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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보호무역주의로 글로벌 질서 재편?…미국 정책의 '이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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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보호무역주의로 글로벌 질서 재편?…미국 정책의 '이중성’

스위스 제네바의 WTO본부.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스위스 제네바의 WTO본부. 사진=로이터
자유 무역의 확산은 세계 질서를 좀 더 상호 의존적으로 만든다. 가난과 궁핍 해결은 물론 갈등과 전쟁을 최소화해 보자는 시도에서 비롯되었다.

전쟁과 냉전을 극복하면서 자원과 에너지, 식량, 문화와 교류가 확산되면 다른 문화와 민족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고 보았다. 서로가 받아들일 수 있는 질서와 규범을 제정하고 그 틀 위에서 경쟁하고 각자의 몫을 찾아가는 것이 그간의 자유 무역 질서의 요체였고 그런대로 성공적이었다.

◇ 미국의 자유무역 기조와 한계


상호 의존은 2차 세계대전이 발생한 유럽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참전한 미국에서도 유행한 사조였다. 루스벨트 대통령 정부에서 시작된 전후 세계 복구를 위한 혁명적인 무역 시스템이 상호 의존을 구체화하였다.

GATT(General Agreement of Tariffs and Trade)로 알려진 이 메커니즘은 전후 시대에 경제 회복을 촉진하기 위해 시장 경제 간의 무역을 안내하는 기본 규칙을 설정했다.

냉전에도 불구하고 GATT체제는 살아남았고 번영했다. 그리고 1994년 GATT는 세계무역기구(WTO)로 편입되었다. WTO는 다자간 무역 시스템을 규제하고 촉진할 책임이 있는 정부들의 기구였다.

2차 대전 이후 미국은 ‘교역을 통한 변화’라는 기조 아래 무역을 통해 경제 성장과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 확산을 도모했다. 국제 무역 및 투자 장벽을 줄이고 WTO를 통해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비차별적인 규칙 기반 무역체제 육성을 추진했다.

냉전 이후 세계 질서는 더 상호 의존적으로 재편되었다. 미국이라는 유일한 강국을 중심으로 민주주의와 자유 경제 질서가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

WTO체제에서 개발도상국과 중국 등은 제조업으로 더 많은 돈을 벌었다. 가난과 궁핍이 개선되었고, 개방적이고 혁신적인 기업 활동이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 글로벌 GDP는 매년 성장했다. 1990년 23조 달러에서 2021년 96조 달러로 성장했다. 30년 동안 대략 4배 성장했다.

미국은 세계 무역과 투자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미국 무역은 수십 년 동안 확대되었으며, 미국 경제는 전 세계적으로 더욱 통합되었다. 2020년 코로나 대유행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무역은 글로벌 경제 회복에 긍정적인 기여를 했다.

2021년 미국은 상품 및 서비스, 수출 및 수입에서 유럽연합(EU)에 1조970억 달러, 국가별로 캐나다와 7630억 달러, 멕시코와 7260억 달러, 중국과 7190억 달러, 일본과 2790억 달러, 독일과 2680억 달러 규모로 교역했다.

하지만 미국은 전반적으로 무역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수입이 수출보다 더 많다. 상품 무역 적자가 서비스 무역 흑자보다 크다.

경쟁 과정에서 패한 국가들은 힘든 삶을 살아야 했다. 구제금융을 통해 이를 지원하였지만 성장 흐름을 타지 못한 국가들은 가난의 고통이 계속되었다.

부자는 더 부자가 되었고, 글로벌 기업들은 값싼 노동력과 더 넓어진 시장에서 압도적 매출을 올려 한 개의 기업이 한 국가의 부를 추월했다.

중국이 엄청난 속도로 부자가 되었다. 미국의 도움으로 WTO체제에 합류한 이래 중국은 20여년 만에 G2로 올라섰다. EU 27개국의 GDP를 능가했다. 중국은 이제 미국 추월을 앞두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롱비치항 모습.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캘리포니아 롱비치항 모습. 사진=로이터

트럼프의 MAGA 캠페인으로 악명 높게 알려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수사를 정치적으로 활용했다.

트럼프는 부상하는 중국으로부터 미국 경제를 분리하려는 과정을 제정하기 시작했다. 미국 상무부는 국가 안보 문제의 맥락에서 수십억 달러의 수입을 금지하는 301조 관세를 중국에 부과했다.

그는 미국 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완화하기 위해 미국 동맹국을 포함한 거의 모든 국가에서 수입되는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관세를 부과했다.

트럼프의 대중국 관세정책은 대선 패배 이후에도 지속되었다. 바이든 역시 중국에 대한 수출 통제를 확대했다.

미국은 자국이 적자의 늪에 빠져 있다는 관점에서 ‘불공정’ 해외 무역 관행과 무역 자유화로 인해 불리한 영향을 받는 미국 근로자와 기업에 구제책을 제공하기로 했다.

전략적 부문에서 미국의 혁신, 생산 및 공급망 탄력성을 강화하고 중국 및 러시아와의 특정 무역을 제한하기로 했다.

