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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머스크 앞에 나타난 뜻밖의 흑기사는 '트위터 창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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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머스크 앞에 나타난 뜻밖의 흑기사는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 트위터 창업자(왼쪽)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잭 도시 트위터 창업자(왼쪽)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로이터

글로벌 소셜미디어 트위터를 상대로 한 일론 머스크의 적대적 인수 시도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뜻하지 않은 흑기사가 나타났는데 그 흑기사가 다름 아닌 트위터라는 기업을 창업한 잭 도시이기 때문.

기업의 인수합병과 관련해 흔히 비유적인 표현으로 쓰이는 흑기사는 기업의 경영권을 뺏는 일을 돕는 제3자를 말한다. 반대로 백기사는 적대적 인수에 맞서는 경영진에게 우호적인 제3의 매수 희망자를 가리킨다.

이에 대해 미국 투자 전문매체 더스트리트는 “머스크와 도시가 뜻밖으로 트위터의 적대적 인수를 위한 동맹세력을 형성한 모양새”라고 19일(이하 현지시간) 표현했다.

◇도시가 트위터 경영진을 비판한 이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4일 트위터에 대한 적대적 인수 계획을 공개한 이후 딱히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던 도시 전 트위터 창업자는 17일 다른 트위터 사용자가 올린 트윗에 댓글을 다는 형식으로 미국 경제계를 들썩이고 있는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트위터 이사회에 대한 비판을 담은 게시물이었는데 도시는 이에 대해 “트위터 이사회는 그동안 회사를 위해 제대로 기능한 적이 없다”며 트위터 경영진에 대한 비판에 가세한 것.

그는 다른 트위터 사용자가 “그런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도 되느냐”고 묻자 “아니다”고 답하기까지 했다. 도시는 임기가 얼마 남진 않았지만 이사직은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라서다.
아직은 트위터 이사회에 속한 경영진인데 그런 발언을 해도 괜찮겠느냐는 우려 섞인 질문에 안되는줄 알면서도 일부러 그렇게 했다고 당당히 밝힌 것이고 이는 곧 현 트위터 경영진에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됐다.

트위터 경영진은 머스크의 적대적 인수 제안을 수용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공식 입장을 아직 밝히지 않은 가운데 경영권 방어를 위한 이른바 ‘포이즌 필’을 발동한 상황이다.

미국 언론들은 자신이 속한 트위터 이사회가 경영권 방어에 나선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도시가 트위터 이사회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은 머스크의 적대적 인수 시도에 사실상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트위터는 도시가 지난 2006년 창업한 기업으로 페이스북과 함께 글로벌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양대산맥을 이루는 수준으로 성장했으나 그가 다른 회사 CEO를 겸직하고 있는 것 등을 문제 삼은 일부 투자자들의 사퇴 압력을 받은 끝에 지난해 11월 CEO 자리에서 물러난 상황이다.

◇도시-머스크 연합군(?) 형성


트위터를 만든 주인공의 성원에 고무된 듯, 아니면 마치 서로 입을 맞추기로 한 듯 머스크 역시 트위터 경영진에 대한 공세를 파상적으로 이어갔다.

머스크는 지난 18일 올린 트윗에서 “내가 트위터를 성공적으로 인수하고 나면 트위터 이사회 멤버들은 아무런 보수도 받지 못하게 될 것”이라면서 “이 조치만으로도 연간 최대 300만달러(약 37억원)의 돈을 아낄 수 있게 된다”며 사실상 위협을 가했다.

트위터가 이사진에게 매출 지급한 인건비 규모가 최대 300만달러에 달한다는 것인데 자신이 회사의 주인이 되면 전부 무보수직으로 돌리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머스크의 논리는 과다한 인건비 문제 이전에 현 트위터 이사진이 주주들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고 있다는데 기반한다.

머스크는 앞서 지난 16일 올린 트윗에서도 “트위터 이사회 멤버들이 현재 보유한 트위터 지분은 거의 전무한 수준”이라면서 “이사진의 경제적 관심사와 주주들의 관심사가 다를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미국 경영전문지 포춘은 머스크가 트위터 이사회 멤버에 대한 보수 삭감 계획을 공언한 것에 대해 “트위터 경영진에 대한 불신임 여론을 유도해 트위터 인수를 유리하게 이끌고 가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도시와 머스크의 가까운 관계


잭 도시 트위터 창업자가 지난 2019년 2월 13일(현지시간) 일론 머스크를 높이 평가하는 내용으로 올린 트윗. 사진=트위터이미지 확대보기
잭 도시 트위터 창업자가 지난 2019년 2월 13일(현지시간) 일론 머스크를 높이 평가하는 내용으로 올린 트윗. 사진=트위터


그러나 도시가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시도에 편을 들고 나선 것은 알고보면 놀라울 일이 아닐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둘의 공통점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다.

도시가 1976년생, 머스크가 1971년생으로 나이 차도 크지 않지만 개인적으로도 친분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도시는 지난 2019년 트위터 인플루언서 가운데 누가 가장 좋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개인적으로는 머스크가 트위터를 활용하는 방식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고 표현한 적이 있을 정도. 머스크가 실존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자신의 생각을 공개적으로 밝히는데 트위터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매우 마음에 든다고 밝혔던 것.

8000만명이 넘는 어마어마한 팔로워를 거느리면서 트위터를 자신만의 ‘1인 미디어’로 활용해온 머스크가 지난해말까지 트위터를 이끌어온 도시 입장에서는 매우 자연스러운 표현일 수 밖에 없다.

두 사람은 모두 한 기업에 만족하지 않고 잇따라 기업을 창업해온 이른바 ‘연쇄 창업가’로도 유명하다.

머스크는 이미 글로벌 결제업체 페이팔을 창업한 바 있고 현재 세계 1위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는 물론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 굴착기업 보링컴퍼니, 뇌신경과학 전문업체 뉴럴링크, 인공지능 전문업체 오픈AI 등 5개 업체를 잇따라 만들어 경영 중이고 도시 역시 트위터를 창업한 것에 그치지 않고 모바일 결제업체 스퀘어를 2009년 창업한 경험이 있다.

두 기업은 암호화폐를 적극 지지하는 대표적인 기업인으로도 공히 유명하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