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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 이익되더라도 도리가 아니면 행하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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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 이익되더라도 도리가 아니면 행하지 말아야"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276)] 견리망의(見利忘義) 사회 유감

올해 우리 사회는 이로움을 보느라 의로움을 잊은 '견리망의'의 한해였다. 특히 국회를 중심한 정치인들이 사리사욕을 추구하는 모습이 우리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올해 우리 사회는 이로움을 보느라 의로움을 잊은 '견리망의'의 한해였다. 특히 국회를 중심한 정치인들이 사리사욕을 추구하는 모습이 우리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2001년부터 교수신문에서는 연말 기획으로 그해를 상징하는 사자성어(四字成語)를 발표하고 있다. 이 사자성어는 해당 연도에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사건과 그 사건에 대한 세간의 입장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는 평을 받고 있다. 각 해당 연도를 상징하는 사자성어는 주관 매체인 교수신문의 필진, 주요 일간지 칼럼 필진, 주요 학회장, 전국대학교수협의회장 등 전국의 대학교 교수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사자성어를 채택한다. 즉 우리나라의 대표적 지식인 집단이 본 한 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교수신문은 10일 전국 대학교수 131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견리망의(見利忘義)'가 30.1%의 표를 얻어 2023년 '올해의 사자성어'에 선정됐다고 밝혔다. 뜻을 풀어보면 "이로움을 보느라(見利) 의로움을 잊었다(忘義)"이다. 참고로 "도둑이 도리어 매를 든다"는 뜻의 '적반하장(賊反荷杖)'은 25.5%의 지지율로 2위를 차지했다. 3위는 "피리를 불 줄도 모르면서 함부로 피리 부는 악사 틈에 끼어 인원수를 채운다"는 뜻으로 실력 없는 사람이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비유하는 '남우충수(濫竽充數)'가 차지했다.
이 사자성어의 뜻을 조금 더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 그 원본(原本)이라고 볼 수 있는 '견리사의(見利思義)'를 먼저 살펴보면 좋을 것이다. 이 구절은 『논어(論語)』의 헌문편(憲問篇)에 나오는데, '이익을 보면(見利) 의로움을 생각한다(思義)'는 뜻이다. 제자 자로(子路)가 성인(成人)이 누구인지를 묻자 공자는 "이를 보고 의를 생각하며(見利思義), 위태로움을 보고 목숨을 바치며(見危授命), 평소의 말을 잊지 않으면(不忘平生之言) 성인"이라고 대답했다. 즉 '견리사의'는 공자가 내린 '성인(成人)'의 정의(定義)의 일부분이다. 성인 즉 군자(君子)는 이익을 보면 먼저 의로움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견리망의'는 바로 '견리사의'라는 공자의 말씀에 빗대어 세태를 비틀어 표현한 것이다. '견리사의'해야 성인이 되는데, 작금의 세태는 오히려 '견리망의' 한다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현재 우리 사회는 성인이 아니라 아직 성인이 못 된 미성인(未成人)의 상태라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자기 잘못 부끄러워하고 이익 보면 먼저 '義' 생각해야


조선의 거유(巨儒) 이황이 설파한 인생관이 소위 '사단칠정론(四端七情論)'이다. 그중 사단은 맹자가 주창한 실천도덕의 근간으로 삼은 측은지심(惻隱之心), 수오지심(羞惡之心), 사양지심(辭讓之心), 시비지심(是非之心)을 말한다. 이 중 옳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착하지 못함을 미워하는 마음인 '수오지심'은 의(義)의 시작(羞惡之心義之端也)이다. 즉 의로움은 수오지심으로부터 비롯된다. 그래서 맹자는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無羞惡之心非人也)"라고 극언하기까지 했다.

의(義)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으로서 지키고 행해야 할 바른 도리"이다. '사의'는 정리하면 사람으로서 지키고 행할 바른 도리를 생각하는 것이다. '견리사의'는 비록 나에게 이익이 되더라도 사람으로서 취할 바른 도리가 아니면 하지 말라는 충고의 의미다. 그렇다면 '견리망의'는 결국 무슨 뜻인가? 비록 자신에게 이익이 되더라도 사람으로서 바른 도리가 아니면 행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것이 어른으로서 바른 몸가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우리 사회는 사람이 행할 바른 도리가 아니더라도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대로 행동하며 사는 사람이 많다는 호된 꾸지람을 나타낸다. 사람의 도리를 행하지 않으면서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맹자도 이미 언급했듯이 그리하지 못하면 그런 사람은 사람이 아니라고 비난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말에도 사람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욕할 때 동물을 비유해서 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예를 들면 '개××' 또는 '돼지××'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성인(成人)은 한 마디로 어른을 의미한다. 성인, 즉 어른은 수오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즉, 어린이는 수오지심이 아직 제대로 발달하지 못한 존재다. 어린이는 물론 태어날 때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수오지심을 느끼지 못한다. 기독교의 성경 『구약(舊約)』의 '창세기(創世記)'에는 인류의 조상인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따 먹기 전에는 벌거벗고 있어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선악과를 따 먹고 "눈이 밝아져" 벌거벗고 있는 것이 부끄러워 나무 밑으로 숨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즉 선과 악을 구별하는 분별이 생기기 전에는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도리 행하지 않으면서도 부끄러워하지도 않는 '안타까운 현실'

