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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박찬대 시장님, 싸워야 할 적은 따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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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박찬대 시장님, 싸워야 할 적은 따로 있습니다"

김양훈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김양훈 기자
손자병법에는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말이 있다. 상대를 알고 자신을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이다. 후대에서는 백전불패(百戰不敗)를 변형해 새기는 말로 영원한 승자는 없기 때문에 경계하라는 말로 분석이 되고 있다.

박찬대 인천시장은 취임 이후 가장 경계할 것도 여기에 있다. 전임 시장의 사람, 정치적 반대 세력, 비판 언론은 시정의 적이 아니다. 박 시장이 정작 싸워야 할 상대는 재정 악화와 교통 지연, 행정 비효율, 지역 불균형, 시민들의 불신을 회복시키는 일이다.

민선 9기 초반 인천시정을 둘러싼 공직사회의 시선은 편하지만은 않다. 선거 이후 인사와 조직 개편을 둘러싸고 정치권 영향력과 특정 인사 내정설 등 때문이다. 전임 정부와 가까웠던 공직사회에 대한 감사 등으로 내부 긴장감이 감돌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공직자는 잘못이 있다면 감사해야 한다. 누구라도 행정상·법률상 책임이 있다. 박찬대 시장은 대놓고 저격하지는 않았지만, 인수위 압박부터 인천을 시끄럽게 했다. 성동격서(聲東擊西)처럼 동쪽에서 소리를 내고 실제로는 서쪽을 공격하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감사의 목적은 비위와 행정 실패를 바로잡기 위함이라면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감사를 이용하여 전임 정부의 흔적을 지우려고 하거나 특정 공직자를 겨냥하는 수단은 행정 시스템이 아니라 충성 경쟁으로 변질을 가져올 수 있는 가능성이 커 폐단 정치로 기억될 수 있다.

시장이 바뀔 때마다 공무원들은 새로운 권력에 줄을 대야 살아남는다는 인식이 굳어진다면 그 피해는 시민에게 돌아간다. 폐단은 반복적일 수도 복수극도 일어날 수 있다. 손자병법은 장수가 군을 움직일 때 감정에 따라 병력을 움직여서는 안 된다고 가르친다. 행정도 다르지 않다.

인사는 보복의 수단도, 선거 승리의 전리품도 아니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은 내 사람을 심으라는 뜻이 아니라 가장 적합한 사람을 가장 적절한 자리에 배치하라는 뜻이다. 공직자가 외부에서 온 정무직의 눈치를 보면 시스템 행정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공직사회로 들어온 외부 정무직이 시스템 위에서 군림하는 순간 조직은 불만이 쌓이게 되어 있다. 다수의 시의원 의석도 합류하는 순간 견제의 장치는 파괴되고 예산 등 폐단이 앞선다. 권력이 시스템을 망가트리는 남용의 시작은 저수지 바늘구멍으로 뚝을 무너지게 만든다.

박찬대 인천시장 프로필 사진과 CCTV로 보는 세상=김양훈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박찬대 인천시장 프로필 사진과 CCTV로 보는 세상=김양훈 기자

지방시대의 권력이 교체될 때마다 전임자의 정책과 인사가 한꺼번에 뒤집히는 관행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전임 시장이 추진했다는 이유만으로 좋은 정책은 폐기되어 시민이 손해를 본다. 반대로 같은 세력이 만든 사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정책을 끌고 가면 카르텔이 생긴다.

행정에는 진영의 색깔보다 성적표가 중요하다. 잘한 정책은 계승하고, 잘못된 정책은 고치면 된다. 이것이 시민이 바라는 상식적인 행정이다. 최근 인천 공직사회에서는 서울도시철도 7호선 청라국제도시 연장사업과 관련해 A 전 간부의 사망 사건이 있었다.

고인은 실제 어떤 압박을 느꼈는지, 유서 또한 후문에서 말들이 많다. 특정 조사나 책임 추궁이 사망과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었는지도 수사하고 있다. 정치적 압박의 결과라고 시민사회에서는 시장 인수위 당시부터 이후에도 논란은 증폭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인천시는 공직사회가 과도한 책임 추궁이나 인사 불안을 느끼고 있지는 않은지 조직 내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행정 조직이 두려움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공무원들은 적극적으로 일하기보다 책임을 피하는 쪽을 선택하게 된다.

그 결과는 행정이 무서운 정치로 인해 눈치를 본다는 것이다. 정치는 상대를 궤멸시키는 기술이 아니다. 본래 정치는 시민의 삶을 보다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과정이다. 더욱이 지방행정에서 여당과 야당의 승패보다 중요한 것은 도시가 얼마나 나아졌느냐다.

소통 역시 정치적 행사나 보여주기식 간담회를 의미하지 않는다. 시민과 공직자, 전문가,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듣고 정책 오류를 줄이는 과정이 진짜 소통이다. 소통이 부족하면 잘못된 결정 하나가 수백억 원의 예산 낭비와 수년간의 사업 지연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있다.

인천에는 지금 싸워야 할 상대가 너무 많다. 부족한 재정, 지연되는 철도·도로망, 부서 간 칸막이, 행정 비효율, 원도심과 신도시 간 격차, 신설 자치구의 안정적인 정착, 민생경제 침체, 그리고 행정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불신 등이 깊어져 싸울 대상은 이 같은 적이다.

