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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국가산단에 전국 첫 ‘산업 고열 시험장’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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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국가산단에 전국 첫 ‘산업 고열 시험장’ 들어선다

132억 원 투입, 2028년까지 울산국가산단에 구축
인공기후실 등 11종 장비로 냉각복·차열소재 검증
조선·석유화학 고열현장 적용 여부가 사업 성패 가른다
울산 남구 울산국가산단 통합안전관리센터 전경. 울산시는 이곳에 고온·습도·복사열 환경을 재현해 냉각 작업복과 차열소재 등의 성능을 검증하는 전국 첫 폭염 특화 재난안전산업 진흥시설을 조성한다. 사진=울산시이미지 확대보기
울산 남구 울산국가산단 통합안전관리센터 전경. 울산시는 이곳에 고온·습도·복사열 환경을 재현해 냉각 작업복과 차열소재 등의 성능을 검증하는 전국 첫 폭염 특화 재난안전산업 진흥시설을 조성한다. 사진=울산시
울산이 전국 첫 폭염 특화 재난안전산업 진흥시설의 입지로 선정된 데에는 뚜렷한 이유가 있다.

조선과 석유화학, 자동차 산업이 밀집해 폭염과 산업 고열이 한 현장에서 겹치고, 개발한 대응 기술을 곧바로 시험하고 적용할 대규모 사업장도 가까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폭염 특화 재난안전시설은 고온과 습도, 복사열이 겹친 환경을 재현해 냉각 작업복과 차열 소재, 체온 감지 장비, 폭염 예측 기술의 성능을 시험하는 곳이다. 제품 개발부터 성능평가와 인증, 사업화까지 지원하는 폭염 대응 기술의 종합 시험장이다.

울산의 여름은 기상관측소에 찍힌 기온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도심과 공장 지붕이 머금은 열에 조선소 철판과 용접 공정, 석유화학 설비에서 나오는 고열이 겹친다.

새 시설은 조선소와 석유화학단지의 고열 환경을 시험공간에 재현해 냉각복과 차열소재가 노동자의 열 부담을 얼마나 낮추는지 검증한다.

울산국가산단에 전국 첫 폭염 시험시설


행정안전부는 2026년 재난안전산업 진흥시설 조성 지원사업 대상으로 울산시와 울산테크노파크가 신청한 폭염 특화 사업을 선정했다.

정부와 울산시는 2028년까지 국비와 지방비 각각 66억 원씩 총 132억 원을 투입한다. 시설은 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 내 울산국가산단 통합안전관리센터에 구축된다.

울산테크노파크가 사업을 주관하고 울산과학기술원과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 등이 참여한다.

시설에는 실내외 폭염환경 실증시스템과 인공기후실, 발한 서멀 마네킹 등 11종의 장비가 들어선다.

침수와 지진, 화재, 산사태 분야의 재난안전 진흥시설은 있었지만 폭염과 산업 고열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시설은 울산이 처음이다.

울산은 가장 더운 도시가 아니라 가장 뜨거운 일터


울산이 항상 전국 최고기온을 기록하는 것은 아니다. 시설이 울산에 들어서는 이유는 산업 구조에 있다.

산업현장의 열 부담은 기온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습도와 바람, 햇빛, 뜨거운 설비의 복사열, 작업 강도와 보호장구가 함께 작용한다.

조선소에서는 햇볕을 받은 대형 철판이 열을 저장했다가 작업자에게 내뿜는다. 선박 내부는 공기 흐름이 약하고 용접 공정에서는 열이 추가로 발생한다. 안전모와 보호복, 장갑은 땀의 증발을 막아 몸이 식는 속도도 늦춘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의 선박 블록 용접 작업 현장. 폭염기에는 달궈진 철판의 복사열과 용접열이 겹쳐 작업자의 열 부담이 커진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의 선박 블록 용접 작업 현장. 폭염기에는 달궈진 철판의 복사열과 용접열이 겹쳐 작업자의 열 부담이 커진다. 사진=뉴시스


석유화학단지 역시 외부 기온과 공정 열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 자동차와 부품 공장도 옥외 물류장과 도장·가공 공정에서는 환기와 작업 강도에 따라 열 부담이 달라진다.

