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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를 잡아라" 미·EU, 중국과 인프라 투자·교역 확대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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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를 잡아라" 미·EU, 중국과 인프라 투자·교역 확대 경쟁

서방과 중국이 자원이 풍부한 아프리카에 대한 투자를 둘러싸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서방과 중국이 자원이 풍부한 아프리카에 대한 투자를 둘러싸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중국 관세청에 따르면 중국의 대아프리카 수출액은 1644억9000만 달러, 수입액은 1175억1000만 달러였다. 나이지리아는 현재 아프리카의 중국 최대 수입국이며,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최대 수출국이다. 앙골라와 콩고민주공화국이 그 뒤를 잇고 있다.

한편, 아프리카는 EU의 네 번째 큰 교역 상대국이다. EU는 아프리카와는 라틴 아메리카의 거의 1.5배, 일본과의 2배 이상 무역을 하고 있다.
미국은 아프리카에 2021년 267억 달러, 2022년에 606억 달러를 수출했다.

아프리카는 미국 총 상품 수출입의 2% 미만이다. 미 인구 조사국에 따르면 미국의 대아프리카 전체 수출액은 2011년 329억 달러에서 2021년 267억 달러로 감소한 반면 수입은 2011년 930억 달러에서 2021년 376억 달러로 감소했다.

미국과 EU 양대 지역의 아프리카 총 교역량이 중국의 교역량에 절대 부족하다. 그간 미국과 EU가 상대적으로 얼마나 아프리카에 소홀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교역량이다.

하지만, 이제 달라지고 있다. 미국과 EU가 중국을 구조적 경쟁자 내지 글로벌 질서의 도전자로 여기면서 아프리카의 가치가 새삼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등 주요 7개국(G7)ㆍEU 서방국들이 시진핑의 경제영토 확장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에 맞대응하기 위해 유사한 인프라 투자 계획을 내놓고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미국과 EU의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 증가는 세계 경제 질서의 변화를 반영하고 중국 경제가 약화됨에 따라 미국과 EU는 자산을 다각화하고 신흥 국가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프리카는 확장을 위한 막대한 기회를 나타내며 두 ​​지역 모두 아프리카를 활용하고자 열망하고 있다.
‘차이나머니’를 앞세워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에 맞서 G7 국가들이 개발도상국에 인프라 구축을 공동 지원하기 시작했다. G7은 특히 중국 ‘일대일로’의 핵심 거점으로 꼽히는 아프리카의 앙골라, 동남아의 인도네시아 등을 초기 투자 대상국으로 선정했다. 이는 중국의 경제패권 확대를 차단하기 위함이다.

작년에 중국은 내부 경제의 어려움과 경제 성장 속도 하강으로 리스크가 큰 대규모 사업을 줄였다. 일대일로 사업 참여국을 늘리는 방향으로 수정하여 영향력 확대를 시도하였다.

하지만 많은 아프리카 정부가 추가 대출을 받을 능력이 없기 때문에 건설 및 인프라 부문의 수요가 위축되었다. 자연스럽게 중국의 해외 투자는 덜 위험하고 고수익 지역으로 이동했다. 이 결과 아프리카에 대한 중국의 일대일로 투자는 작년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지난달 초 EU집행위원회는 2027년까지 개발도상국 인프라 사업에 최대 3000억 유로(약 406조 원)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9월 이 같은 구상에 대한 방침을 처음 밝힌 후 3개월 만에 전체 투자액 등 구체적 추진 계획을 밝혔다.

중국이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해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뿐만 아니라 EU 역내 구역에까지 손을 뻗자 이를 견제하기 위한 유럽의 행보가 본격화된 것이다. EU는 글로벌 게이트웨이(Global Gateway)의 일환이라며 이 계획을 밝혔다. 세계의 관문이라는 의미의 글로벌 게이트웨이는 EU와 세계 각국 사이에 연결된 공급망을 안정화하고 무역을 촉진하기 위해 창설된 EU판 일대일로 구상인 셈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EU 각국은 (중국의 제안 보다) 더 나은 다른 제안, 진정한 대안”이 필요하다며 중국 일대일로에 대한 견제 의사를 분명히 했다.

앞서 G7도 아프리카를 시작으로 일대일로에 맞선 인프라 투자 계획을 추진 중이다. G7은 올해 공동선언문에서 전염병 극복, 경제 활성화, 탄소중립 달성과 함께 글로벌 파트너십을 주요 의제로 내세웠다.

G7은 아프리카를 비롯해 중국이 세를 뻗치고 있는 지역에 인프라를 구축해 ‘더 나은 세계 재건’을 천명했다.

한편 미국도 워싱턴에서 열린 ‘미ㆍ아프리카 리더 서밋’의 아프리카연합(AU)의 어젠다에서 “향후 3년간 미 의회와 긴밀하게 협력해 공통적 우선순위에 있는 문제를 진전시키기 위해 550억 달러(약 72조 원)를 지원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글로벌개발센터의 수석 정책 연구원이자 전 라이베리아 공공사업 장관인 주드 무어는 “미국이 가나와 세네갈 두 국가에서 에너지, 건강 프로젝트에 투자를 타진 중”이라며 “세네갈에서 백신 생산기지를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편, 중국은 코로나19 위기를 기회 삼아 아프리카 사업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덩리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중국이 디지털 경제, 스마트 도시, 5G 분야에서 아프리카 국가들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아프리카 최대 현안인 백신 지원을 약속하면서 디지털 부문에 대한 투자 파트너십을 확보한 것이다. 아프리카는 탄자니아, 스리랑카, 파키스탄, 케냐, 에티오피아를 비롯해 중국이 공을 들여온 일대일로 핵심 대상국이다.

중국이 아프리카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이 지역을 장악하면 유럽을 포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일대일로 사업을 통해 아프리카에 항만, 철도와 같은 거대 인프라 프로젝트는 물론 군사기지까지 건설하고 있다.

EU,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중국이 유라시아 대륙을 연결하는 중국의 거대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를 통해 참여국들을 잉여시설과 고금리 채무만 남는 부채의 덫에 빠뜨리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국이 아프리카 등에 차관 제공을 통해 인프라 사업을 하면서 해당 국가를 중국에 종속시키는 외교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은행 통계에 따르면 아프리카 등 최빈국 국가의 대외부채 가운데 중국 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했다.

중국은 세계 무대에서 글로벌 규칙, 규범 및 제도를 좌지우지하는 주도적인 강국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일대일로를 패권 장악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의 패권화가 노골화되면서 맞붙은 EU, 미국 등 서방국과 관계 악화는 이와 같은 인프라 투자 전쟁으로 더욱 심화될 수 있다. 유로뉴스는 올해 EU가 직면했던 4가지 주요 문제 중 하나로 EU가 제조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꼽으며, EU 인프라 투자안을 긴장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한 바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