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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반도체지원법안 놓고 반도체 기업들 '양분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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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반도체지원법안 놓고 반도체 기업들 '양분 사태'

반도체 설계업체들, 인텔 등 소수 기업이 혜택 독점 주장
컴퓨터 보드에 부착된 반도체칩.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컴퓨터 보드에 부착된 반도체칩. 사진=로이터
미국 상원이 이르면 19일(현지시간) 미국의 반도체 산업에 520억 달러(약 68조 4,000억 원)를 지원하는 내용이 담긴 ‘미국경쟁혁신법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나 미국의 일부 반도체 기업들은 지원 혜택이 인텔에 집중될 수 있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18일 로이터 통신은 AMD, 퀄컴, 엔비디아(Nvidia) 등 반도체 기업들이 이 법안에 반대할지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의회에서는 반도체 투자 인센티브 지원과 관련해 2020년 6월에 ‘반도체지원법안(CHIPS Act)이, 2021년 6월에 ‘반도체증진법안’(FABS Act)이 발의됐다. 척 슈머 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의회 일각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반도체증진법안을 일단 보류한 채 대체로 초당적인 지지를 받는 반도체지원법안을 ‘미국경쟁혁신법안’에 포함해 전체 회의 표결에 부치겠다고 밝혔다.

두 법안은 모두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차단하기 위해 마련됐다. 중국의 반도체 산업이 지난 5년 사이에 급성장했고, 현재 글로벌 시장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지원법안은 지난해 6월 상원에서, 올해 2월 하원에서 각각 가결됐으나 두 법안의 내용이 달라 이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민주당과 공화당 간 견해 차이로 의회에 계류돼 있다.
슈머 원내대표는 14일 반도체 지원을 위한 예산 520억 달러와 미국 반도체 제조업체에 대한 세제 혜택이 포함된 내용의 수정안을 표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대통령 정부와 일부 의원들은 이 수정안에 찬성하고 있다고 외신이 전했다.

그러나 법안 표결을 앞두고 미국 반도체 업계가 분열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AMD와 퀄컴 등은 표결에 부쳐질 반도체지원법안에 인텔처럼 반도체를 미국에서 직접 생산하는 기업과 AMD와 퀄컴, 엔비디아처럼 반도체를 설계만 하고, 생산을 위탁업체에 맡기는 기업을 차등 대우하게 돼 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상원에 제출된 법안은 미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이 공장을 건설할 때 지원금을 주고, 투자금에 대한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인텔과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처럼 반도체 공장이 있는 기업만 혜택을 보고, AMD 등은 정부의 지원 대상에서 배제될 수 있다.

그렇지만, 미 하원에 제출된 반도체증진법안에는 반도체 생산업체뿐 아니라 반도체 설계업체도 정부 지원금과 투자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는 내용이 들어 있다. 반도체 설계업체들은 하원에 제출된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는 두 법안을 모두 통과시켜달라고 의회에 요청했다.

인텔이 상원 법안으로 200억 달러를 챙기고, 다시 하원 법안으로 5억 달러 또는 10억 달러를 지원받으면 다른 반도체 기업이 인텔과 경쟁할 수 없다고 반도체 설계 기업들이 주장했다.
인텔은 미국 오하이오주(州)에 있는 1,000에이커 부지에 200억 달러를 투입해 2개의 첨단 반도체 공장을 설립한다. 인텔은 이 시설을 올해 말 착공오는 2025년부터 양산할 계획이다.
인텔 측은 해당 용지가 총 8개의 공장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향후 10년 동안 투자 규모는 1,000억 달러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인텔은 이미 미국 애리조나주 챈들러에 파운드리 2개 라인을 건설하고 있다. 인텔은 2025년부터 적용할 1.8나노 공정을 위해 경쟁사인 TSMC와 삼성전자보다 앞서 ASML의 차세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도입 계약도 체결했다. 인텔은 이번 200억 달러 규모의 공장 설립으로 파운드리 생산 경쟁에 뛰어들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미국 정부의 국내외 기업의 자국 투자유치 정책에 따라 세금 감면반도체 투자 보조금 혜택 등 총 4조 8,000억 원 지원을 약속받고 170억 달러를 투자해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새로운 칩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업체인 대만의 TSMC 역시 미국 정부의 지원을 약속받고 애리조나에 120억 달러 규모의 칩 공장 건설 중이다.

미국 내 반도체 관련 기업들이 미국 의회에 반도체 산업 육성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서한을 15일 발송했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와 반도체 관련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고위 경영진 120여 명이 미국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관련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요청했다.
서한에는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와 패트릭 버니 마이크론 CEO, 게리 디커슨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CEO 등서명했고, 국내 기업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동참했다.

세계 반도체 공급망을 국 중심으로 재편하려고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에 이른바 ‘칩 4 동맹’에 참여할 것인지를 확인하고 있으며 8월 말까지 답변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칩 4 동맹은 미국, 한국, 대만, 일본 등 4개국 간의 반도체 협력을 확대하고 강화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제안한 것이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