같은 날 울산 도심의 기온과 선박 내부 작업자가 견디는 열은 같지 않다.

도시 폭염 대책이 그늘막과 살수차에 집중됐다면 산업현장은 공정과 작업복, 환기와 휴식시간까지 함께 바꿔야 한다.

고열 환경 재현해 냉각복·차열소재 검증


진흥시설은 인공기후실과 실내외 폭염환경 실증시스템을 활용해 산업현장의 고온과 습도, 복사열을 재현한다.

건조한 야외와 습한 밀폐공간 등 조건을 달리하며 폭염 대응 제품의 성능 변화를 비교한다.

발한 서멀 마네킹도 주요 시험 장비 가운데 하나다. 사람의 체온과 땀 배출을 모사한 마네킹에 냉각복이나 보호복을 입혀 열과 수분이 빠져나가는 정도를 측정한다.

사람의 체온과 땀 배출을 재현해 냉각복과 보호복의 열·수분 배출 성능을 시험하는 발한 서멀 마네킹 자료사진. 의복 내부의 온·습도와 냉각 지속시간을 반복 측정할 수 있다. 사진=태크녹스이미지 확대보기
사람의 체온과 땀 배출을 재현해 냉각복과 보호복의 열·수분 배출 성능을 시험하는 발한 서멀 마네킹 자료사진. 의복 내부의 온·습도와 냉각 지속시간을 반복 측정할 수 있다. 사진=태크녹스


작업자를 위험한 고온에 장시간 노출하지 않고도 의복 내부의 온도와 습도, 냉각 효과와 지속시간을 반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차열 소재는 표면온도 감소만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햇빛을 얼마나 반사하고 흡수한 열을 얼마나 빨리 내보내는지, 오염과 비바람을 겪은 뒤에도 성능이 유지되는지를 함께 살핀다.

제각각인 성능 수치, 같은 기준으로 비교


폭염 대응 시장에는 냉각 작업복과 차열도료, 반사 지붕재, 냉감섬유, 체온 감지 센서 등 다양한 제품이 나와 있다.

제품마다 시험 환경과 성능 표시 방식은 다르다.

표면온도 감소를 강조하는 제품이 있는가 하면 의복 내부 온도나 냉각 지속시간을 내세우는 제품도 있다. 시험 당시 기온과 습도, 햇빛의 세기와 바람이 다르면 숫자만으로 성능을 비교하기 어렵다.

진흥시설은 같은 조건과 측정 기준을 적용해 제품별 효과를 가려낸다. 표면온도와 의복 내부의 열·습도, 냉각 지속시간, 반복 사용 뒤 성능 변화, 산업현장 내구성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한다.

기업이 제시한 온도 저감 수치가 실제 작업자의 열 부담 감소로 이어지는지도 주요 검증 대상이다.

132억 원의 성패는 연구실 밖에서 갈린다


울산시와 울산테크노파크는 시설 조성을 통해 전문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 재난안전산업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사업 성과는 구축한 장비 수나 시험 건수만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시험 환경부터 울산의 산업현장을 닮아야 한다. 조선소 철판 위와 선박 내부, 석유화학 설비 주변, 환기가 어려운 공장, 보호장구를 착용한 고강도 작업까지 반영할 필요가 있다.

성능 검증을 마친 제품이 조선소와 석유화학단지, 자동차공장, 건설현장에 실제로 도입되는 과정도 뒤따라야 한다. 적용 전후의 온열질환 발생과 작업 중단시간, 휴식시간, 작업장 온도 변화를 비교해야 투자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울산은 전국 최고기온이 자주 관측되는 지역은 아니다.

대신 폭염과 산업 고열이 겹치는 대규모 작업장이 한곳에 밀집해 있다. 기술을 시험하고 곧바로 산업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조건도 갖췄다.

전국 첫 폭염 특화 재난안전산업 진흥시설의 성과는 시험성적서보다 작업현장에서 확인돼야 한다.

검증을 마친 기술이 노동자가 견뎌야 할 열을 얼마나 낮췄는지가 132억 원 사업의 평가 기준이다.


박근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tkay8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