◇ 미국, 다시 보호주의 무역기조 도입


미국은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19세기에 자신들이 널리 행했던 보호주의를 되살렸다. 통상 보호주의는 관세, 보조금, 수입 할당량 또는 외국 경쟁자의 수입에 부과되는 기타 제한 또는 장애를 통해 외국의 경쟁으로부터 국내 산업을 보호하는 정책이다.

미국은 중국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자국 경제 발전을 위해 취했던 보호주의 무역 형태를 자국의 무역정책에 적극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중국은 미국에 중요한 시장이지만 중국의 국가주의적 경제 정책은 시장 왜곡과 편법을 야기했다. 미국이 수립한 자유 무역 질서를 파괴하고 시장에 큰 혼란을 야기한다고 보았다.

2018년 USTR은 섹션 301 권한에 따라 중국이 강제 기술 이전, 미국 IP 및 영업 비밀의 사이버 지원 절도, 차별적 및 비시장 라이선스 관행, 국가의 자금 지원을 통한 미국 자산의 전략적 인수에 관여하고 있다고 결정했다.

USTR은 약 37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중국도 11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했다.

이제 미국은 외국인, 특히 중국인의 투자 및 수출 통제에 대해 국가 안보 차원에서 검토를 하고 있다. 중국의 미국산 제품 수입 및 투자를 제한하기 시작했다.

이는 명백히 세계화에서 이탈하는 흐름으로 세계 질서의 재편이었다. 글로벌 질서 재편권을 가진 미국의 자유 무역 기조에서의 탈피, 보호무역주의로의 회귀는 전 세계 경제를 뒤흔들었다. 코로나와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겹치자 초인플레이션이 등장하고 세계 경제는 둔화 내지 침체 흐름으로 가고 있다.

미국이 제정한 보호무역의 대표 사례는 ‘칩스법(CHIPS)’의 제정에서 볼 수 있다. 이 법안은 미국 ​​국내 칩 산업을 보호하고 미국에 공급망을 건설하는 회사에 수십억 달러의 보조금을 승인하는 법안이다.

또한, 미국은 중국에 대한 기술 수출을 추가로 제한했다. 스파이 활동과 사이버 침탈 위험을 완화한다는 명분이다. 민감한 기술의 흐름을 중국 공산 정권에 제한하는 조치이다. 결국 중국의 급속한 경제 성장을 약화시키고 기술 역량을 약화시키려는 미국의 보호주의 정서가 작용한 것이다.

이런 조치에 항거해 중국은 WTO에 중국 수입품에 대한 미국 관세를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제소했다. 하지만 WTO는 이 문제에 관할권이 없다. 즉, 중국은 불만을 제기할 수 있지만 해결책은 사실상 없다. 미국의 무역 조치가 국가 안보에 필요한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미국의 몫이다. 어떤 국제기구도 그 판단을 평가하고 바로잡을 권리가 없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와 OPEC+의 석유 감산 조치는 비난을 받고 미국은 의회에서 이에 대한 입법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질서를 관장하는 미국 외 다른 국가들은 자국의 안보, 경제 및 전략적 의제에 맞는 독립적인 정책을 수립할 자격이 없다는 것인가? 미국만이 유일한 선의의 국가라는 말인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보자. 미국 외에서 제조된 자동차 등은 미국에서 보호되지 않는다. 미국 안에서 제조된 자동차에 비해 경쟁력이 없다. 보호장치 때문에 불공정한 게임이 시작되는 것이다.

IRA의 막대한 국가 지원 계획에 따른 청정에너지 보조금 덕택으로 유라시아 지역보다 미국에서 수소 및 암모니아와 같은 저탄소 연료를 생산하는 것이 더 저렴할 것이다. 이는 미국의 제조업을 되살리겠지만 전 세계의 산업 전망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심지어 우방조차 미국의 보호주의 무역에 희생되고 있다.

가스와 석유 수급 차질로 미국에서 대체 수입하는 대가로 비싼 가격이라는 고통을 감내하는 유럽의 경우 미국에 대해 비판적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중국과 경제 전쟁을 하고 러시아를 글로벌 규칙으로 제재하는 조치의 결과는 실제로 자유 무역과 공정 경쟁의 원칙과 일치하지 않게 되었다.

지금 미국은 글로벌 질서 재편이라는 비전에 대해서는 찬성을 받고 있지만 보호주의 무역 기조에 대해서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미국 정책의 이중성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경제적 상호 의존을 배격할 경우 글로벌 질서 재편의 주도권을 잃을 수도 있다. 힘을 발휘하려면 글로벌 정치적 타당성을 유지해야 하는데 미국 스스로 이를 잃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자유 진영을 리드하면서 권위주의 동맹에 승리하려면 전 세계적으로 긴밀한 네트워크가 필요하며, 매우 변덕스러운 글로벌 환경에서 독자 생존을 위해 보호주의 장벽을 강화해서는 안 된다. 새로운 규범에 의한 세계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