이런 난제를 앞에 두고 정치적 논공행상이나 전임자 지우기에 행정력이 소모된다면 장수가 적진을 눈앞에 두고 자기 진영 안에서 싸우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손자병법에서 말하는 ‘지피지기’는 단순히 상대방을 파악하라는 뜻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자신의 병력과 재정, 능력과 한계를 정확히 파악하라는 뜻이기도 하다. 박찬대호가 가장 먼저 직면한 문제도 재정이었다. 인천e음과 100일프로젝트 중단, 이후 인천e음은 일시 회복했지만, 반쪽짜리로 회복되어 후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민선 9기 출범 직후 인천시는 올해 본예산에 반영되지 않은 필수사업비가 6441억 원에 이르고, 기금 상환 등을 포함한 향후 재정부담 규모가 약 5조5000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에 재정예산개혁TF까지 가동하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재정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는 것 자체는 잘못이 아니다. 오히려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손자병법은 좋은 장수라면 먼저 승리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든 뒤 싸운다고 했다. 재정도 마찬가지다. 돈을 안 쓰는 것이 능력으로 평가받지 않는다.

박찬대호는 어디에서 줄이고 어디에는 과감하게 투자할지를 판단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최근 제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면서 2114억 원의 세출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신규 지방채 발행 대신 통합관리기금 등 내부 가용재원 약 3300억 원을 활용했다.

추경 규모는 1조1551억 원으로 전체 예산은 17조241억 원까지 늘었다. 시민 질문은 지방채를 발행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건전재정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가. 지방채는 무조건 나쁜 빚인가. 투자의 적정성은 ‘아랫돌을 빼 윗돌’ 올리는 행정을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미래의 시민들도 함께 사용하는 철도·도로·도시기반시설을 만드는 지방채와 일회성 행사나 소모성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내는 빚은 성격부터 다르다고 한다. 미래 세대도 혜택을 보는 기반시설이라면 일정 부분 비용을 나누는 것이 재정적으로도 합리적일 것이다.

빚을 내지 않는다는 명분 때문에 안전과 복지, 교통, 소상공인 지원처럼 당장 시민에게 필요한 사업까지 줄이거나 필요한 사업을 몽땅 빼 성과라고 주장하면 건전재정이라고 보기 어렵다. 재정개혁 본질은 ‘무조건 삭감’이 아니라는 말이 옳다.

손자병법의 또 다른 핵심은 ‘상병벌모(上兵伐謀)’다. 가장 뛰어난 싸움은 적의 군대를 직접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잘못된 계책부터 무너뜨리는 것을 의미한다. 인천시 재정에서도 먼저 깨트릴 계책이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반복되는 보여주기식 소모성 행사 구조다.

지난 2025년 인천시 행사 관련 지출은 확인 가능한 범위만 최소 331억 원 수준이다. 물론 모든 행사를 낭비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관광객을 유치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며 인천의 도시브랜드를 높이는 행사라면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다.

그러나 행사 목적보다 대행업체 용역비와 무대 설치비가 더 커지고, 해마다 비슷한 행사에 무늬만 바꿔 소모성으로 예산이 투입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민생예산을 줄이면서 보여주기성 행사비를 그대로 두는 것은 시민들은 납득하기 어렵다.

인천시가 해야 할 일은 행사를 없애기보다 성과가 없는 행사를 정리하는 것이다. 중복된 행사로 업체 좋은 일만 시키는 마라톤 대회 등 전수조사해야 한다. 여타 문화 사업의 기획서가 올라오면 언론기관의 무서움 때문에 주는 것인가. 세금이 집행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과거부터 주민자치예산도 폐단이 일었다. 시민은 그 중심 세력 중 누가 있었는지 잘 알고 있다. 예산은 정치적 색깔을 담아 그들의 기반을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도구가 아니다. 제2의 폐단을 불러올 수 있다. 시는 잘못된 행사와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는 것이 ‘상병벌모’이다.

이어 손자병법에는 ‘승병선승이후구전(勝兵先勝而後求戰)’이라는 대목도 있다. 이기는 군대는 먼저 이길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놓은 뒤 전쟁에 나선다는 의미다. 박찬대호 역시 마찬가지다. 공약 정책을 뒤집기 전에 시민과 어떤 신뢰가 있었는지 묻고 있다.

시정은 전쟁과 달리 적을 제거한다고 끝나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하는 사람까지 함께 데리고 가야 하는 것이 행정이다. 그런 점에서 박찬대 시장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전임자와 다르다’라는 강박감을 가져야 한다. 민주당은 여론이 나빠지면 태세 전환이 빠르다.

손자병법에서 가장 위험한 장수는 힘이 약한 장수가 아니다. 싸워야 할 상대를 잘못 정한 장수다. 박찬대 시장이 이겨야 할 상대는 유정복 전 시장도, 야당도, 비판적인 언론도 아니다. 재정난을 이겨야 하고 교통 지연을 이겨야 한다.

국회의원 시절 외곽에서 보던 것과 인천시의 그림은 단위가 틀리다. 행정은 정치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인천시장은 특정 정당의 시장이 아니라 300만 인천시민의 시장이기 때문이다. 민선 9기 승패는 임기 초 얼마나 많은 사람을 바꾸고, 전임 정책을 뒤집어도 평가되지 않는다.

임기가 끝나는 날 시민들은 질문을 던질 것이다. “그래서 인천이 좋아졌는가.” 손자병법의 교훈도 싸워야 할 적을 정확히 알고, 자신의 능력과 한계를 냉정하게 파악하며, 이길 수 있는 조건을 만든 뒤 압도적인 인천을 만들었는가 답을 요구할 것이다.


김양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pffhgla11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