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파일럿 확보 혈안 민간항공사의 자구책 대형 항공 참사 불러올 수도"

민간항공사들의 매력적인 스카우트 전략은 군 항공 전력에 상당한 타격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비행 능력보다는 시간 채우기에 급급한 면허증의 무분별한 발행은 장래 대형 항공 참사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전투기와 헬기는 고정익과 회전익 항공기로 별도로 분류되며, 조종 방식 또한 확연히 다르다. 그러나 파일럿 부족에 시달리는 민간항공사들은 고민 끝에, 비행 경험만으로도 채용을 결심하고, 이후 무상교육을 제시해 파일럿을 배양한다는 방안을 내세우고 있다.
항공사가 군 조종사를 채용하고 싶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연방항공국(FAA)에 의한 새로운 훈련 규칙에서 군 조종사 출신자에 대해서는 750시간의 추가 교육만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 조종사 면허를 목표로 민간인에게 요구하는 1500시간의 절반인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민간항공기의 방책에는 허술한 점이 너무 많다. 육상이나 해상과 달리 항공기 사고는 대형 참사로 이어진다는 특성이 있어, 조종사들의 면허증 발급과 경력 관리는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다. 그런데 민간항공사들의 방책은 이러한 중요성을 모두 무시한 처사라 할 수 있다.
사실 헬기 조종사를 항공기 조종사에 대처하기 위해 절반으로 줄인 FAA의 규칙도 문제가 많다. 쌍발기 이상의 제트여객기는 헬기보다 약 5배 정도 속도가 빠르고 조작 패널도 복잡해, 숙련된 헬기 조종사일지라도 비행 경험 외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또한 헬기와 여객기는 이착륙 방식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헬기 조종사의 이착륙 경험은 여객기 이착륙 경력과는 더더욱 상관이 미비하다. 항공기 이착륙 시 발생하는 잦은 사고와 위험성을 감안한다면, 민간항공기의 이 같은 방책이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파일럿을 확보하기 위한 민간항공사의 자구책이 자칫 대형 항공 참사를 불러일으킬 전조라는 게 항공 전문가들이 부르짖는 경고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