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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①] 진주시의회, 992건 자료 요구보다 필요한 것은 끝까지 파고드는 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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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①] 진주시의회, 992건 자료 요구보다 필요한 것은 끝까지 파고드는 검증

행정사무감사 앞두고 자료 992건 요구, 진짜 승부는 회의장 안에서
결산 심사서 드러난 운영비·위탁사업 논란, 추궁은 왜 멈췄나
상설 예결특위 출범, 예산 통과보다 구조를 읽는 역량이 먼저
집행부를 감시하는 의회, 이제는 의회도 검증받을 차례
제10대 진주시의회가 8월 26일 제276회 정례회를 시작으로 9월 17일까지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사진=진주시의회이미지 확대보기
제10대 진주시의회가 8월 26일 제276회 정례회를 시작으로 9월 17일까지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사진=진주시의회
시청 집행부가 가장 긴장해야 하는 시간은 행정사무감사다. 지방의회가 가진 가장 강력한 권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10대 진주시의회의 첫 행정사무감사를 앞둔 지금, 정작 긴장해야 할 대상이 누구인지 묻게 된다. 집행부를 감시하는 의회는 과연 그 역할을 제대로 준비하고 있는가.

진주시의회는 올해 행정사무감사를 위해 집행부에 모두 992건의 자료를 요구했다. 경제복지위원회 365건, 기획문화위원회 348건, 도시환경위원회 279건이다. 감사 대상도 시청 각 부서와 직속기관, 사업소는 물론 문화관광재단과 시설관리공단까지 사실상 시정 전반을 망라한다.

숫자만 놓고 보면 역대 가장 강도 높은 감사처럼 보인다. 하지만 992건은 출발점일 뿐이다. 한 가지 문제도 끝까지 물고 늘어지지 못한다면 그 숫자는 기록에만 남는다. 제276회 정례회 결산 심사 회의록은 바로 그 현실을 보여준다. 질문은 이어졌지만 토론은 길지 않았고, 문제는 제기됐지만 끝까지 파고드는 검증은 많지 않았다. 의회가 가진 가장 큰 권한은 자료를 많이 요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한 가지 문제라도 끝까지 추적해 행정을 바꾸는 데 있다는 사실을 이번 회의는 역설적으로 드러냈다.

■ 질문은 있었지만, 검증은 거기서 멈췄다


결산 심사에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장면은 문화시설 운영비를 둘러싼 질의였다. 이순일 의원은 실크박물관 총사업비 215억 원 가운데 시비가 200억 원에 이르고, 청동기박물관은 121억 원 전액을 시비로 부담하는 구조를 언급하며 준공 이후 운영비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집행부에 물었다.

회의장에서는 문화예술과장의 답변이 이어졌다.

"운영비를 항상 고민하고 있다."

집행부가 부담을 인정한 순간이었다.

바로 그때부터 진짜 검증이 시작됐어야 했다. 향후 10년 운영비는 얼마나 필요한지, 자체 수익으로 얼마나 충당할 수 있는지, 적자가 발생하면 시민 부담은 어디까지 늘어나는지, 비슷한 규모의 다른 지자체는 어떤 운영 모델을 갖고 있는지 같은 질문이 이어졌다면 결산 심사는 단순한 보고회가 아니라 시민을 위한 검증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회의는 오래 머물지 않았다. 과장의 답변 이후 논의는 다음 안건으로 넘어갔고, 시민이 가장 궁금해할 질문들은 회의장에 남겨졌다. 가장 큰 쟁점은 제기됐지만 가장 긴 토론으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회의록은 그 흐름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비슷한 장면은 다른 안건에서도 반복됐다. 전종현 의원은 문화도시사업 위탁 운영과 보조금 문제를 짚었고, 강길선 의원은 이월사업을 지적했다. 문화단체 지원 구조와 망진산 미디어월 사업도 회의장에 올랐다. 각각 의미 있는 문제 제기였지만 상당수는 집행부의 설명을 들은 뒤 다음 안건으로 넘어갔다. 첫 번째 질문은 있었지만, 답변의 허점을 다시 파고드는 두 번째 질문은 많지 않았다. 행정사무감사의 본질이 바로 그 두 번째, 세 번째 질문에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아쉬운 대목이다.

