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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머스크 선전포고'에 '애플‧구글 인앱 수수료' 최대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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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머스크 선전포고'에 '애플‧구글 인앱 수수료' 최대 위기



일론 머스크 트위터 새 총수(왼쪽)와 팀 쿡 애플 CEO.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일론 머스크 트위터 새 총수(왼쪽)와 팀 쿡 애플 CEO. 사진=로이터

“이는 인류 문명의 미래를 위한 투쟁이다. 표현의 자유가 미국에서조차 보장되지 못한다면 인류 앞에는 ‘독재의 시대’만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일론 머스크 트위터 새 총수는 단순한 기업인으로 간주되지 않는 이례적인 기업인이다. 특히 자신이 생각하기에 매우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인류’ ‘인류 문명’이라는 거창한 또는 비장한 표현을 종종 동원해 시선을 집중시키곤 했다.

머스크는 이처럼 애플과 구글에 선전포고를 하면서도 자신이 인수한 트위터라는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인류 문명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선전포고가 과연 인류 차원에서 필요한 행보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세 가지 점은 확실하다는 지적이다.

첫째는 그가 트위터 인수의 명분으로 내세운 ‘표현의 자유’ 문제를 이 사안에 대해서도 일관성 있게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는 그의 선전포고를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기업이 나타났다는 점이다. 셋째는 그 결과 머스크가 ‘복점체제’로 규정한 애플과 구글에 맞선 연합전선이 구축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막강한 시장 지배력으로 최대 30%에 달하는 모바일 앱 결제 수수료 정책으로, 사실상 ‘통행세’로 불리는 철밥통 수수료 정책으로 거센 반발을 불렀으면서도, 세계 최초로 한국 국회에서 두 기업을 겨냥해 이른바 ‘인앱 결제 강제 금지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음에도 인앱 결제 수수료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애플과 구글이 최대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모바일 앱 개발업체와 개발자들이 먼저 일으킨 싸움에 결과적으로 머스크가 가세하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머스크 “인류 문명의 미래를 위해 인앱 수수료와 전쟁 불사”


일론 머스크 트위터 새 총수가 29일(현지시간) 올린 트윗을 통해 애플과 구글의 ‘불공정’ 수수료 정책에 대해 선전포고를 했다. 사진=트위터
일론 머스크 트위터 새 총수가 29일(현지시간) 올린 트윗을 통해 애플과 구글의 ‘불공정’ 수수료 정책에 대해 선전포고를 했다. 사진=트위터


29일(이하 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머스크는 애플과 구글을 정면으로 겨냥한 선전포고성 트윗을 최근 잇따라 쏟아내고 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분점하고 있는 애플 아이폰과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기반한 안드로이드폰에 맞설 새로운 스마트폰을 개발할 용의가 있다고 지난 25일 밝히고 나선 것을 시작으로 애플과 구글의 시장 독점 문제에 포화를 퍼붓고 있다.

모바일 폰 앱 마켓을 장악하고 있는 애플과 구글이 트위터를 자신들의 앱 마켓에서 퇴출시킬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지지자가 제기하자 기다렸다는 듯 스마트폰 사업 진출 가능성까지 배제하지 않으면서 두 거대 기업의 불공정 인앱 수수료 문제를 본격적으로 비판하기 시작한 셈이다.

머스크는 이어 28일 올린 트윗에서 “애플이 앱스토어에서 트위터를 퇴출시키겠다고 협박해온 것은 물론, 트위터에 대한 광고도 대부분 중단했다”면서 “애플은 미국에서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냐”며 공격 수위를 높였다.

그는 애플에 30%의 수수료를 뜯기느니 차라리 전쟁을 벌이겠다는 의도를 담은 짤도 올렸다.

다만 기본적으로 머스크의 이 같은 행보는 머스크가 다음 달부터 출시하겠다고 예고한 월 8달러의 구독료를 내야 하는 트위터 계정 유료 인증 서비스를 방어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에픽게임즈‧스포티파이 등 ‘반애플‧구글 진영’ 머스크 참전에 “천군만마”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CEO가 29일(현지시간) 올린 트윗에서 애플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사진=트위터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CEO가 29일(현지시간) 올린 트윗에서 애플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사진=트위터


그러나 머스크의 이 같은 움직임은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애플과 구글의 불공정한 앱 수수료 정책에 맞서 전 세계적인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를 개발한 에픽게임즈와 세계 최대 음악스트리밍 업체인 스포티파이 등이 주축이 돼 결성된 ‘앱공정성연합(CAF)’이란 반(反)애플‧구글 동맹체가 천군만마를 얻었다며 반색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애플과 구글이 독과점 지위를 악용해 30%에 달하는 무자비한 수수료를 챙기는 바람에 앱 개발자들의 생존권이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었는데, 머스크도 ‘통행세’라는 표현을 똑같이 써가며 이들의 주장에 결과적으로 힘을 실어주면서 애플‧구글에 맞서는 연합전선이 그 어느 때보다 대폭 확장돼서다.

실제로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CEO는 29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애플은 앱 유통 시장에서 불법적인 독점권을 유지하면서 세계의 자유를 위협하는 존재”라며 머스크의 참전을 대환영했다.

그는 “애플은 이 같은 시장 지배력을 악용해 미국의 사회적 담론을 장악하고 중국의 데이터센터에서 애플 고객의 정보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최근 벌어지고 있는 중국의 반정부 시위대를 위험한 처지에 빠지게 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CAF은 “애플의 경우 사실상 통행세인 30%의 인앱 수수료를 애플 앱스토어에서 판매되는 거의 모든 앱의 결제에 적용하고 있다”면서 “이 불공정한 통행세로 애플이 쓸어 담는 매출만 연간 150억 달러(약 19조8000억원)가 넘는다”고 주장했다.

로이터는 “이들의 제소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애플의 과도한 인앱 수수료 정책이 EU의 반독점 법규를 위반했는지 여부에 대해 현재 조사를 진행 중”이라면서 “조사 결과 위반한 것으로 결론이 날 경우 애플은 전 세계 앱스토어 매출의 10%에 달하는 과태료를 물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투자 컨설팅업체 피니마이즈의 루크 서더즈 애널리스트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애플이 트위터를 앱스토어에서 빼겠다고 위협을 가했다면 애플은 위험한 게임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머스크가 참전한 상황에서 애플이 그 같은 행보를 보이는 것은 위험해 보인다는 것.

그는 “애플이 실제로 트위터를 앱스토어에서 배제할 경우 소송이 잇따를 것이 자명하다”면서 “트위터 인수 과정에서 벌어진 법정 공방에서 머스크가 능수능란하게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국면을 이끌었던 점을 반추해보면 애플의 행보는 머스크의 강력한 저항을 자초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