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이에 국세청이 칼을 빼 들었다. 대출 규제 밖 현금 부자와 시세차익을 노린 다주택자 등 부동산 탈세 혐의자 127명에 대해 자금 형성 과정을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 대상자들의 주택 취득 규모는 약 3600억 원, 예상되는 탈루 금액만 1700억 원에 이른다.
대기업에 종사하는 30대 A씨 부부는 교육 여건이 우수한 학군지의 고가 아파트를 30여억 원에 대출 없이 전액 자기 자금으로 공동 취득했다. 30대 직장인의 신고 소득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자산가인 A씨의 부친이 이들의 아파트 취득 직전 30여억 원어치의 해외 주식을 매각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의 매각 대금이 자녀의 아파트 취득 자금으로 편법 지원된, 증여세 탈루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금융권 대출이 막히자, 부모를 '은행'처럼 활용하는 꼼수도 진화하고 있다. 30대 초반 사회초년생인 B씨는 강남권 신도시의 20억 원대 아파트를 소액의 담보대출만 끼고 샀다. 모자란 자금 10여억 원은 상가 건물주인 아버지에게서 빌렸다며 차용증을 썼다. 이 차용증은 상환 기한을 '부친 사망 시점'으로 정하고, 이자 역시 그때 일괄 지급하겠다고 명시했다. 상환 능력이 없는 자녀에게 사실상 재산을 무상으로 물려준 '허위 채무'로 보고 엄격한 검증에 착수했다.
이 밖에 본업 소득을 빼돌려 고가 주택에 투자한 사례들도 많다. 유통 과정에서 발생한 현금 매출을 신고 누락하고, 이 자금을 이용해 서울 강북의 가격 급등 지역에서 20억 원대 아파트를 취득하거나, 개인병원을 운영하는 치과의사가 비급여 진료비를 현금 결제로 유도해 수입을 누락하고 부모로부터 자금을 편법 증여받아 서울 강남권의 50여억 원짜리 초고가 아파트를 사들인 예도 있다.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 같은 불법·탈세 행위는 단순히 국가 세수를 좀먹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성실하게 세금을 내면서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청년과 서민들에게 큰 박탈감을 주는 것은 물론, 사회에 뿌리 깊은 갈등을 유발한다. 또한 투기 수요를 부추긴다. 막대한 자금이 비생산적인 부동산 시장에 몰리게 함으로써 국가 경제를 왜곡할 위험도 크다.
국세청은 '탈세는 반드시 적발되어 상응하는 대가를 치른다'는 원칙이 시장에 확고히 자리 잡을 때까지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편법 세금 회피 시도에는 부당 가산세 40% 부과 등 더 무거운 세 부담을 지우겠다고 경고했다. 이번과 같은 세무조사가 일회성 엄포에 그쳐서는 안 된다. 비정상 거래를 바로잡아 부동산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은 단순히 불법과 탈세를 뿌리 뽑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자유시장경제인 대한민국이 정상 작동하도록 하고 열심히 일하는 다수 경제주체들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출발점이다.
박영범 세무사 YB세무컨설팅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