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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의 스틸스토리] 러시아가 소유한 미국 푸에블로 제철소 어떻게 성공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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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의 스틸스토리] 러시아가 소유한 미국 푸에블로 제철소 어떻게 성공했나?

러시아 억만장자 아브라모비치 소유의 푸에블로 제철소.이미지 확대보기
러시아 억만장자 아브라모비치 소유의 푸에블로 제철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미국 내에서 가동 중인 러시아 소유의 푸에블로 제철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제철소는 러시아 최대 철강회사이며 광산 회사인 에브라즈(Evraz)가 지난 2007년 인수한 공장이다.

푸에블로 제철소는 독창성과 끈기를 바탕으로 성장한 독특한 스토리를 갖고 있다. 반면에 외국기업과의 경쟁에서 거의 사라질 위기에 처한 이야기는 미국의 전통적인 산업체들의 생존과정을 온전히 겪은 사례와 흡사하다.
푸에블로 제철소는 최근 몇 년 동안 운영을 현대화했다. 러시아 소유였지만 해외 경쟁업체로부터 사업을 수주하면서 다시 일어서는 극적인 반전을 거두었다.

그러나 이 공장이 러시아 소속의 에브라즈로 인수되는 세부적인 마지막 과정은 미국 중서부 지역의 콜로라도 사람들에게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거나 간과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월 25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전쟁 발발과 때를 맞추어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가들은 러시아 기업과 관료, 그리고 집권층에 절벽 같은 제재를 가했다. 푸에블로의 최대 고용주 중 한 명도 조사를 받고 있다는 외신이 보도될 정도로 제재 수위는 매우 높았다.

이 조치로 에브라즈의 주가는 런던증권거래소에서 90% 폭락했고 지난주부터 거래가 중단됐다. 이 대목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인물이 누군가 인가를 어렴풋이 알게 된다. 그는 러시아 철강왕 아브라모비치이다.

에브라즈의 런던 본사는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2021년도 이익이 45% 증가하여 최대 주주인 로만 아브라모비치에게 4억5000만 달러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러시아 국영기업 민영화를 통해 억대 재산을 축적한 아브라모비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운 인물로 이미 정재계의 스타였다.

그런 이유뿐만 아니라 아브라모비치가 세인들의 관심을 이끌었던 이유는 축구 명문인 영국 첼시의 구단주로 더 잘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과 나토의 러시아 제재는 아브라비치에게 치명적으로 다가섰다. 영국은 지난주 아브라모비치 소유의 전용기를 압류했고, 지난 3일에는 그의 자산을 동결했을 뿐만 아니라 그를 에브라즈 이사회에서 해임했다.

더하여 에브라즈는 3월 30일에 아브라모비치의 회사 지분 29%를 근거로 지급될 2억1000만 달러의 배당금도 취소했다. 그는 4개의 에브라즈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는 캐나다에서도 지난 5일 제재를 당했다는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다.

결국 아브라모비치는 요트를 타고 스페인 항구를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그의 요트는 목적지를 알 수 없는 곳으로 향하고 있다. 아무도 그의 행방을 모르고 있다. 그러나 이 탈출도 그리 오래갈 것 같지가 않다. 러시아 요트 추적자들이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거취를 낱낱이 제보를 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제재 조치는 아브라모비치를 더욱 옥죄고 있다. 미국 주요 헤지펀드들은 정부로부터 아브라모비치의 투자를 동결하라는 권고를 받았다. 아브라모비치가 러시아 정부의 주요 현금 공급원으로 여겨지자 지난 14일 그를 새로운 제재 대상에 포함할 것을 고려한 것이다.

미국과 나토연맹은 러시아의 소유인 에브라즈 자체에 제재가 이뤄지지 않는 것을 눈엣가시처럼 바라보고 있다.

그렇지만 미국에 소재한 푸에블로 제철소는 러시아 최고 부호들을 추적하는 국제적 격변과 음모에도 불구하고 콜로라도 주의 지역 경제와 주변 환경 모두가 좋은 방향으로 반등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지난해 12월 빅혼 솔라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푸에블로제철소는 고로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에너지 흡수식 전기 아크 용해로에 전력을 공급하는 것이다, 푸에블로 제철소는 이미 전력 공급 설비를 완비하고 고철을 원료로 하여 철강재를 생산하고 있다.

1800에이커 면적에 75만개의 태양 전지판을 갖춘 이 공장은 세계에서 가장 큰 태양 에너지 철강 생산시설이다. 이 프로젝트는 라이트소스 BP, 엑스셀 에너지, 에브라즈와의 공동으로 진행한 걸작이다.

