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오픈AI·구글, 블랙리스트 오른 알리바바·바이두·텐센트 싱가포르 자회사에 AI 모델 제공”
이미지 확대보기오픈AI와 구글이 미국 국방부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 기술 대기업의 해외 자회사에 첨단 인공지능(AI) 모델을 제공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중국의 AI 추격을 늦추겠다며 반도체 수출통제를 강화해왔지만 정작 AI 모델 접근은 제3국 자회사를 통해 가능했던 셈이다.
이는 현행 규정상 불법은 아니지만 미국 정부의 AI 통제망에 허점을 드러낸 사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오픈AI와 구글이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의 싱가포르 소재 자회사에 AI 서비스를 제공해왔다고 10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들 중국 기업은 미국 정부가 중국군과의 연계 의혹을 이유로 국방부 블랙리스트에 올린 기업들이다.
오픈AI는 FT의 보도 이후 지난달 알리바바와 관련된 일부 이용자의 API 접근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API는 개발자가 원격으로 AI 모델에 접속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소프트웨어 인터페이스다.
◇ 반도체는 막고 AI 모델은 열려 있었다
이번 사안은 미국의 대중 AI 견제 전략이 어디까지 작동하는지를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엔비디아 등 첨단 AI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제한해왔다. 강력한 AI 모델을 훈련하는 데 필요한 고성능 칩 접근을 막아 중국의 AI 개발 속도를 늦추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AI 모델 자체에 대한 접근 제한은 반도체만큼 포괄적이지 않았다. 미국 정부는 앤스로픽의 마이토스와 페이블, 오픈AI의 GPT-5.6처럼 개별 고성능 AI 모델에 대한 통제는 추진해왔다. 그러나 중국에 본사를 둔 기업이 해외 자회사를 통해 미국 AI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는 것까지 전면 금지하지는 않았다.
FT는 “이번 사례는 중국의 AI 발전을 늦추려는 미국 정책에 빈틈이 있음을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 오픈AI “중국 내 접근은 허용 안 해”
오픈AI는 자사 모델이 중국에서 접근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 자본이 있거나 중국에 본사를 둔 일부 기업이 안전장치를 집행하고 모델 증류를 감시할 수 있는 국가에서 도구를 이용하는 것은 허용해왔다고 설명했다.
모델 증류는 AI 모델의 출력값을 활용해 경쟁 모델을 개선하거나 훈련하는 방식이다. 미국 AI 기업들은 중국 기업들이 이 방식으로 미국의 첨단 모델 역량을 우회적으로 흡수할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오픈AI는 알리바바 관련 이용자의 접근 차단이 불법 사용 우려와 관련돼 있다고 밝혔다. 관련 활동은 미국 정부에도 보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오픈AI는 민주주의 가치에 의해 형성된 AI를 더 많은 국가와 기업이 쓰는 편이 권위주의 정부가 통제하는 AI보다 낫다는 입장도 밝혔다. 또 국적만으로 접근 여부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 구글 “지역 제한만으로는 부족”
구글도 AI 서비스가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제공되고 있다면서 자사 이용 정책에 따라 모델 증류를 금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구글은 지리적 판매 제한만으로는 증류 위험을 막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인정했다. 정교한 공격자라면 지역 제한을 우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알리바바는 지난달 미국 법원에 국방부가 자신을 1260H 명단에 넣은 것은 자의적인 조치라며 제외해줄 것을 요청했다.
◇ 앤스로픽은 중국 기업 전면 차단
FT에 따르면 오픈AI와 구글의 접근 방식은 앤스로픽과 대비된다.
앤스로픽은 중국 기업과 중국 기업이 소유한 해외 법인까지 자사 고성능 모델 사용을 금지해왔다. 그러나 이 정책도 집행이 쉽지는 않았다. 앤스로픽은 최근 일부 중국 기업이 제한을 우회해 자사 서비스를 이용한 허점을 차단하는 조치를 취했다.
앤스로픽은 이전에도 중국 AI 연구소인 딥시크, 문샷, 미니맥스가 모델 증류를 시도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 지난달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알리바바가 2만5000개의 허위 계정을 이용해 클로드와 2880만건이 넘는 상호작용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앤스로픽은 이를 자사 이용약관 위반이라고 봤다.
◇ AI 수출통제 강화론 재부상
이번 보도를 계기로 미국에서는 AI 모델에도 반도체와 비슷한 수준의 수출통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미국 외교협회의 기술·안보 전문가는 미국 정부가 중국보다 AI에서 앞서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실제로 중국의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수단인 수출통제에는 충분히 나서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에 본사를 둔 기업에는 세계 어디에서든 프런티어 AI 모델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프런티어 AI 모델은 현존 최고 수준의 성능을 가진 최첨단 AI 모델을 뜻한다.
AI 정책과 국가안보법 전문가들도 비슷한 우려를 제기했다. 중국 연구소들이 미국 AI 기업이 부담한 컴퓨팅 비용, 개발 비용, 안전성 검증 비용을 치르지 않고도 첨단 역량을 추출할 수 있다면 미국 프런티어 AI 리더십의 경제적 기반이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오픈AI와 구글의 중국 기업 자회사 대상 서비스 제공은 미국 AI 규제의 새 쟁점을 보여준다. 반도체는 국경과 수출 절차를 통해 통제할 수 있지만 AI 모델은 API와 클라우드, 해외 자회사를 통해 훨씬 쉽게 접근될 수 있다.
미국이 중국의 AI 추격을 견제하려면 칩 수출통제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논쟁도 커질 전망이다. 이번 사안은 AI 경쟁이 기술 개발의 문제가 아니라 모델 접근권, 클라우드 서비스, 해외 법인 규제까지 포괄하는 국가안보 이슈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