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수 전기차 업체들이 고전하고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 업체들을 제치고 승승장구할 것처럼 보였던 전기차 업체들은 오랜 기간 마땅한 실적도 내지 못하고 기대감만으로 버텨오면서 점차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제2의 테슬라'라고 불리며 한껏 기대를 모았던 전기트럭 업체 리비안은 최근 기대에 못미치는 차량 인도 실적을 공개해 테슬라처럼 대량생산에 성공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여전을 거쳐야 가능한지를 입증했다.
대신 전기차 업체들에 밀려 기를 펴지 못하던 전통 내연기관 자동차 업체들은 전기차 투자 승부가 먹혀들면서 서서히 투자자들의 관심을 다시 끌어모으고 있다.
■ 리비안, 낙관·비관 공존
상장 이후 한 때 테슬라, 도요타에 이어 시가총액 기준 세계 3위 자동차 업체로 등극했던 리비안은 생산확대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리비안은 지난달 9일(현지시간) 공모주 발행, 10일 첫 거래 등을 거치며 주식시장의 스타가 됐다. 첫 거래에서 주가가 공모가 대비 29% 급등했고, 1주일 뒤에는 주가가 71% 더 뛰었다.
주가만 오른 게 아니다.
최고 자동차에 주어지는 영예인 모터트렌드의 '올해의 트럭' 상을 거머쥐며 고품질도 입증했다.
그러나 이후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난 16일에는 비관이 정점을 치달았다. 리비안은 기대에 크게 못미치는 자동차 인도 실적을 공개했다. 다른 자동차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반도체 부족, 부품 부족으로 제때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고 실토했다.
23일 리비안 주가 종가는 16일 실적 발표 이전 최고치에 비해 44%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지금은 공모가 수준으로 주가가 내렸다.
애널리스트들은 리비안의 전망이 여전히 매우 밝다며 매수를 추천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비관전망은 가시지 않고 있다.
■ 루시드도 고전

테슬라가 점차 내려놓고 있는 고급 전기차 시장을 공략한다는 목표를 세운 루시드도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특수목적합병법인(스팩·SPAC)과 합병해 나스닥거래소에 우회상장한 루시드 역시 리비안처럼 호재가 없지 않았다.
한번 충전으로 약 837km를 주행할 수 있는, 전기차 가운데 주행거리가 가장 긴 전기차 루시드에어가 모터트렌드의 '올해의 자동차' 상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악재 역시 곳곳에 도사려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루시드와 스팩간 합병에 일무 문제가 있다고 보고 소환장을 보낸 것이다. 루시드 주가는 아직 공모가 14 달러에 비해서는 높은 수준이지만 최고가 65 달러의 반토막 수준으로 주가가 하락했다.
■ 전통 자동차 업체들과 경쟁 격화
전기차 스타트업들만 고전하는 것은 아니다. 테슬라도 최근 하락세다.
최근 회복하기는 했지만 시가총액 1조 달러 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급속충전 시설 투자 등으로 전기차에 호재가 될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대규모 경기부양 프로그램이 상원에서 제동이 걸린 탓이다.
그러나 지난주 경기부양책이 좌절되기 전부터도 전기차 업체들은 고전했다.
CNN비즈니스는 28일 폭스바겐, 도요타, 포드, 제너럴모터스(GM) 등 기존 내연기관 전통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 추가 투자계획을 지속적으로 공개하면서 순수 전기차 업체들이 고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전기차로 전환하는 과도기에도 안정적인 매출과 수익이 보장되는 기존 자동차 업체들에 투자자들이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전기차 경쟁에서 순수 전기차 업체들이 반드시 승리한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에 전통 자동차 업체들은 서서히 실지를 만회하고 있다.
결국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전기차 업체들은 오랜 기다림에 지친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아 시장에서 도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으로 보인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