이 전기로는 수천 톤의 고철을 원료로 한다. 석탄과 코크스는 쓰지 않는다. 고철을 녹여 새로운 강철 레일과 파이프를 생산해 낸다. 더 긴 레일을 생산하기 위한 설비 구축 프로젝트에는 5억 달러 규모의 자금이 투입될 것이라고 한다. 미래지향적인 철강 설비로 철강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중이다.

푸에블로 경제개발공사의 제프 쇼 CEO의 말을 들게 되면 푸에블로 제철소의 미래가 보인다. 제프 쇼는 이 프로젝트를 "모든 조각을 한데 모으는 훌륭한 프로젝트"라고 말하고 있다.

푸에블로제철소에서는 약 1300명의 미국인 노동자들이 고철을 재활용하고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여 철도와 석유, 가스, 자동차용 철강 제품을 만들고 있다. 이 회사는 기후 변화에 맞서 싸우고 에너지 자립을 제공하고 있는 미국의 대표적인 친환경 에너지 사용 기업으로 탈바꿈 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푸에블로제철소에는 세계적인 음모에 어지럽게 얽혀져 있다.

세계화된 지구촌


러시아의 폭탄과 미사일이 우크라이나 도시 곳곳에 떨어지면서 세계 경제가 얼마나 많은 일들로 얽혀 있는지 그 비판적인 스포트라이트의 심부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그것은 빌 오웬스 전 콜로라도 주지사의 일단의 결단에서 엿보인다. 핵심은 미국 재무부와 나토 국가들로부터 감시를 받고 있는 러시아 은행과 금융기관의 이사진이 누구인지 명단을 전격적으로 공개한 일이다.

그리고 콜로라도 주정부가 밝힌 아브라모비치의 재산상황도 관심을 증폭시켰다. 아브라모비치의 재산은 2008년부터 소유한 스노매스의 수백만 달러짜리 주택 2채와 러시아 억만장자 유진 슈비들러가 매입한 주택 2채, 그리고 이달 초 아스펜산 기슭에 있는 7630만 에이커에 달하는 매각(러시아 이익을 위해 매각)된 땅 등이다. 아브라모비치는 지금도 미국에 2개의 사이트와 캐나다에 4개의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이것들은 모두 대중의 깊은 관심을 끄는 것들이다.

이 즈음에서 푸에블로제철소의 근무자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유나이티드 스틸 노동자 로컬 2102의 에릭 루드빅 사장의 말에 의하면 푸에블로에서는 지금까지 평소와 다름없이 사업을 잘하고 있다고 한다.

푸에블로의 근로자들은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러시아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푸에블로제철소 근무자들 스스로 에브라즈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고 잘라 말할 정도로 그들은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들은 로키 마운틴 스틸이나 CF&I에서 일하며, 자신들의 수표가 잘못 되지 않는 한 누가 청구서를 지불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정도이다.

다시 말해서 푸에블로제철소의 근무자들은 자신들이 일하고 있는 제철소가 러시아 소유물이라는 생각이 추호도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유자가 누가 되었든 미국 땅에서 미국 주변지역을 위해 일하는데 보람을 갖는 것이다.

이 즈음에 작은 변수가 발생했다. 아브라모비치가 첼시를 매각하고 수익금을 우크라이나 전쟁 희생자들에게 기부하기로 약속하자 그가 푸틴과 거리를 두는 것처럼 보인 것이다. 과연 아브라모비치의 재산 기부는 자신을 스스로 보호하기 위해 푸틴이라는 황금말을 버렸다는 의미인가는 더 두고 봐야 한다.

이 말이 나오고 아브라모비치가 첼시를 시장에 내놓은 지 8일 만에 첼시구단의 자산은 영국의 제재로 동결되고 말았다. 말을 갈아 타려던 게획이 수포로 돌아간 셈이다.

에브라즈나 푸에블로 제철소가 앞으로 어떤 혼란과 경제 제재가 일어날지 알 수 없다. 이 공장들은 모두 미국에서 필요한 제품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우선 낙관적인 생각을 갖게 한다.

어떻든 에브라즈는 푸에블로 사의 평균 임금보다 훨씬 높은 임금을 받는 강력한 고용주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에브라즈의 동향은 어떤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애브라즈는 최근에 '특정 사항에 대한 업데이트'라는 제목의 뉴스를 웹사이트에 게시했다. 3월 9일에 게재된 공지문에서 에브라즈는 아브라모비치를 비롯한 2명의 주주(에브라즈의 의결권 지분 48%)와 거리를 두고 영국의 제재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상세히 밝히고 있다.

