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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대기업 상당수, 쥐꼬리 법인세 내거나 한푼도 안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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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대기업 상당수, 쥐꼬리 법인세 내거나 한푼도 안냈다



미국 포춘 100대 기업의 지난해 실효세율 현황. 심지어 AT&T 등 4곳은 실효세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CAP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포춘 100대 기업의 지난해 실효세율 현황. 심지어 AT&T 등 4곳은 실효세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CAP

26일(이하 현지시간) 악시오스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의 내로라하는 대기업 가운데 19곳이 지난해 연방 법인세를 단 한 푼도 내지 않았거나 10%도 안되는 실효세율을 적용 받은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미국진보센터(CAP)가 경영전문지 포춘이 선정한 100대 기업에 적용된 실효세율을 분석한 결과다.

이는 공화당 소속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31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의 감세 법안을 지난 2017년 통과시킨 여파로, 특히 세계 최대 통신업체 AT&T를 비롯한 일부 미국 대기업의 경우 실질 세부담이 오히려 줄어드는 실효세율 역전현상, 즉 세금을 내기는커녕 돌려받는 현상까지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CAP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 후 부상한 싱크탱크로 브루킹스연구소와 함께 미국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싱크탱크다.

◇대기업 15곳 실효세율 10% 미만…4곳은 실효세율 역전


미국진보센터(CAP)가 26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 사진=CAP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진보센터(CAP)가 26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 사진=CAP


CAP가 이날 발표한 보고서의 결론은 포춘 100대 기업 가운데 상당수가 지난해 기록적인 순익을 냈음에도 과세표준에 크게 못미치는 법인세를 냈거나 아예 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

그 결과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업체 마이크로소프트, 미국 최대 완성차 제조업체 GM, 미국 최대 보험기업 메트라이프, 세계 최대 음료업체 코카콜라 등 15개 미국 기업에 적용된 실효세율이 법정세율에 크게 못미치는 0.2~9.9% 수준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GM에 적용된 실효세율이 0.2%로 가장 낮았고 물류기업 UPS에 적용된 실효세율이 9.9%로 가장 높았다.

뿐만 아니라 AT&T, 미국 2위 케이블방송 사업자인 차터커뮤니케이션스, 미국 굴지의 금융기업인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 미국 최대 화학기업 다우케미컬 등 4개 대기업의 경우에는 심지어 실효세율이 역전돼 오히려 세금 환급을 받은 것으로 파악돼 논란이다.

실효세율이란 과세표준, 즉 표면세율에 대한 실제의 세부담으로 각종 공제와 감면 조치 후 실제로 낸 세금(결정세액)의 비율을 말한다.

◇트럼프표 감세법안 손질 여론 높아질 듯


CAP가 확인한 이번 결과는 경제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이 수년간 협상을 벌인 끝에 지난해 합의한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 15%에 크게 못 미치는 논란을 빚는 이유는 세율로 미국 기업들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지난 195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것과 대조를 이루기 때문이다.

특히 이같은 결과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강력한 감세 드라이브로 지난 2017년 제정된 ‘감세 및 고용법’을 통해 법인세 최고 세율이 종전의 35%에서 21%로 대폭 인하된데다 대기업들이 주로 누리는 각종 공제 및 감면 혜택까지 적용된 때문에 벌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조세전문 싱크탱크 조세경제정책연구소(ITEP)의 매튜 가드너 선임연구원은 악시오스와 인터뷰에서 “트럼프표 감세법안이 발효되기 전에도 각종 공제 및 감면혜택으로 실효세율은 과세표준보다 낮았지만 그래도 평균 17% 수준은 유지했었다”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ITEP도 앞서 지난해 4월 펴낸 보고서에서 포춘 500대 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5개 대기업이 연방 법인세를 한푼도 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공개한 바 있다.

이번 보고서를 펴낸 세스 핸론 CAP 선임연구원은 악시오스와 인터뷰에서 “엄청난 영업이익을 올리는 대기업들이 거의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라면서 “미국의 조세제도에 커다란 구멍이 있음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밝혔다.

CAP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아젠다에 대기업에 대한 실효세율을 높이는 방안이 포함돼야 한다는 국민 여론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세제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美 대기업들 지난해 영업이익 35% 급증


지난달 미 상무부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이 전년대비 35% 급증해 1950년 이후 가장 눈에 띄는 실적 개선을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고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역대급 통화 팽창 정책을 펼친데다 그 여파로 소비 수요도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금융시장 조사업체 팩트세트도 지난 2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난해 2분기 기준 S&P 선정 500대 대기업의 영업이익이 13% 증가하는 등 미국 대기업들의 순익이 지난해 전체적으로 크게 개선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