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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대전망] 2026년 건설 및 엔지니어링산업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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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대전망] 2026년 건설 및 엔지니어링산업 전망

이상호 유창E&C 부회장
엔지니어링 중심의 건설산업 구조 전환을 위해서는 시공 중심으로 짜인 국내 건설 관련 법·제도의 글로벌화가 가장 시급하다. 사진은 겨울철을 대비해 안전 점검에 나선 현대건설 현장.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엔지니어링 중심의 건설산업 구조 전환을 위해서는 시공 중심으로 짜인 국내 건설 관련 법·제도의 글로벌화가 가장 시급하다. 사진은 겨울철을 대비해 안전 점검에 나선 현대건설 현장. 사진=연합뉴스
건설 시장은 심각한 위축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해마다 국내총생산(GDP)의 13~14%를 차지해온 건설투자는 2021년부터 2024년까지 4년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2025년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 따르면(2025.08.12.) 2025년 건설투자는 당초 전망(-3.3%)보다 훨씬 더 큰 폭의 감소세(-8.1%)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처럼 5년 연속으로 건설투자가 감소하게 되면 건설기업의 부도와 폐업 증가, 고용 감소, 지역 일자리 축소, 지역경제의 양극화 심화와 인프라 격차 확대는 물론이거니와 내수 경기 위축을 비롯해 경제와 사회 전반에 걸쳐 심대한 구조적 파급효과를 초래하게 된다.

2026년에는 건설경기가 다소 회복될 전망이다. 내수 경기 회복과 지방선거 대비를 위해 정부가 재정투자를 확대해서 SOC사업을 늘릴 것이고, 주택공급 확대도 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KDI에서도 2026년 건설투자는 2.6%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대선공약에 포함된 ‘국가균형발전 및 SOC 발주 확대’와 관련해서는 행정수도 ‘세종’ 완성,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추진, 지방권 광역급행철도역 고밀 개발, 철도 지하화 실현, GTX A·B·C 조기 완공과 D·E·F 단계적 추진, 가덕도 신공항 정상 추진, AI데이터센터 건설 촉진, 지방 고속국도 등 기타 SOC 확충과 같은 과제들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2026년에는 지방 건설투자도 크게 확대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공약에 지방 건설사업이 다수 포함돼 있기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지방선거 때문이다. 이미 이재명 정부는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지방중심 건설투자 보강방안'을 발표했다(2025.08.14.). 기재부·국토부·행안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부진한 지방 부동산 수요를 보완하고, 추경을 포함한 SOC 예산을 신속하게 집행하며, 공공공사 유찰과 지연을 방지하는 동시에 공사비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제도개선을 하겠다는 것이다.
SOC투자 확대와 더불어 이전 정부에서부터 추진돼온 발주자 권한대행사업(PMC: Project Management Consultant)의 민간 주도 시범실시와 엔지니어링 사업 대가 현실화 등이 이뤄진다면, 건설·엔지니어링 시장도 좀 더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과거와 달리 지금은 전체 건설시장에서 차지하는 공공 대 민간의 비중이 3:7 수준이란 사실을 간과하면 안 된다. 이미 전체 건설시장에서 차지하는 민간공사 비중이 압도적이기 때문에 정부의 SOC투자 확대 정도로는 당면한 건설산업의 위기를 해소하기 어렵다.

건설산업의 위기를 가중하고 있는 또 하나의 요인은 줄지 않는 중대재해다. 2022년 1월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지만, 여전히 건설업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2022년부터 2025년 1분기까지 총 사망자 수는 1968명인데, 이 중 건설업 사망자가 991명으로 50.4%를 차지했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대형 건설사 현장에서 중대재해가 잇따르자 대통령이 직접 면허취소를 비롯한 강력한 처벌을 시사했고, 2026년에는 정부 관련 부처마다 건설 현장의 안전 확보를 위한 전방위적인 제도 보완과 제재 강화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오래전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을 중대재해‘예방’법으로 전환하기를 희망해 왔지만, 당분간 그 가능성은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중대재해를 줄이고자 하는 노력은 당연히 강화돼야 하지만, 처벌 중심의 규제 강화가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중대재해처벌법 도입 이후의 성과를 볼 때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건설기업들로서는 정권 초기이기 때문에 전면적인 현장 작업 중단과 위험 사업의 수주 회피 등 극도로 위축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추가 비용은 공사비 상승과 공기 지연 등 생산성 저하를 초래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2026년에는 인구 감소, 건설 인력의 고령화와 숙련공 부족, ESG 강화에 대한 요구 등을 반영해 전통적인 현장 시공을 대신하여 탈현장 시공(OSC: Off Site Construction)이 활성화될 전망이다. OSC는 시설물의 주요 구조체와 내외장재 등을 공장에서 사전 제작한 뒤 현장으로 운반해 시공하는 공법을 말한다.
이미 몇 년 전부터 한국에서도 학교나 군간부 숙소와 같이 인구 감소에 따른 대비가 불가피한 시설물과 LH·GH·SH 같은 공기업의 공공임대주택 등은 OSC를 활용해 건설해 왔다. 하지만 OSC는 법적 기반 부족, 발주 물량 부족, 과도한 규제 등으로 인해 활성화되기 어려웠는데, 조만간 국토교통부에서 'OSC특별법'을 제정할 계획이다. 법률 제정을 계기로 2026년에는 싱가포르 등 선진국과 같이 OSC가 건설산업의 게임 체인저로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건설산업은 시공 중심에서 엔지니어링 중심으로 구조 전환이 시급한 과제다.
엔지니어링 중심의 건설산업 구조 전환을 위해서는 시공 중심으로 짜인 국내 건설 관련 법·제도의 글로벌화가 가장 시급하다. 전 세계 건설시장 규모는 10조 달러를 웃도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튀르키예의 차나칼레 대교, 중동의 가스플랜트나 발전·담수 플랜트, 체코와 루마니아 원자력발전소 등 엔지니어링을 중심으로 한 한국의 해외건설은 반도체·자동차·조선에 이어 대한민국이 전 세계로 진출하는 또 하나의 주요한 K-산업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건설산업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아직은 너무 크다. 건설산업도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첨단산업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건설산업을 여전히 노동집약적 규제 산업으로 만들고 있는 시대착오적인 낡은 법·제도와 규제부터 대거 혁파해야 한다. 2026년에는 이처럼 건설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새로운 정책을 수립해서 집행하기를 기대해 본다.

이상호<유창E&C 부회장, 전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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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유창E&C 부회장


전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전)법무법인 율촌 상임고문, 한미글로벌 사장,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GS건설 전략담당 겸 경영연구소장,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