다시 전통을 자랑하는 푸에블로제철소 이야기로 돌아가자. 이 제철소는 러시아 소유이기는 하지만 푸에블로 주를 위해 좋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철강회사(Mill)로서의 이미지를 더럽히지 않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푸에블로 제철소가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을 적극적으로 실행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푸에블로 도시재생청(Urblo Urban Renewal Authority)은 새 공장이 건설되고 있는 부지에 9160만 달러의 채권 자금을 지원하면서 환경 정화 작업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 채권은 정화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말 매각됐으며 향후 에브라즈로부터 걷힌 세금을 통해 상환될 예정이다.

푸에블로 치프테인 지사에 따르면 지난주 일부 국민들은 채권 자금이 러시아의 전쟁 노력에 유용될 수 없다는 확신을 얻으려고 했다. PURA의 제리 파체코 전무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에게 그럴 수 없다고 장담했다.

이 문제에 대해 존 홀콤 덴버대 경영대학 명예교수는 "이 문제로 푸에블로 제철소의 명성이 훼손되거나 지역사회에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수백 개의 기업이 공식적인 제재를 앞서서 실행하고 있으며, 러시아와의 거래를 거부하고 있다는 사실은 반가운 일"이라고 언론 인터뷰에서 강조한바 있다.

존 홀콤의 말은 어떤 점을 내포하고 있을까? 그는 전 세계적으로 반러시아 정신의 총체적인 봉기가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비록 그들의 주가가 회사를 계속 운영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회복된다 하더라도, 에브라즈와 같은 회사들에게 적어도 단기적인 홍보의 위기를 맞을 것임을 지적하면서 부차적인 피해가 있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또 다른 의미도 있다. "푸에블로 제철소와 러시아 소유주는 오명을 다룰 것이지만 어떻게 파이를 잘라도 파이는 진짜 문제가 되며, 그것은 제재 때문이 아니라 러시아에 대항하는 대중 봉기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하고 있는 점이다.

위기 위험평가


다국적 기업들의 운명은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과 같은 국제적인 위기로 대혼란을 겪을 수 있다. 다국적 기업들이 스스로 사회적, 정치적, 법적 위험도 평가를 하지 않는다면 혼란은 더욱 가중된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홀콤이 말하는 혼란은 기업의 세계화가 대부분의 기업과 국가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고 믿지만,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리스크를 미리 예측하는 일은 정말 어렵다.

홀콤의 말대로 모든 위기는 해당회사에 달렸다. 만약 기업들에게 정치적 위기가 닥친다면, 사업주들은 그들의 모국과 그들의 사업체 일부를 유치하는 국가들의 '표적'에 놓이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과정이다.

아브라모비치는 푸틴에 맞설 수 없기 때문에 러시아의 집권층은 어느 쪽이든 잃을 것이 많을 것이 분명하다. 에브라즈가 북미 지분을 분할할 가능성도 있지만 소유주들은 여전히 어느 국가이든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숙명을 지금 이 순간 폭탄처럼 안고 있다.

푸에블로 혹은 다른 지역의 제철소 노동자들에게 위기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수십 년 동안 그들은 파업과 파산, 그리고 새로운 소유주들에 대한 경영권 이전을 경험했고 견뎌냈다.

푸에블로의 철강공장의 이야기는 정말로 주기적으로 발생했다. 이 철강회사는 철도계의 거물 Gen에 의해 설립되었고, 윌리암 팔머와 부유한 사업가 John D에 의해 매각되기도 했다.

현금 투입이 필요했던 록펠러 주니어는 미국 서부를 건설하는 데 도움을 준 전 세계 이민자들의 노동력을 바탕으로 진행되었다는 사실들이 여전히 웹사이트에 자랑스럽게 기록하고 있다.

아무튼 푸에블로제철소의 철강공장이 1881년에 문을 연 지 몇 년 만에 40개 이상의 언어가 사용되었다는 것만 보더라도 이 공장은 엄청난 부침의 역사가 있었음을 알게 해 준다.

이 철강공장의 스토리 속에는 인수와 확장, 노조와 파업으로 점철되어 있다. 1980년대에는 콜로라도주 연료철회사 CF&I가 외국과의 경쟁으로 큰 타격을 받아 1990년도에 파산선고를 받았고 남은 것은 오리건 철강 회사에 의해 인수되었다.

그리고 예전 모습보다 훨씬 더 작은 버전인 록키 마운틴 제철소가 되었지만 이 제철소를 2007년에 에브라즈가 사들였고, 이후 몇 년 동안에 부활의 시기를 맞기도 했다.

이런 쓰라린 부침의 역사 속에서 부활한 푸에블로 제철소의 노동자들은 기업의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느냐는 관점과는 상관없이 여전히 미국내 철강공장(Mill)에서 일하며 늘 그래왔던 것처럼 필요한 레일과 파이프를 생산해 내면 그만이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김종대 글로벌철강문화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