글공연을 비롯한 창작춤들은 ‘한글’춤의 진화에 지대하게 이바지했다. 이숙재의 작업은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초현대적 감각의 감동적 동작들이 숨 가쁘게 이어지는’ 춤의 연속이다. 그녀의 춤은 종합적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춤의 이미지화에 주력한다.

이숙재 하면 떠오르는 것은 역시 ‘한글’ 춤이다. 창작 양식의 유사성은 해마다 ‘한글 춤’을 즐기는 이들에게 다시 보게끔 만드는 대하드라마와 같은 오락성과 중독성을 띠고 있다. 한글 상품의 문화상품으로서 우수성과 외국으로부터 받은 찬사는 ‘한글 춤 전용관’의 탄생을 가늠케 한다. 한글 춤의 새로운 도약은 지속적 연구에서 올 것임이 분명하다.

이숙재, 무용의 모든 영역에서 창조적 선구자 역할을 해왔고, 지구촌 사람들에게 ‘한글’ 춤의 매력을 기호학적, 춤 공학적 차원의 연구 대상으로 삼게 했다. ‘한글’ 춤을 인류학적 관심의 대상으로 끌어올린 안무가, 그녀의 춤, ‘한글 스타일 춤’은 이미 대하 춤의 전형이 된 지 오래다. 그녀의 춤은 다양하게 격을 달리하며 승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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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숙재 안무의 '홀소리 닿소리'(MODAFE UMIVER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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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숙재 안무의 '홀소리 닿소리'(MODAFE UMIVERSE)


이숙재 선생은 이화여대에서 발레를 전공하고 동 대학원, 뉴욕대 대학원 무용과를 거쳐 건국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제13회 대한민국무용제에서(1991년 10월)에서 『홀소리 닿소리』(문예회관 대극장)를 시작으로 ‘한글’ 공연만 2012년 9월까지 국내외 105회를 기록했다. 세종의 한글 창제 정신을 국내외에 알린 41개 한글 춤 버전의 작품이 있다.

이숙재 선생은 1991년 한국예술평론가협회로부터 최우수예술가상을 수상한 이래, 그녀의 다양한 안무작들은 헤아릴 수 없는 단체의 무수한 상을 받았다.(출연: 19명, 최은지, 박관정, 이화선, 이현진, 오신영, 김혜미, 최영현, 김현아, 이지원, 서예진, 장은영, 하원준, 박성현, 박승혜, 이예지, 김승욱, 허유진, 정유경, 위예울)

2023년 모다페 유니버스에 초청된 현대무용 세 편은 상선약수를 떠올리는 유쾌한 작품이었다. 이미 익히 알던 제목의 공연이었지만, 등장 인물과 무대가 다르고 움직임이 다르다면 춤은 낯설게 보일 수 밖에 없다. 후학들이 스승의 안무력을 앞서고, 움직임에서 일취월장하여 관객들을 놀라게 한다면, 이어받은 춤은 대성공을 한 작품이 된다. 앞으로도 이숙재 선생의 유지를 잘 받들었으면 좋겠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사진=한필름 촬영, 모다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