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피아니스트 배장은의 데뷔 20주년 기념콘서트, 시간의 흐름 속에 부푼 서정적 감동

글로벌이코노믹

피아니스트 배장은의 데뷔 20주년 기념콘서트, 시간의 흐름 속에 부푼 서정적 감동

[나의 신작 연대기(83)] 클래식과 재즈를 넘나드는 배장은의 20주년 기념 여름 재즈 페스티벌
피아니스트 배장은의 데뷔 20주년 기념콘서트이미지 확대보기
피아니스트 배장은의 데뷔 20주년 기념콘서트
좋은 음악은 수묵의 깊이와 바람의 여정을 갖는다. 먹빛은 짙을수록 여백을 더욱 빛나게 하는 법, 지난 5일(일) 오후 4시, 혜화동 로터리 언덕길에 자리한 JCC 아트센터는 재즈피아니스트 배장은 데뷔 20주년 기념콘서트에 배장은 트리오(피아노 Bae Jangeun, 더블 베이스 및 베이스 기타 Ryan McGillicuddy, 드럼 Hwajoon Joo)와 피아니스트 라흐할마노프(장숙자), 색소폰 연주자 여현우를 불러 익어가는 여름 분위기를 공유하는 재즈 페스티벌을 열었다.

화려한 기교보다 음과 음 사이의 침묵으로 이야기를 완성하고, 연주자의 호흡은 시·공간을 가로질러 청중의 마음에 오래 머문다. 한 곡의 선율은 흘러가는 순간에 그치지 않고 기억 속에서 다시 울리며 새로운 감정을 길어 올린다. 그래서 좋은 음악은 삶의 풍경을 비추는 또 하나의 언어가 된다. 연주자들은 정교하게 짜인 앙상블 위에 재즈 특유의 즉흥성을 더해 서로의 음악을 확장했고, 섬세하게, 뜨겁게 호흡을 주고받으며 무대를 살아 있는 유기체로 완성했다.

공연장은 오후의 온기와 관객들의 기대가 어우러져 한층 깊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피아노가 길을 열면 베이스는 단단한 울림으로 중심을 잡았고, 드럼은 유연한 리듬으로 흐름을 이끌었다. 여기에 색소폰의 서정적인 음색과 객원 피아노의 풍부한 화성이 더해지며 무대는 한 편의 풍경화를 그려냈다. 데뷔 20주년이라는 시간의 무게를 넘어, 재즈가 지닌 자유와 교감, 그리고 음악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힘을 다시금 확인하게 한 뜻깊은 여름 음악 축제였다.

이날 공연은 1부 트리오의 연주(‘Easy Song’, ‘100 days away’, ‘Mecard Blues for Evan’), 게스트 피아노 연주 (장숙자 할머니), 2부 여현우 입장과 더불어 배장은의 독주(스탠더드), 콰르텟(‘Chorinho’, ‘Dookie Cough’, ‘1 love you’)로 나뉜다. 앙코르곡은 4인조의 ‘Feels like’에 이어 두 번째로 할머니의 노래에 배장은의 피아노 반주가 곁들여졌다. 무대는 독주와 앙상블, 그리고 세대를 잇는 협연이 교차하며 한 편의 재즈 서사를 완성해 갔다.
배장은은 연주자, 지휘자, 연기자 역을 동시에 해냈고, 라이언 맥길리커디는 더블 베이스와 베이스 기타로 곡 전체를 안정감 있게 이끌었다. 드럼의 주화준은 사유하는 드럼으로 흥을 돋우었고, 팔십 세의 장숙자씨는 세기보다 힘 있는 피아노 연주로 관객을 압도했다. 여현우의 색소폰은 클라리넷에 버금가는 부드러움과 튼튼한 색소폰의 분위기를 오가며 2부의 콰르텟(Quartet)을 경쾌하게 이끌었다. 음악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힘을 확인하게 해 주었다.

배장은(Bae Jangeun, 재즈 피아니스트, 작곡가)이미지 확대보기
배장은(Bae Jangeun, 재즈 피아니스트, 작곡가)
라이언 맥길리커디 (Ryan McGillicuddy, 콘트라베이스, Bass)이미지 확대보기
라이언 맥길리커디 (Ryan McGillicuddy, 콘트라베이스, Bass)
주화준( 드러머)이미지 확대보기
주화준( 드러머)
여현우(Saxophonist)이미지 확대보기
여현우(Saxophonist)
장숙자(타이타닉 주제가) & 반주 배장은이미지 확대보기
장숙자(타이타닉 주제가) & 반주 배장은
배장은 싸인이미지 확대보기
배장은 싸인
라이언 맥길리커디 싸인이미지 확대보기
라이언 맥길리커디 싸인

배장은은 한국 대표 재즈피아니스트, 작곡가, 편곡가, 교육자, PD로서 독창적 음악 세계를 구축해 온 뮤지션이다. 그녀는 1974년 서울 출생으로 어린 시절부터 음악적 재능을 보여, 세 살 때부터 피아노를 학습했다. 그녀는 클래식을 기반으로 성장하여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재즈의 자유로운 즉흥성과 깊은 예술성에 매료되어 평생 재즈에 헌신해 왔다. 그녀는 서울예대 실용음악과에서 작곡을 전공하면서 재즈계의 거목 정성조 교수를 사사했으며 본격적으로 재즈의 길에 들어섰다. 이후 그녀는 더 넓은 음악 세계를 개척하고자 1997년 도미하게 된다.

