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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리커창 총리, 유럽과 '화이부동' 관계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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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리커창 총리, 유럽과 '화이부동' 관계 유지

[글로벌이코노믹=정영옥 기자] 지난 3월 유럽을 방문해 경제외교를 펼쳤던 시진핑 국가주석의 뒤를 이어, 리커창 총리의 유럽 방문이 시작됐다. 지난 6월17일 밤(현지시간 17일 오전) 윈저궁에서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접견을 시작으로, 18일 오전(현지시간 17일 오후) 런던의 총리 관저에서 캐머런 영국 총리와 연례 회담을 가졌다. 중국 정상의 잇따른 유럽 방문에 세계 각국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윈저궁에서 리 총리와 접견한 엘리자베스 여왕은 1986년 방중 시의 일을 회상하며 중국 방문이 인상에 깊게 남아있다. 나의 방중 이후 중국에서 큰 변화가 있었다. ·중 관계도 크게 발전했다. 많은 중국 유학생과 관광객이 영국을 방문하고 있다. 양국의 청소년 교류를 강화하는 것은 그들의 시야를 넓혀 상호 이해와 우정을 위해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리 총리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인사말을 전한 뒤 ·영 쌍방의 노력으로 양국 관계는 올바른 궤도를 따라 전진하고 있다. 중국은 영국과 함께 더 나은 발전을 추진하여 양국의 국민들에게 더 많은 행복을 안겨주고 싶다. ·영 양국은 동서 문명의 대표라고도 불린다. 우리는 영국과 서로 배우고, 전통 문화와 현대 문명을 잘 융합해 인류의 발전을 위해 새로운 기여를 하고 싶다고 답했다. 또한 여왕과 영국 왕실이 장기적으로 중·영 관계 발전을 지원해 온 것에 고마움을 표하고, ·영 관계의 발전을 촉진하고 양국 국민 간 우호 증진을 위해 영국 왕실의 적극적인 역할을 바란다고 덧붙였다.

영국 총리와의 회담에서는 ·영 전략적 파트너십 수립 10주년을 계기로 양국 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리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리 총리는 ·영 양국의 발전 과정과 국정을 감안하고 성장과 개혁, 혁신을 돌파구로 삼아 실무협력의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협력의 심화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제안했다.
먼저, 무역 규모를 확대하고 2015년까지 양국 간 교역액 1000억 달러(1018400억원) 목표를 실현할 수 있도록 추진한다.

둘째, 원자력 발전, 고속철도, 인프라 건설, 도시화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추진한다. 중국은 자국 기업에 대해 영국의 관련 프로젝트 건설의 참여를 장려하고, 영국의 지원과 편의를 지속적으로 받기를 희망했다.

셋째, 금융협력의 수준을 높여 위안화와 파운드의 직거래를 실현한다. 영국에서 위안화 무역 결제은행을 설립하고, 연내에 중국계 은행이 영국에 지점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현재 중국건설은행이 내정되어 있는 상태다.

넷째, ·영 과학혁신 기금을 활용해 과학기술 혁신과 녹색경제, 의학, 항공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과학 연구 및 교육을 강화한다. 영국 측이 민간 하이테크 제품의 대중 수출을 촉진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희망했다.

다섯째, 양국의 인문 교류를 강화해 중·영 협력의 힘을 키운다.

캐머런 총리는 양국의 협력 심화에 대한 리 총리의 제안에 동의를 표시하며, “·중 전략적 파트너십이 수립 된지 10년 동안 각 분야에서의 협력은 풍부한 성과를 얻었다. 중국의 부상에는 세계에 중대한 의미를 제공한다. 영국은 중국과의 관계를 높이 중시하고 있으며 중국과 상호존중하고 성실한 대화를 나누며 경제, 무역, 금융, 교육, 과학, 원자력, 고속철도 등 분야에서 협력을 심화하려는 중국 기업의 영국 투자 및 중국 학생들의 영국 유학을 환영한다고 답했다.

리 총리는 또 중국은 세계 평화와 지역 안정의 수호자다. 유엔 안보리 상임 이사국인 중·영 양국은 국제·지역 사회의 의사소통과 협력을 강화하고 세계 무역 투자 자유화 및 편리화를 함께 추진하여 세계 평화와 번영을 촉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캐머런 총리는 이에 대해 양국은 국제 사회에서 빼놓을 수없는 파트너다. 영국은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무역 정책을 힘쓰고 있으며, EU와 중국 간 투자 협정 협상 및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위와 같은 다섯 가지 제안과 더불어 리 총리는 영국 측이 중국인의 영국 비자 신청절차를 단순화한 것을 높이 평가했으며, 양측은 이 밖에도 함께 관심을 갖는 국제·지역적인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회의 후 양측은 양국 간 금융, 과학 기술, 교육, 에너지, 인프라 건설 등의 분야에서 협력문서 조인식을 진행했다.

중국과 유럽의 전반적인 전략 파트너십 구축에서 이미 10년이 경과했다. 앞으로의 10년은 경제적인 의존과 정치적 신뢰 중시, 문화적인 참고가 쌍방관계의 전방위적이고 입체적인 발전의 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을 잠에서 깬 평화로운 사자라고 표현하며 유럽인들에게 폭 넓은 공감을 불러 일으켰으며, 리 총리는 이번 유럽 방문을 통해 향후 중국의 평화적인 발전의 길에 대해 추가로 설명했다.

