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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OPEC+ 대규모 감산에도…시장 영향력 예상보다 약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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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OPEC+ 대규모 감산에도…시장 영향력 예상보다 약한 이유

이라크  바스라 북쪽의 원유 생산 시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이라크 바스라 북쪽의 원유 생산 시설. 사진=로이터
OPEC+ 카르텔은 5월부터 하루 116만 배럴의 원유를 감산하겠다고 지난 2일 발표했다. 이러한 행동은 1970년대 오일 쇼크를 연상시켜 유가가 하루 8% 급등하는 등 큰 방향을 일으켰다.

그러나 다음날 시장의 반응은 예상보다 약했다. 유가 선물은 3일(현지 시간) 약 6.3% 급등했다. 석유 관련 대형주도 6% 정도 상승했다. 이는 큰 규모의 움직임이지만 지난 달 은행 위기나 지난 가을 영국 길트 위기보다 파급력이 약했다.
또한 시장 전반에서 투자자들이 예상했던 유가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전망에 대한 급격한 패닉도 일어나지 않았다.

가장 놀라운 것은 높은 유가가 스테그플레이션 자극을 상징하는 것임에도 애플, 알파벳을 비롯한 빅테크 기업들과 다양한 다른 부문의 기업들(의료, 소재, 필수품)의 주가가 상승했다는 것이다. 더불어 2년 만기 채권 수익률도 0.09% 하락했다. 시장이 유가 상승으로 인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없다고 믿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시장 반응은 투자자들이 산유국들의 공급 제한을 통해 가격을 결정하는 힘을 의심한다는 것이며 유가 상승이 현재 진행중인 디스인플레이션(물가는 상승하지만 그 상승률이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현상) 과정을 깰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전통적으로 유가 급등은 수요 증가가 이끌었다. 공급 측면에서의 유가 상승은 수요 약화를 이끌어 유가를 지탱하지 못한다. 역사적으로 OPEC+가 원유 생산을 감산했을 때는 수요 약화를 감지했을 때로, 통계를 내 보면 감산 이후 유가는 평균적으로 5% 가량 하락했다.

실제로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OPEC+ 움직임이 유가 하락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으로 나왔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아담 호예스는 "우리는 많은 주요 경제의 성장이 올해 부진할 것으로 예상하며 석유 수요도 약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런던 롱뷰 이코노믹스의 브래들리 와딩턴은 "OPEC+ 감산이 단기적으로 유가를 끌어올리겠지만 발표의 본질은 근본적인 약세 요인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감산은 유가 하락에 대응하여 발표되었으며 OPEC+가 가격 결정자가 아닌 가격 응답자임을 더욱 강조한다. 즉, OPEC+가 유가가 이미 약세를 보인 뒤에야 비로소 공급을 줄인다는 것을 보여주며 따라서 OPEC+는 유가가 더 낮아지지 않는 한 다시 감산할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와딩턴의 계산에 따르면 이번 OPEC+의 움직임은 이전에 공급 과잉 상태였던 올해 말까지 공급과 수요의 균형을 맞출 것이다.

또한 OPEC+의 감산 발표이후 다음날(4일) 발표된 미국 3월 제조업 PMI지수는 46.3으로 2020년 5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날 발표된 예상치보다 낮은 PMI 지수는 상승을 주도하던 유가 및 석유 관련 주식에 찬물을 부었다.


김다정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2426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