배장은은 세계적인 재즈 명문, 노스텍사스대에서 재즈 피아노로 학·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녀는 석사 과정 시절에 재즈 밴드를 지도하는 디렉터로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녀는 IMF 외환위기 속에서도 음악 열정을 잃지 않았다. 영어 공부와 연주 활동을 병행하며 치열하게 실력을 쌓았고, 세계적인 재즈 음악가들과 교류하면서 국제 감각을 익혔다. 이 시기의 경험은 지금 배장은의 음악 세계를 완성한 소중한 자산이었다. 귀국하여, 서경대에서 문화예술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그녀는 현재 연주와 교육, 창작을 넘나들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배장은은 독창적 음악 세계를 구축하며 한국 재즈계 대표 연주자로 성장했다. 2006년 데뷔 앨범 'The End And Everything After'를 발표하며 큰 주목을 받았고, 수록곡 'Secret Place'는 한국대중음악상을 수상했다. 최근 솔로 피아노 EP '기쁜 자루와 피아노'와 저서 '화성에서 온 실용화성학'을 통해 음악적 영역을 더 확장하고 있다. 8장의 리더 앨범을 발표하며 음악적 확장성을 보인 그녀는 'The End and Everything After'로 한국대중음악상 수상, 이후 JB Liberation Amalgamation 프로젝트로 재차 한국대중음악상을 수상하며 작품성과 연주력을 인정받았다.

이어 배장은은 'Mozart and Jazz', 'Go', 'JB', 'JB Liberation Amalgamation' 등을 발표하며 클래식과 재즈를 넘나드는 독창적인 음악 세계를 선보였다. 특히 'Go'는 한국 재즈 음반 가운데 처음으로 세계적인 재즈 전문 매체 All About Jazz의 리뷰를 받은 작품으로 기록되었으며, 미국 재즈계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한 블루노트의 대표 색소폰 연주자 그레그 오스비의 초청으로 미국 무대에 진출해 세계적인 재즈 연주자들과 협연하며 한국 재즈의 위상을 높였다. 배장은은 뛰어난 연주자일 뿐 아니라 후학을 양성하는 훌륭한 교육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트리오 연주이미지 확대보기
트리오 연주
배장은(재즈 피아니스트)이미지 확대보기
배장은(재즈 피아니스트)
모(장숙자)녀(배장은) 피아니스트이미지 확대보기
모(장숙자)녀(배장은) 피아니스트
배장은 데뷔 20주년 포스터이미지 확대보기
배장은 데뷔 20주년 포스터

배장은은 대학 재즈 피아노 지도로 젊은 음악인들에게 꿈과 도전 정신을 심어주며, "재즈는 인생이자 성장의 여정"이라는 철학을 교육한다. 그녀는 토론토 재즈 페스티벌, 자라섬, 서울, 대만, 홍콩, 중국, 태국 등 세계 주요 재즈 축제와 뉴욕의 Cornelia Street Cafe, Kitano Club 등 유수 클럽 리더로 활동해 왔다. 또한 색소폰 연주자 그렉 오스비의 사이드우먼으로 활약하며 그의 레이블 Inner Circle Music 소속 뮤지션으로 국제적 음악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2020년에는 남아공 UNISA 국제 재즈 피아노 콩쿠르 심사위원으로 위촉되며, 연주자·교육자로서의 위상을 견인하고 있다.

배장은은 국내외를 오가면서 활발하게 활동해 왔다. 대학에서 후학 양성, 공연과 음반 작업, 집필을 병행하며 연주자·연구자의 길을 걸어왔다. 한국대중음악상 수상 아티스트로서 국제적으로 독창적인 음악 세계를 인정받았다. 다양한 공연과 강연, 창작 활동을 이어가며 재즈의 대중화와 교육에도 힘쓰고 있다. 건강상의 어려움과 긴 재활의 시간을 겪으면서도 음악을 멈추지 않았으며, 2026년에는 데뷔 20주년 기념콘서트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마련했다. 현재 새로운 앨범 제작과 저술, 공연 활동을 이어가면서 한국 재즈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배장은은 앞으로도 공연과 창작 활동을 중심으로 국내외 관객들과 꾸준히 만날 예정이다. 새로운 음반 발매와 후속 저서 출간을 준비하고 있으며, 다양한 협업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음악을 선보일 계획이다. 최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장 할머니 프로젝트’를 지속하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자신의 어머니와 함께하는 무대를 꾸준히 이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장 할머니는 현재도 딸의 끊임없는 연습 독려를 받으며 10월 중 계획된 인간극장 촬영 및 다음 공연을 기획 중이다) 한 사람의 예술가 뒤에는 평생 묵묵히 응원해 준 부모의 사랑이 있었음을 일깨운다.

배장은의 데뷔 20주년 기념콘서트는 그녀의 음악 인생을 집약한 뜻깊은 무대였다. 특히 어머니 장숙자 여사의 특별 출연은 공연의 가장 큰 감동을 선사했다. 배장은의 음악은 화려한 기교 자랑보다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선율과 깊은 울림을 전한다. 그녀의 피아노는 삶의 희로애락을 담아내며, 듣는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 다시 살아갈 용기를 선물한다. 배장은 피아니스트는 앞으로도 대한민국 재즈를 세계에 알리는 문화예술인으로 아름다운 음악으로 사람들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예술가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사진=배장은·장석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