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유로존 중앙은행들 대규모 손실…내년 시중은행 예치금 이자만 700억유로

공유
0

유로존 중앙은행들 대규모 손실…내년 시중은행 예치금 이자만 700억유로

독일 프랑크푸르트 소재 유럽중앙은행(ECB) 건물 외부 안내표지판.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독일 프랑크푸르트 소재 유럽중앙은행(ECB) 건물 외부 안내표지판. 사진=로이터
만약 어떤 회사가 보통 모든 충당금과 자본금을 잃어버릴 정도 이상으로 향후 5년간 90억 유로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주주들에게 통지한다면, 그 회사는 실존적 위기에 직면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런데 그런 정상적인 룰이 벨기에 중앙은행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외신은 12일(이하 현지시간) 벨기에 중앙은행이 올해 주요 배당금 지급 폐지 등을 포함한 경고 조치에 나서자 지난주 그 주가가 약 18% 하락했지만, 여전히 투자자들에게 그런 금융 우려가 "안정성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시 확신시켜주었다고 보도했다.
유로화를 공유하고 유럽중앙은행의 주요 주주인 19개 중앙은행 중 하나인 172년 된 벨기에 중앙은행은 "결국 중앙은행은 최소한 일시적으로나마 마이너스 자본 포지션으로 계속 운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치솟는 인플레이션에 대처하기 위해 금리를 대폭 인상하고 대규모 채권 매입을 하면서 이들 중 상당수가 다른 분야에서 벌어들이는 이자수익보다 시중은행에 더 많은 이자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픽텟 자산운용의 프레데릭 듀크로제트 거시경제연구실장의 추산에 따르면 유로존 중앙은행들은 내년에 시중은행 예금에 대해 약 700억 유로의 이자를 지불해야 한다. 이런 현상은 시중 은행들이 중앙은행 예치금에 이자를 내던 마이너스 금리 시기였던 2014~2021년 ECB의 공격적인 통화 완화의 결과로 최근 몇 년치 이자액보다 훨씬 큰 금액이다.

두크로제트는 예치금 이자 지급 규모가 큰 유로존 중앙은행들을 적자로 이끌 것이라며 일부는 "자본금 구성 재편에 대한 정치적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이것이 찻잔 속의 태풍에 불과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중앙은행 전략가 피에트 헤인즈 크리스티안센는 중앙은행은 수익을 내는 것이 목표가 아니며 발권력을 가졌기에 파산이 안된다며, 시뇨리지(seigniorage)라는 과정을 통해 화폐 발행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은행 유니크레디트의 수석 경제 고문인 에릭 닐슨도 "중앙은행은 실제로 마이너스 자본으로도 적은 자본으로 잘 기능할 수 있기 때문에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체코, 스웨덴, 칠레, 이스라엘, 멕시코 등 몇몇 중앙은행들은 과거에 이미 마이너스 자산으로 전락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또 다른 일각에서는 증가하는 손실이 몇 가지 달갑지 않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대부분의 통화 당국은 국유화되어 있다. 그리고 국가가 50% 지분을 소유한 벨기에 중앙은행을 포함한 국영 통화당국의 이익의 일부는 정부 부처에 지불된다.

따라서 중앙은행의 낮은 배당금은 공공 재정에 타격을 줄 것이다. 손실이 너무 커지면, 그들은 정치적 압력을 증가시키고 독립성을 위협할 정도의 위험이 있다면 국가 구제 금융이 필요할 수도 있다.

네덜란드 은행 ABN 암로의 수석 경제학자 산드라 필리폰은 "그것이 궁극적으로 독립성의 상실을 의미하는지는 말하기 어렵지만, 국가로부터의 자본 구성 재편은 [중앙은행]이 더 독립적이 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10년간 유로존 중앙은행들은 주로 이 기간 동안 사들인 채권의 소득과 시중은행 예금에서 벌어들인 마이너스 이자 덕분에 2012년부터 2021년까지 총 3,000억 유로에 달하는 양호한 수익을 올렸다.

이러한 이익의 일부는 나라 재정에 충당되었지만, 또한 그들이 초완화적인 통화 정책을 풀면서 손실을 흡수할 수 있는 준비금을 쌓는 데 크게 사용되었다.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대폭 인상하기 시작한 이후 이러한 완충장치들이 작동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유럽중앙은행은 유로 지역의 19개 중앙은행들과 1,160억 유로의 충당금과 1,160억 유로의 준비금과 자본을 쌓았다면서 "우리의 순자본은 잠재적인 부족분을 견딜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상당하다"고 밝혔다.

일부 중앙은행들도 최근 몇 년간 인수한 대규모 채권 포트폴리오에 손실을 입고 있다. 호주중앙은행도 최근 코로나 채권 매입 프로그램에서 370억 호주달러(250억 달러)의 회계 손실을 발표해 120억 호주달러의 마이너스 자산을 남겼다.

영국 예산책임국은 영국은행이 양적완화 포트폴리오의 손실을 메우기 위해 향후 5년간 정부로부터 1,330억 파운드를 지급받아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일부 중앙은행은 자체 자금을 증권에 투자해 평가 가치가 떨어져 손실에 노출하기도 했다. 극단적인 예로 지난 10월 스위스 국립은행은 올 들어 9월까지 외환보유액으로 인한 투자 손실로 이미 기록적인 1,424억 스위스프랑(1,520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고 경고했다.

유럽중앙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같은 대형 중앙은행들은 수익성 회복시까지 '이연자산'을 축적해 어떤 마이너스 자산도 처리할 수 있어 국가 구제금융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시나리오는 특히 유럽중앙은행이 체코 국립은행과 같은 다른 유럽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자산을 가지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해 왔을 때 불편할 것이다. 그것은 또한 치솟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통화 정책의 대응에 대해 정치인들로부터 정치적 비난이 거세지는 시기에 나올 것이다.

네덜란드 은행의 카스텐 브르제스키 거시연구 책임자는 "특히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 투사로서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상황에서 마이너스 자산은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충 글로벌이코노믹 명예기자 jin2000k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