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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으로 기우는 동남아…미국, '안보 무기'로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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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으로 기우는 동남아…미국, '안보 무기'로 잡는다

동남아 확장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동남아 확장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중국은 북쪽과 동쪽은 대륙에 인접해 있고 서쪽은 러시아와 한반도를 경계하고 있다. 남쪽으로 나가면 남태평양인데 이곳은 전통적으로 미국의 바다였다.

중국은 산업화 과정을 거쳐 세계화에 합류하고 세계의 제조공장이 되면서 물류와 에너지 지원을 수입하려면 바다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이에 중국은 일대일로를 비롯해 동남아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 각별히 노력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중국은 동남아 국가들과 교역량에서 미국을 추월했다.

중국 해관총서(관세청)에 따르면 올 1분기 중국-아세안 무역액은 약 259조3755억 원으로 중국-EU 무역액 251조6903억 원을 제쳤다. 미국과 아세안의 무역 규모는 중국과 아세안의 무역 규모의 3분의 2 수준에 그친다.

이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정식 발효, 양자간 산업의 유기적 협력 확대, 중국의 아세안 농산물 수입 확대 등 양자 간 무역 활성화를 견인한 동력이 작동한 때문이다.

ISEAS-Yusof Ishak Institute(2020)에서 실시한 아세안 국가 대상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세안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국가는 중국이 단연 79.3%로 1위인 반면 미국은 7.9%로 비할 바가 아니다.

정치ㆍ전략적 영향력 면에서도 중국은 52%, 미국은 26% 수준에 그쳤다.

미국이 중동에 몰입하고 동남아를 조금 등한시할 때도 중국은 동남아 곁에 있었다. 동남아에 외환위기가 닥쳐 대부분의 동남아 국가들이 힘겨워할 때 중국은 자신들의 경제 사정도 좋지 않았음에도 동남아 국가를 경제적으로 지원했다.
코로나 기간에도 미국과 서방이 백신을 자국 및 우방국에 우선 배급할 때 동남아 국가들은 비록 성능은 의심스러웠지만 중국의 백신을 지원 받을 수 있었다.

이에 동남아 국가들은 경제적으로 중국과 긍정적 관계를 맺는데 거부감이 없다. 이에 동남아 국가들은 중국과의 고위급 회담을 지속하고 있으며 중국 발전 전략 전수 프로그램을 기꺼이 이수하려고 한다. 공무원과 교수, 학생들을 중국에 파견 보내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동남아 공략에 대해 뒤늦게 경각심을 갖게 되었다. 동남아는 세계 에너지 유통로이자 물동량의 주요 통과 항로이다. 이들 지역에서 미국이 교두보를 잃게 될 경우 미국으로서는 지정학적 손실을 감당하기에 너무 큰 부담이 된다.

미국은 경제적으로 중국에 비해 더 많은 것을 동남아 국가들에게 주는 것이 쉽지 않지만 미국과 우방인 일본과 호주를 통해 이들 국가에게 민주주의와 자유주의를 더 전파할 수 있다. 경제적 도움을 제공할 수도 있다.

한가지 다행스런 것은 군사적으로 이 지역에서 최고 강국인 중국이 지역의 패권을 지향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언제든지 대만을 비롯 동남아 국가들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기에 동남아의 국가들은 미국의 끈을 놓으려고 하지는 않는다.

ISEAS-Yusof Ishak Institute(2020) 조사에서도 이런 성향이 확인되었는데 양자 택일을 요구받을 경우 중국(38.5%)보다 미국(61.5%)을 선택한다고 답해 아직 미국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동남아 국가들은 경제적 탈세계화에 이어 정치적 탈세계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어느 한쪽 편으로 기울어지는 것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으며 회의적인 상태다.

다만, 극변하는 세계질서 속에서 자국의 안보와 경제적 이익을 위해 실용 노선을 추구하려고 한다.

미국이 이 지역에서 헤게모니를 잃지 않으려면 경제적 위상을 회복하는 데 이어 자국 내에서 발생하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위협하는 문제들을 조기 수습하고 군사적·과학기술적 혁신을 한 걸음 더 빨리 가져가야 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