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필름 '양보 없다' 포문 vs 제록스 '합의 파기' 선언

스케노 사장은 "통합 이야기는 원래 제록스가 먼저 제의해 왔다"며 "먼저 말을 꺼낸 장본인이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일 뿐, 우리가 인수를 목메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통합은 우리에게 있어서 더 나은 계획이지만, 돛대는 없기 때문에 우리 쪽에서 그들에게 양보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후지필름의 제록스 인수 계획은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 세계 시장의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인쇄 기계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침체되는 가운데, 후지필름은 규모 확대와 함께 비용 절감을 목표로 제록스와의 합병을 모색해 왔다.
하지만 제록스의 대주주인 미국 유명 투자자 칼 아이칸과 억만장자 다윈 디슨의 강력한 반대로 양측은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대립각만 커졌다. 또 후지필름이 이에 대해 견해를 수그리지 않자, 디슨은 결국 "후지필름에 의한 제록스 인수는 부정"이라며 뉴욕 법원에 인수 중지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에 스케노 사장이 제록스 인수 계획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히면서 올해 또다시 양측의 공방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월가에서 벌어진 가장 거칠고 예측하기 힘든 결투의 대미가 어떻게 장식될지 주목된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