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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석유기업 이익 앞에 지구는 결코 식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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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석유기업 이익 앞에 지구는 결코 식지 않는다

국제앰네스티, 온실가스 배출 절대적 감량 촉구
글로벌 기업들, 탄소배출 감량 정책 효과 '미미'

프랑스의 대표적인 에너지 기업 토탈 에너지.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프랑스의 대표적인 에너지 기업 토탈 에너지. 사진=로이터
지구의 온도를 낮추려는 움직임과 당장 생활에 필요하다는 요구와 오일기업 이익이 맞물린 추가 화석연료 생산 사이의 갈등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은 지구 온도를 낮추어야 한다는 인류적 요구에 과거처럼 침묵하지 않는다. 각종 규제와 소비자들의 불매운동 등을 의식해서 온실가스를 줄이려는 목표를 제시하고 이에 부응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당장 눈앞에 펼쳐지는 글로벌 정세가 이를 방해한다. 화석연료를 줄이려는 시도에는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목표와 화석연료를 추가 생산해 시장 가격을 낮추고 기업의 이익을 높이려는 시도 사이에 갈등이 여전한 것이다.

◇ 국제앰네스티의 다급한 호소


국제앰네스티는 지난 20일 발표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 보고서에서 “금세기 지구 온난화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과감하고 즉각적인 감축 없이는 합의된 1.5°C 한도를 초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단체는 “화석연료의 단계적 폐지를 더 이상 늦추어서는 곤란하며 이제 가속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IPCC 평가는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우리의 접근 방식에서 현재 혁신적인 변화가 없다면 1.5°C 온난화 한도를 크게 놓치고 전 세계 사람들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즉각적인 공동 조치 없이는 금세기의 지구 온도 상승을 1.5°C로 제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현재 지구 온도는 거의 3°C 상승을 향해 가고 있으며 이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 이미 이 위기를 일으킨 화석연료의 대량 소비에 가장 책임이 적은 사람들에게 가장 큰 제재를 가해야 한다.

1.5°C 제한이 2035년 이전에 무너지지 않도록 하려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거의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

그러나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연간 석유 및 가스 생산량은 2030년까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IPCC는 주로 화석연료를 사용해 생성된 온실가스가 전례 없는 수준의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고 있으며, 이것은 이미 자연과 사람들에게 “점점 더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 글로벌 에너지 기업의 이중성은 여전


이런 흐름 속에서 탄소 배출에 대해 엄격한 유럽의 한 에너지 회사가 탄소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공개 천명했다. 이는 분명 환영할 일이다.

프랑스 토탈에너지 그룹(TotalEnergies)은 화요일, 유류 관련 온실가스 배출 감축이라는 단기목표를 강화하면서 유류의 상대적인 감소를 그룹의 전략으로 공지했다. 그룹은 화석연료, 연료 및 항공연료가 발생시키는 배출(GHG프로토콜에서 정의된 스코프1,2,3)을 감축하는 야심 찬 목표를 발표했다.

2015년 대비 2025년까지 30%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이전에는 2030년까지의 목표), 2030년까지는 40% 감축을 목표로 하며, 이로 인해 3500만 톤에서 2100만 톤의 이산화탄소가 감축될 것으로 예상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에너지 기업인 토탈은 1924년에 설립된 회사이다. 다국적 통합 에너지 및 석유 회사는 원유 및 천연가스 탐사 및 생산에서 발전, 운송, 정제, 석유제품 마케팅, 국제원유 및 제품 거래에 이르기까지 전체 석유 및 가스 체인을 포괄한다. 또한 대규모 화학물질 제조업체이다.

사업 목표는 ‘2050년까지 탄소 중립 도달’이라고 쓰여 있다. 회사는 IEA의 넷제로(온실가스 순배출량 0)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작성된 전략에 따라 “2030~2050년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력의 비중을 전체 전력 생산량의 50%까지 늘리고 탄화수소 생산량은 4분의 1로 줄이겠다”고 했다.

2030년까지 회사가 취급하는 전체 에너지에서 탄소밀도(에너지 생산량 대비 탄소 배출량)를 20% 낮추고, 석유를 전체 에너지 판매량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인다는 중간목표도 세웠다.