심리학에서는 일반적으로 어린이는 태어날 때는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지크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의 성격이론에 따르면, 우리의 마음은 본능적 욕구(Id), 자아(ego) 및 초자아(super-ego)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수오지심이 생기기 위해서는 초자아(超自我)가 발달해야 한다. 초자아는 개인이 성장하는 동안 부모에게 영향을 받은 전통적 가치관, 사회 규범과 이상 그리고 도덕과 양심이 자리 잡고 있는 부분이다. 초자아는 현실보다는 이상을 그리고 쾌락보다는 완벽을 추구하는데, 도덕이나 가치에 위배되는 본능적 욕구를 억제하고 자아가 현실적인 목표 대신에 도덕적이고 이상적인 목표를 추구하도록 만든다. 도덕원리 혹은 당위원리에 따르며, 무엇이 옳고 그른지, 또 어떤 것을 해야 하고 어떤 것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등을 판단한다.

초자아는 양심과 자아이상(ego-ideal, 自我理想)이라는 두 가지 하위체계를 가지고 있다. 양심은 잘못된 행동에 대해 처벌이나 비난을 받는 경험에서 생기는 죄책감이며, 본능적인 욕구를 억제하고 충동이 바람직한 형태로 표출되도록 유도하는 기능을 갖는다. 양심의 판단에 따라 잘못된 행동을 했을 경우 부끄러움을 느끼게 된다. 자아이상은 옳은 행동에 대해 긍정적인 보상을 받는 경험으로 형성되는데, 바람직한 행동 규범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자아이상에 따라 바람직한 행동을 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그러지 못할 때에는 수치심과 미운 감정을 느끼게 된다.

프로이트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Oedipus complex)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초자아가 형성된다고 보았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3~5세의 어린이가 동성 부모를 미워하고 이성 부모를 사랑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남아의 경우 어머니를 사랑하게 되면서 아버지에 대한 살해 욕구와 그에 따른 거세불안이 유발되는데, 그 결과 남아는 이성(異性)의 부모에 대한 근친상간적 소망을 포기하고 동성의 부모인 아버지와 동일시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남아는 아버지의 도덕적 가치관을 수용하여 초자아를 형성해 나간다. 여아는 아버지를 사랑하고 어머니를 미워하게 된다. 그 결과 거세 콤플렉스를 느끼며 어머니와 동일시하면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해결한다. 그 결과 초자아가 형성된다. 만약 초자아의 발달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의식이 부족한 상태로 성장하게 된다. 따라서 초자아가 건강하게 형성되지 못한 개인은 비양심적이고 반사회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다시 말하면, '견리사의'를 하기보다 '견리망의'를 할 확률이 높아진다.

전세사기•교권침해 등 문제 '나만 잘살면 된다'는 생각 원인


교수신문에 따르면, '견리망의'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추천한 김병기 전북대 중어중문학과 명예교수는 "지금 우리 사회는 이런 견리망의의 현상이 난무해 나라 전체가 마치 각자도생의 싸움판이 된 것 같다"며 "정치란 본래 국민들을 '바르게(政=正) 다스려 이끈다'는 뜻인데 오늘 우리나라의 정치인은 바르게 이끌기보다 자신이 속한 편의 이익을 더 생각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분양사기나 전세사기, 보이스피싱, 교권침해 같은 각종 사회문제의 원인도 견리망의에 있다고 설명했다. "나만 잘살면 된다는 생각이 정당화되다시피 해 씁쓸한 사기 사건도 많이 일어났다"며 "아이들에게 당장 눈앞의 점수나 이익을 위해 사람의 도리를 뒤로하라고 가르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리적으로 성숙한 사람과 미성숙한 사람을 가르는 일차적인 기준은 '이기(利己)' 중심적인지, '이타(利他)' 중심적인지를 보는 것이다. 이기적인 사람은 자신만의 이익을 중시하고 다른 사람이나 사회의 이익은 고려하지 않는다. 대조적으로 이타적인 사람은 자신보다 남과 사회의 이익을 자신보다 우선한다. 며칠 있으면 다사다난했던 2023년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2024년 갑진년(甲辰年) '용의 해'가 시작된다. 개인적으로도 좋은 계획을 세우고 성취하는 보람 있는 한 해가 되기를 바라지만, 동시에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총선(總選) 등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하는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 모두 '견리사의'의 태도로 보람 있는 2024년을 보내기를 기원한다. 멀리 보면 한 사람 한 사람이 '견리사의'의 자세로 살아가는 것이 모두 잘사는 길이다. 사리사욕(私利私慾)을 채우기 위해 '견리망의'하는 사회는 결국 '이전투구(泥田鬪狗)'하는 사회가 된다.

한성열 고려대 명예교수
한성열 고려대 명예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 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심리학자의 마음을 빌려드립니다' '문화심리학' '신명의 심리학'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 '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한성열 고려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