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조선·자동차 산업단지 기후재난 위험 커져
야외근로자 작업 중단·물류 차질 우려…기후위기 대응이 산업 경쟁력으로
야외근로자 작업 중단·물류 차질 우려…기후위기 대응이 산업 경쟁력으로
이미지 확대보기석유화학단지와 자동차 공장, 세계 최대 조선소가 밀집한 울산은 대한민국 산업수도다. 동시에 기상이변의 영향을 가장 먼저 받을 수 있는 산업도시이기도 하다.
기후 전문가들은 앞으로 극한호우 발생 빈도와 강도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산업계 역시 침수 피해뿐 아니라 야외 작업 중단과 물류 차질, 생산 일정 지연 등 새로운 기후 리스크에 직면하고 있다.
가장 먼저 멈추는 것은 야외 작업
극한호우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곳은 야외 작업 현장이다.
HD현대중공업의 선박 건조 현장과 항만 하역시설, 플랜트 건설 현장 등은 상당수 작업이 야외에서 이뤄진다. 집중호우와 강풍, 낙뢰가 동반될 경우 근로자 안전 확보를 위해 작업 중단이 불가피하다.
특히 울산은 조선·플랜트·건설 분야 야외 근로자 비중이 높은 지역이다. 갑작스러운 폭우는 생산 차질뿐 아니라 안전사고 위험도 높인다.
실제 산업현장에서는 강풍과 폭우 예보가 내려질 경우 크레인 작업과 고소 작업, 대형 구조물 이동 작업 등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극한호우 빈도가 높아지면서 공정 지연과 생산성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완성차업계 한 관계자는 "집중호우 당시 정전으로 생산라인이 수 시간 동안 멈춘 사례가 있었다"며 "자재 운반 역시 평소보다 우회 동선을 이용해야 하는 경우가 있어 공정 효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에는 야외 이동 동선을 이용하면 자재를 더 빠르게 이송할 수 있지만 폭우가 내리면 실내 통로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이동 시간이 늘어난다"며 "산업현장에서 기상이변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생산성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산단 침수보다 무서운 생산 차질
전문가들은 산업단지 침수 자체보다 생산 차질과 공급망 교란을 더 큰 위험으로 꼽는다.
울산 석유화학단지는 국내 최대 규모의 화학산업 집적지다. 화학공장은 24시간 연속 공정으로 운영되는 특성이 있어 정전이나 주요 설비 이상이 발생할 경우 정상화까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수 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역시 하루 수천 대 규모의 차량을 생산한다. 부품 공급이나 물류 흐름에 문제가 발생하면 생산 일정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조선업계도 사정은 비슷하다. 대형 블록 이동과 안벽 작업, 선박 진수 일정은 기상 상황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기상이변이 잦아질수록 납기 관리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생산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협력업체와 물류 일정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지 확대보기온산공단 덮친 폭우, 산업도시의 경고음
기후위기에 따른 산업 리스크는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2024년 여름에는 울주군 온산공단 일대에 142㎜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도로가 침수되고 출근 차량 15대가 물에 잠기는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온산공단 일대 도로에는 순식간에 빗물이 차올랐고 출근 중이던 차량 11대와 주차 차량 4대가 침수됐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국가산업단지와 주요 물류망이 집중호우에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로 남았다.
기후 전문가들은 이 같은 국지성 집중호우가 앞으로 더욱 빈번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과거 산업계가 우려했던 재난은 태풍과 화재, 폭발사고가 중심이었다. 최근에는 짧은 시간에 집중되는 극한호우가 새로운 산업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울산항 멈추면 수출입도 흔들린다
극한호우의 영향은 생산현장에만 머물지 않는다.
울산항과 온산항, 산업도로 등 주요 물류망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원자재 반입과 제품 출하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시간당 수십㎜에 달하는 집중호우가 쏟아질 경우 항만 야적장과 부두 내 작업구역의 안전 확보를 위해 하역 작업이 일시 중단되거나 지연될 수 있다. 항만으로 연결되는 도로가 침수되면 화물차 이동에도 차질이 발생한다.
석유화학 제품과 자동차, 조선 기자재 등 울산 주력 산업 대부분이 항만과 육상 물류망을 통해 이동한다는 점에서 집중호우는 곧 물류 리스크와 연결된다.
원자재가 제때 공장에 도착하지 못하거나 완성품 출하가 늦어질 경우 생산 일정과 납기 관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울산항은 국내 최대 액체화물 처리항이자 석유화학 산업의 핵심 물류 거점이다. 항만 운영 차질은 곧 산업 현장의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국내 산업단지와 항만 지역에서는 집중호우로 도로가 침수되거나 물류 차량 운행이 제한되면서 생산 및 운송 일정에 차질이 발생한 사례가 반복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기후위기 대응이 산업 경쟁력 된다
기상청과 국립기상과학원,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등 국내외 기후 연구기관들은 온난화가 진행될수록 극한강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집중되는 현상이 늘어나면서 산업시설과 국가산업단지가 직면하는 기후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과거에는 생산량과 수주 실적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했다면 이제는 기상이변 속에서도 생산 차질을 최소화하고 신속하게 복구할 수 있는 대응 능력이 중요한 경쟁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극한호우와 폭염, 강풍 등 기후재난이 일상화되는 시대에 산업시설의 회복력과 재난 대응 체계는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가 되고 있다.
대한민국 산업수도 울산 역시 예외는 아니다. 조선과 자동차, 석유화학 산업을 지탱해 온 산업 인프라가 기후위기에 얼마나 탄력적으로 대응하느냐가 앞으로 울산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박근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tkay89@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