21일(현지 시간)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토탈에너지가 판매하는 제품의 연소로 인한 총 간접 탄소 배출량은 2022년에 3억8900만 톤이었다.

회사는 2015년의 4억1000만 톤에서 2030년까지 4억 톤 미만으로 이를 유지하려고 한다. 이는 프랑스 전역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과 맞먹는 규모이다.

토탈의 과제는 시설의 에너지 효율성을 위한 10억 달러와 저탄소 에너지(태양열, 풍력, 탄소 격리, 수소 등)를 위한 40억 달러를 포함해 2023년에 저탄소에 50억 달러 투자를 실행할지 여부다.

하지만 토탈의 전략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중성 문제다. 이 회사의 투자 계획에서 확인할 수 있다.

토탈은 앞으로 연간 투자예산(150억 달러)의 절반을 석유 개발에 쓰겠다고 밝혔다. 그중 약 20%는 새 유전 조사와 탐사 활동에 쓰인다. 탄소 배출이 많은 석유에서 당장 손을 떼는 게 아니다.

회사는 이 돈이 석유 생산 시설을 유지·관리하는 돈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시설 유지·관리와 유전 탐사는 엄연히 다르다. 투자예산의 나머지 절반에도 의문이 있다. ‘성장’ 명목의 투자액이다. 토탈은 25%(유전 탐사 활동 투자액과 맞먹는 수준)를 재생에너지와 전력 개발에 쓰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20%가 다름 아닌 가스 개발에 쓰인다.

토탈그룹은 가파르게 성장하는 액화천연가스(LNG) 시장에 모든 걸 걸었다. 전략은 확실하다. 가스를 에너지 전환의 핵심으로 삼은 것이다.

가스는 일반적으로 석유보다 탄소를 적게 배출해 석유를 가스로 대체하면 탄소밀도를 줄일 수 있다. 토탈이 짠 전략의 핵심은 화석에너지 판매량을 늘리면서도 탄소밀도를 줄이는 것이다.

석유 판매량을 줄인 만큼 가스 판매량을 늘리면 된다. 토탈은 2030년 가스 생산량을 2015년 대비 50% 늘릴 전망이다.

이를 두고 ‘그린피스 프랑스’에서 화석에너지 관련 캠페인을 총괄하는 엘렌 부르주는 “토탈을 비롯한 여러 기업이 가스를 녹색에너지로 위장하는 기만 술수를 부린다”고 비판한다.

가스는 석유나 석탄과 똑같은 화석 에너지다. 화석 에너지 회사들은 석유를 감산하고 가스는 늘리겠다는 현실적 타협책으로 정책 결정자를 설득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가 가스를 유럽 녹색자산으로 분류했다. 다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가스에 베팅한다는 건 탄소를 많이 배출하겠다는 뜻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기후 목표에서 더 멀어지는 것이다.

토탈은 탄소 배출량 또는 탄소 환산량(온실가스 배출량을 이산화탄소로 환산한 양)을 2015년 4600만 톤에서 2022년 3700만 톤으로 900만 톤이나 줄였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가면 2015년 대비 40% 감축 목표를 2030년까지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그런 성과가 화석 에너지를 덜 팔아서 낸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탄소 포집·저장 기술(CCS) 등이 좋아진 덕택이다.

11월에 발표된 비정부기구 리클레임파이낸스(Reclaim Finance)의 보고서에 따르면 토탈의 총배출량이 제시된 것보다 4배 높았다고 판단된다.

19세기 말과 비교해 지구 온난화를 1.5°C로 제한하는 궤적에서 “불완전하고 조정되지 않은 계획에 대한 토탈 경영진을 투자자들이 처벌"할 것을 촉구했다.

이런 현상은 비단 프랑스 토탈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럽 전역에서 미국과 중동, 심지어 남미와 아프리카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지금 세상은 지구를 기후 온난화로부터 보호하자는 움직임과 당장 필요한 에너지 조달과 이를 이익으로 가져가려는 기업과 이를 현실적으로 인정하는 정치인, 정책 당국 사이의 불균형으로 갈등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