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런던금속거래소, 러시아산 금속 공급금지 두고 시장 분열

공유
0

런던금속거래소, 러시아산 금속 공급금지 두고 시장 분열

영국 런던금속거래소 내 거래중인 트레이더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영국 런던금속거래소 내 거래중인 트레이더들. 사진=로이터
런던 금속 거래소는 올해 비난의 불길에 직면했고, 그 불길은 훨씬 더 타오를 전망이다.

145년 된 이 거래소는 올 3월 니켈을 대규모 밀어내기 매도를 해서 이미 감독 당국으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으며 헤지펀드와 독점 거래자들에 의해 소송을 당하고 있다.
이제 그에 더해 또 다른 충돌로 치닫고 있다. 이번에는 러시아산 금속 공급 금지 여부를 두고 업계를 분열시키는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야후 파이낸스 등 외신이 26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하고 나섰다.

외신이 알루미늄 시장 거래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러시아산 금속 공급 금지 여부를 두고 의견이 크게 나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소비자들이 러시아산 금속을 가져가는 것을 꺼리는 반면, 러시아산 특화 제품을 구매하는 일부 구매자들은 불가피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미국 최고의 생산기업 알코아는 런던금속거래소(이하 LME)에 러시아산 금속공급을 금지해달라는 요청을 했고, 반대로 유나티드루살인터내셔널(Rusal International PJSC)은 그럴 경우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음을 암시했다.

LME는 이달 초 러시아산 금속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두고 공식 논의를 시작했고, 세계의 금속 광물 기업, 무역상, 금융가, 제조업체들이 연례 LME 주간행사 참석차 런던에 모이면서 그 논쟁은 이제 정점에 다다르고 있다.

ING 금속 전략가인 에와 만테이(Ewa Manthey)는 "LME의 어떤 조치도 금속 시장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금지하지 못한다면, LME는 세계 금속 거래의 벤치마크로서의 정당성을 잃을 위험성이 있다. 금지한다면, 세계 무역 흐름은 앞으로 몇 년 동안 지속될 수 있는 혼란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LME가 금지 조치를 검토하는 것은 원치 않는 대규모 러시아산 금속이 마지막 기착지로 LME 창고에 버려져 세계 기준 가격을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르면 다음 달에 러시아산 금속 신규 납품을 금지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LME 제안이 지난달 처음 보도된 직후 가격이 하루 만에 최고치로 급등하는 등 이미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또한 미국 백악관은 곧 터질 것 같은 거래 조건에 더해 알루미늄의 미국 수입을 제한하거나 중국 외 최대 공급사인 루살(Rusal)에 대한 제재까지 포함하는 잠재적 조치도 저울질하고 있다.
금속 생산자, 거래자 및 소비자 등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 이 문제로 이미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야후 파이낸스는 세계 실물 알루미늄 시장에서 가장 큰 업체들을 포함한 12명의 거래처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유럽뿐 아니라 미국과 아시아에서도 러시아산 금속을 꺼리는 구매자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가격이 적절하고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면 여전히 기꺼이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도 보여주었다.

악화되는 경제 전망이 그 논쟁을 흐리게 하면서 많은 제조업체는 모든 원산지의 금속 구매를 줄이려고 한다. LME는 특히 금속 소비자의 입장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트레이더는 2023년 계약 체결 논의과정에서 고객 대다수가 러시아 물량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무역회사인 콩코드 리소스사 최고경영자인 마크 한센은 그가 판매하는 약 100만 톤의 알루미늄에 대한 고객의 약 90%가 러시아산 금속 구매를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상업 거래에서 루살 브랜드에 대한 금융기관 지원 부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도덕적 우려, LME의 러시아 금속 상장폐지 전망, 미국·EU·영국의 루살 관련 정부 제재가 임박했을 가능성"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익명의 또 다른 대형 알루미늄 거래자는 전 세계 고객의 65%~85%가 새로운 계약에 따라 러시아산 금속 구매를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산업 부문별로, 지역별로 극단적인 의견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항공우주산업과 방위산업 등 핵심 산업에 널리 사용되는 루살사의 보다 전문화된 일부 제품 시장에서는 대체 공급업체가 부족해 자체 제재가 널리 시행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설문 응답자에 따르면, 일본에서도 일부 대형 무역업자들이 다가오는 분기 계약에서 러시아산 알루미늄의 반입을 거부하고 있다.

또 다른 거래자는 아시아 고객 중 약 30%가 가격이 유리하다면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몇몇 거래자들은 은행들의 자체 제재가 더욱 강화되면서 그러한 거래의 자금 조달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 러시아의 거대 알루미늄 생산업체인 루살은 고객들로부터 회사가 제재를 받지 않는다면 내년에 계획된 생산량의 76%에 달하는 금속을 살 것이라는 암시를 받았다고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일부 고객들은 2023년에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이는 유럽의 새로운 고객을 포함한 다른 고객들에 대한 판매 증가로 인해 크게 상쇄될 것으로 보인다. 협상 중인 판매량은 지난해 계약 체결 시즌 같은 시점에 비해 약 12%에서 13% 감소했지만, 이는 경기 침체가 더 크게 반영된 측면도 있다.

러시아 MMC 노릴스크 니켈 PJSC는 유럽에서의 판매량 두 자릿수 감소를 각오하고 있으며 아시아로 더 많은 금속을 판매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알루미늄 품목에서는 자체 제재 추세의 예외로 주목할 만한 사례가 올해 초 러시아로부터 금속 중 약 4%를 구매한다고 밝힌 콘스텔리움 SE 경우가 있다. 이 회사는 루살사의 특별한 부가가치 제품 구매자다.

2020년 당시 160억 달러 규모였던 루살과 장기 공급 계약을 갱신한 글렌코어(이하 글렌코어)도 내년 계약에 따라 루살사의 상품 등급 금속을 대거 사들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문제가 해당 산업을 어떻게 분열시키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글렌코어가 지분 43%를 소유하고 있는 미국 알루미늄 생산업체 센추리 알루미늄은 알코아처럼 러시아 알루미늄에 제재를 가하도록 미국 정부에 로비를 벌여왔다고 여기에 정통한 소식통은 전했다.

시장에서 이런 논쟁이 가열되는 동안, 트레이더들은 지난 일주일 동안 대량의 알루미늄이 LME 시스템으로 유입된 후 이틀 동안 금속을 회수하기 위한 대량 주문이 뒤따르는 것을 주시해 왔다. 그러나, 그 주문량의 상당 부분은 러시아산이 아니었으며, 이는 현재로서는 그 논쟁에 영향을 미칠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시장에서 전적으로 의견 일치가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LME가 어떤 선택을 하든 일부 시장 참여자들은 불만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 알루미늄 시장에서 큰 발자국을 가진 두 무역업자는 러시아 유입에 제한을 두는 동시에 공급이 빠듯한 시기에 소비자들이 구매할 수 있는 문을 열어두는 덜 극단적인 해결책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LME가 토론 내용 중 띄운 이 중도적인 아이디어도 반대론자들이 있다. 그들은 그 방안이 성공적으로 시행되거나 그 룰에 따라 교활한 거래자들이 거래하도록 열어두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 고위 트레이더는 그러한 규제는 득보다 실이 많을 위험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진충 글로벌이코노믹 명예기자 jin2000k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