■ 같은 문제는 왜 다시 회의장에 오르는가


더 주목해야 할 것은 반복이다. 지난해 행정사무감사에서도 문화시설 운영과 위탁사업 관리, 이월사업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고, 올해 감사자료에도 지난해 지적사항 조치 결과와 이월사업, 용역사업, 보조금 집행 내역이 다시 포함됐다. 그만큼 의회도 반복되는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다른 질문이 필요하다. 왜 개선되지 않았는가? 조치계획은 실제 이행됐는가?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행정은 한 번 지적받는다고 바뀌지 않는다. 같은 사안을 다음 회기에서 다시 확인하고, 부족하면 자료를 추가로 요구하고, 개선 여부를 끝까지 확인하는 과정이 반복될 때 비로소 집행부는 긴장한다. 행정사무감사는 체크리스트를 채우는 절차가 아니라 집행부가 같은 문제를 더 이상 반복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제도여야 한다.

■ 초선도, 상설 예결특위도 면책 대상은 아니다


이번 제10대 진주시의회는 의원 22명 가운데 초선이 14명으로 전체의 63.6%를 차지한다. 재선은 6명, 3선은 박미경 의장과 윤성관 의원 두 명뿐이다. 초선이 의회의 다수를 차지하는 만큼 이번 행정사무감사는 제10대 의회의 검증 역량을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될 수밖에 없다.

시의원은 임기 동안 경험을 쌓는 사람이 아니라 임기 첫날부터 집행부를 검증하도록 시민의 선택을 받은 공직자다. 시민이 맡긴 권한은 공부하는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시민의 세금을 감시하고 행정을 견제하라는 책임인 만큼, 초선 여부와 관계없이 같은 기준의 검증이 요구된다.

특히 이번 의회는 상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체제를 본격적으로 운영한다. 상설 예결특위는 추경과 결산을 상시적으로 심사하며 예산의 흐름을 지속적으로 들여다보라고 만든 제도다. 그러나 이름만 상설인 조직이어서는 의미가 없다. 예산서를 숫자로 읽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구조를 읽고, 집행부 답변의 허점을 찾아내며, 반복되는 문제를 다음 회기까지 이어서 검증할 때 비로소 존재 이유를 갖는다.

■ 의회도 시민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지방의회는 집행부를 감시하는 기관이다. 그렇다면 그 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기록하고 평가하는 것은 시민의 권리이자 언론의 역할이다. 시의원 역시 권한을 가진 공직자인 만큼 의정활동은 성과로 평가받아야 한다.

평가 기준은 단순하다. 회의장에서 몇 번 발언했는지가 아니다. 한 가지 문제를 얼마나 끝까지 파고들었는지, 집행부의 답변 이후 어떤 후속 검증을 이어갔는지, 지난해 지적한 문제가 올해 실제 개선됐는지를 끝까지 확인했는지가 진짜 의정활동의 기준이다.

이번 기사는 그 출발점이다. 앞으로 행정사무감사와 상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활동, 추경과 결산 심사 전 과정을 같은 기준으로 기록할 것이다. 의원들의 질의가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집행부의 답변이 실제 변화로 연결되는지, 반복되는 문제가 다시 회의장에 오르는지를 계속 추적할 계획이다.

집행부를 감시하는 것이 의회의 역할이라면, 그 의회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감시하고 평가하는 것은 언론의 역할이다. 진주시의회가 평가받아야 할 것은 992건이라는 숫자가 아니다. 시민이 맡긴 권한만큼 집행부를 끝까지 긴장하게 만들었는지, 같은 문제를 반복되지 않게 만들었는지다. 행정사무감사는 집행부를 검증하는 시간이면서 동시에 진주시의회가 시민 앞에서 자신의 실력을 증명해야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상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cngec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