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이터에 따르면 EU 집행위는 2016년 8월 애플이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에 유럽 지사를 두고 불법적인 국가 법인세 지원혜택으로 세금을 회피했다며 150억 달러(약 17조7000억 원)의 벌금을 아일랜드에 내라고 명령한 바 있다.
법인세가 낮은 아일랜드에 유럽 지사를 두고 아프리카, 중동, 인도 등의 수익에 대한 세금을 납부하지 않았다는 EU의 결정에 애플은 2019년 9월 체납세금 납부를 명령한 유럽연합(EU)을 상대로 소송전을 개시했다.
애플 측은 또 "자사는 EU 집행위가 아일랜드에서 징수돼야 한다고 말하는 바로 그 수익에 대한 세금 220억 달러(약 26조2000억 원)를 미국에 내고 있다"면서 애플의 지적재산에 대한 이중과세라고 주장했다.
EU는 최근 10여년 동안 다국적 기업의 세금 문제를 놓고 고심해왔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지역에 얽매이지 않는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정당한 세금을 내지 않고 유럽에 지사를 둔 채 자산을 확장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낮은 세율을 통해 다국적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고, 일자리를 만든 아일랜드, 몰타, 룩셈부르크 등 일명 조세 회피 국가는 EU의 이같은 계획에 강하게 저항했다. 자국의 조세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다.
이번 판결은 애플과 EU의 2016년 시작된 기나긴 법정싸움의 마무리 단계로 EU가 개별 회원국의 세금 결정권을 좌지우지할 권한을 확보할 수 있는가를 판가름하는 상징적인 결정이 될 전망이다.
EU가 내세우는 '유럽연합의 기능에 관한 조약(TFEU)' 제116조에 따르면 EU 집행위는 특정 회원국의 법률, 규정, 또는 행정조치가 EU 회원국 내 경쟁조건을 왜곡하고, 이러한 왜곡을 제거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면 입법 절차에 따라 필요한 지시를 내릴 수 있다.
EU 집행위는 제116조에 근거해 모든 회원국에 일정 수준의 법인세를 강조할 수 있는 내용의 법안을 재정할 수 있다. EU는 지금까지 한 번도 제116조를 활용한 적이 없다.
파울 탕 유럽의회 조세소위 위원장은 "제116조를 발동하면 조세 피난처인 회원국의 불공정한 관행이 중단될 수 있다"며 "조세 피난처가 되는 것은 밑바닥까지 경주를 하는 것이다. 나머지의 희생으로 소수 회원국만 이익을 얻는다. 이는 현재의 어려운 경제 상황에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고 말했다.
회원국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한 관계자는 "이는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벨기에, 아일랜드 등의 국가를 목표로 한 법안이다"며 "이들 회원국의 격렬한 저항으로 수년에 걸친 장기적 법적 분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리를 포함한 140억 유로의 애플 세금이 아일랜드 국가 재정의 적자를 메우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는 반면, 아일랜드는 25만명의 다국적 고용주를 끌어들인 낮은 세금 제도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애플, 페이스북, 구글과 같은 다국적 기업들이 아일랜드인 고용률은 25%증가하여 아일랜드 근로자 10명 중 1명을 차지하고 있다.
아일랜드가 패소하면, 정부는 항소를 시작한 같은 정치인들에 의해 비난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위원회에 유리한 판결은 디지털 대기업에 대한 새로운 세계적 과세 규정이 논의되고 있는 민감한 시기에 아일랜드의 세 법 적용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애플이 세금을 내야할 경우 타격은 받게 되겠지만 2분기 말 현재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 1900억 달러를 넘어섰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수아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suakimm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