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택 교수, 한국 유아교육의 혁명적 전환의 기록

저널리스트의 치밀한 현장 취재와 풍부한 자료, 생태유아교육의 철학과 실천이 유기적으로 녹아든 이 책은 한 인물의 여정을 통해 대한민국 유아교육사의 새로운 길을 비춘다.
이 책은 생태유아교육 학자이자 실천가인 임재택 교수의 삶과 사상을 깊이 있게 조명한 평전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개된 편년체 형식으로 그의 인생과 학문적 여정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임재택 교수는 우리나라 유아교육의 제도 개혁과 내용 개혁의 길을 묵묵히 걸어온 교육학자이자 생태유아교육 운동의 선구자다. 그는 한국 유아교육이 제도는 일제, 내용은 미제에 의존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품었다. 오랜 탐구 끝에 이에 대한 대안으로 생태유아교육을 창시했다.
내용 개혁의 측면에서는 그가 책임연구를 맡아 집필한 ‘자연과 아이다움을 살리는 생태놀이’가 2019년 개정 누리과정의 공식 놀이운영사례집으로 채택되는 결실을 맺었으며, 이를 계기로 전통 육아법에 기반한 생태유아교육이 부산 해운대구를 시작으로 세종시, 서울시 등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저자인 조송현 인저리타임 대표는 신년기획 인물탐구 시리즈를 통해 임재택 명예교수를 ‘한국 유아교육의 코페르니쿠스’로 주목하게 됐다. 임재택 교수의 학문과 삶을 기록해야겠다는 사명감에서 평전 집필을 결심했다.
조송현 대표는 “물리학도로서 내가 임재택 교수의 궤적에서 코페르니쿠스를 떠올린 이유는 분명하다. 코페르니쿠스가 우주관에 혁명적 전환을 가져온 것처럼, 임 교수는 유아교육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꾼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실내·수업·교사 중심의 기존 유아교육을 자연·놀이·아이 중심의 생태유아교육으로 혁신했다”고 밝혔다.
저자는 ‘유아교육의 코페르니쿠스’라 불리는 임재택 교수가 생태유아교육을 창안하게 된 문제의식, 그리고 한국 유아교육 혁명의 불씨와 원동력이 무엇인지 집요하게 탐색했다. 그 여정은 그의 삶과 학문 전체의 궤적을 탐사하는 장정과도 같았다는 설명이다.
저자가 궁극적으로 찾아낸 한국 유아교육 혁명의 뿌리는 바로 아이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된 평등사상과 생명사상이었다. 임재택 교수의 제도 개혁 운동은 모든 아이가 국가의 보살핌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평등의 신념에서 비롯됐다. 그는 부유층 자녀뿐 아니라 모든 아동이 보호받고 교육받아야 한다는 확신으로 유보통합운동 등 제도개혁을 위해 평생 치열하게 헌신해왔다.
개혁의 밑바탕에는 서양 중심 교육이 한국 아이들의 몸·마음·영혼의 조화로운 성장에 맞지 않다는 문제의식이 자리했다. 그는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교실에 갇혀 자란 아이들에게 나타난 아토피 현상에 주목하며, 이를 한국 유아교육의 구조적 문제를 경고하는 신호로 해석했다. 임 교수는 인위적이고 계획적인 교육을 넘어, 자연 속에서 토종닭처럼 뛰놀며 자란 자신의 경험과 전통 육아법에서 그 대안을 찾았다.
서양과 전통의 교육 방식 차이를 넘어 ‘아이를 어떤 존재로 보느냐’는 근본적 철학에 주목한 것도 특징적이다. 우리 조상들의 눈에 아이는 ‘자연과 더불어 사는 존재’이자 한울님으로 여겨졌고, 이는 생명에 대한 존중과 조화라는 생명사상으로 이어진다.
임재택 교수는 자연의 섭리와 인간의 도리, 선조의 육아 지혜를 외면한 인위적인 유아교육이 아이들의 삶과 발달에 도움이 될 수 없다고 확신하게 됐고, 생명유아교육, 생태유아교육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마침내 그는 ‘아이행복 세상’을 향한 학문적 혁명의 길에 몸을 던졌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그가 탐사한 임재택 교수에 대해 “그의 삶과 학문을 탐사하는 여정에서 한국 유아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꾼 혁신적 학자이자, 집념과 열정의 운동가를 만났다. 아울러 아이에 대한 한없는 사랑으로 ‘아이행복 세상’을 위해 헌신하는 지행합일의 실천적 지성인을 만났다”고 전했다.
저자 조송현 대표는 현상 이면의 진실을 추구하는 물리학도이자 저널리스트다. 상대성이론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뒤 유학을 준비하다 돌연 국제신문사에 입사해 26년간 근무했다. 경제부장 사회부장 정치부장 뉴미디어국장을 거쳐 논설위원을 끝으로 정년퇴임한 뒤 인터넷신문 인저리타임을 창간해 운영 중이다.
2015년 동아대에서 국제학(글로벌커뮤니케이션 전공) 박사학위를 받고 국제전문대학원에서 7년간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저서로는 과학교양서 ‘우주관 오디세이’(부산과학기술협의회, 2013), ‘4차 산업혁명 시대 과학과 인문학의 대화’(공저, 부산과학기술협의회, 2017), ‘재송마을 이야기’(공저, 부산연구원, 2019) 등이 있다.
강세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emin382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