한편으론 유럽 정상의 방중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이후 방중한 유럽 정상에는 캐머런 영국 총리, 로젠 플레프넬에프 불가리아 대통령, 오르반 헝가리 총리, 뢰슬러 독일 부총리, 카나쿠 실바 포르투갈 대통령, 이보 요시포비치 크로아티아 대통령, 렌치 이탈리아 총리 등을 들 수 있다.

중국 속담에 친척은 점점 더 멀리, 친구는 점점 더 가까이라는 말이 있다. 중국과 유럽 정상 간의 빈번한 상호 방문은 중·() 양국이 친구가 되어가는 단계로서, 서로의 관계가 좋은 조건 속에 깊은 수준의 교류가 진행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서로의 관계를 깊게 하는 세 가지 조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 중국과 유럽은 자국의 발전을 위해 서로를 필요로 하고 있다. 2013년까지 유럽연합(EU)9년 연속 중국 최대의 무역 파트너였으며, 중국은 10년 연속 EU의 두 번째 무역 파트너였다. 공교롭게도 정상이 방문하던 시기에 각국의 협력적 합의가 집중적으로 체결된 것을 알 수 있다.

시진핑 주석의 유럽 방문은 유럽 4개국과 120여 개의 다양한 협력 계약 체결을 가져왔다. 이러한 협력계약은 많은 건수와 높은 금액도 눈에 띄지만, 양자의 협력이 더욱 균형 잡힌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리커창 총리의 방문에서도 일련의 중요한 계약이 체결된 것을 알 수 있다.

협력의 토대는 주는 만큼 받는다는 것이다. 유럽이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은 중국의 강점인 자금이다. 중국의 둥펑자동차는 심각한 재정난을 겪던 프랑스의 PSA 푸조 시트로엥과 협력을 조건으로 자금을 지원했으며, 중국이 에어버스에 주문한 항공기 70대의 가격은 100억 달러(101840억원)에 달한다.

한편 중국 측은 유럽 기업과의 협력에서 상대의 높은 기술을 전수 받을 수 있다. 현재까지의 발전이 기초산업의 발전을 통한 경제개발이었다면, 유럽의 기술력을 접목했을 때 중국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중국의 기술력이 발전을 거듭해 유럽에 진출하는 날이 중국이 글로벌 대국의 위치를 인정받는 날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과 유럽의 관계는 서로를 필요로 하고 있는 만큼 점점 밀접하게 다가설 것으로 예상된다. 비록 이데올로기가 달라 경제발전 모델이 다르고, 서로의 입장이나 관점을 일치시키는데도 다소 어려움이 따를 수 있지만, 실무적인 협력을 통한 상호의존은 쌍방의 이해와 이견을 해소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둘째, 중국과 유럽은 정치적으로 서로를 신뢰하고 중시하고 있다. 중국과 EU는 국제 사회에서 중요한 플레이어로서 대() EU 관계는 중국 외교 계획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EU의 리더격인 영국, 프랑스, 독일 3개국 모두 중국의 새로운 지도부 방문을 열렬히 환영했다.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에 시진핑 주석의 방문은 가뭄에 내린 단비와 같았다.

네덜란드에서는 '유제품 협력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고, 프랑스 방문에서는 100억 달러(106880억 원) 규모의 에어버스 70대를 계약하는 등 180억 유로(264528억원)의 대규모 경제협력계약을 체결했다. 영국 방문에서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선물에 인민은행(PBOC)과 영란은행의 'RMB 청산결제협정' 체결을 지시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이제 중국은 EU에게 미국과 동등한 주요 무역상대국으로 자리매김하게 됐으며, 중국도 대국으로 가는 지름길로 EU를 선택했다. 최근 EU와 중국의 관계는 더욱 긴밀해지고 있으며, 중국의 굴기는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 국가원수로서 처음으로 EU를 방문하며 경제외교를 펼친 시진핑 주석의 판단은 옳았다. EU와 유럽 국가는 원만한 관계유지를 바탕으로 서로에게 해가 되는 것을 최대한 피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중국과 유럽은 문화적으로 서로를 존중하고 있다. 중국과 유럽 국가의 국정과 체제 발전단계는 다르지만, 각각 서로만의 장점이 존재하고 있으므로 상대방의 견해를 평등하게 존종해야 한다는 원칙을 서로 견지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과 리커창 총리 등 중국 정상은 사상과 문화의 교류를 중시하고 있다. 이들은 유럽을 방문하는 동안 중국의 기본적인 관념과 발전이념을 설명하고 중국에 대한 유럽의 이해를 촉진시키고 있다. 중국과 유럽은 서로 화이부동(和而不同)’ 관계 발전을 이룰 것으로 판단된다.

* 화이부동(和而不同) : 남과 사이좋게 지내되 의를 굽혀 좇지는 아니한다는 뜻으로, 남과 화목하게 지내지만 자기중심과 원칙을 잃지 않는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