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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통화 공급량 대공황 이후 최대 감소…실물경제 타격 '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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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통화 공급량 대공황 이후 최대 감소…실물경제 타격 '최악'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사진=로이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저금리와 양적 완화를 통해 통화량을 늘렸지만, 세계 경제가 재조정을 받으면서 초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 연준은 금리 인상과 통화 회수로 양적 완화를 중단했으나, 통화 공급량이 급감하면서 경기 침체가 가속화되고 있다.

연준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로 일관하면서 통화량을 늘려왔다. 경제가 충분히 회복되지 않아 양적 완화를 단행할 시간을 놓친 상황에서 코로나 발생으로 통화량은 더 많이 늘었다.
전쟁, 공급망 문제와 미·중 갈등으로 세계 경제가 재조정을 받으면서 늘어난 통화량은 초인플레이션을 야기했다. 연준은 건강한 경제를 회복하기 위해서 양적 완화를 중단하고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통화 회수에 나섰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통화 공급량이 크게 줄어들었다. 2022년 11월에 28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선 뒤 2023년 3월에 다시 하락해 마침내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워싱턴DC에 소재한 미제스 연구소는 통화 공급량 지표와 그 성장률을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 연구소의 통화 공급량 척도는 연준의 국채 예금(단기 예금 및 소액 자금은 제외)을 포함하기 때문에 M2와 다르다. 여기에 사용된 화폐공급지표(TMS)는 M2 지수보다 화폐 공급 변동성을 잘 측정하기 위해 개발한 지표이다.

TMS는 경제에서 유통되는 화폐의 총량을 측정하는 지표로 경제 성장, 물가 안정 및 금융 안정에 중요한 지표이다. M2와 TMS의 주요 차이점은 M2는 M1(통화와 요구불 예금을 포함하는 좁은 화폐 총량 지표)에 저축성 예금, 머니마켓 펀드 및 2년 미만 만기 정기예금을 포함하는 반면 TMS는 M2에 장기 정기예금과 양도성 사채를 포함한다는 것이다.

M2 성장은 최근 몇 달 동안 TMS 성장과 유사한 경로를 따랐으나, TMS는 M2보다 빠르게 하락했다. 2023년 3월 M2 성장은 -3.99%였다. 이는 2월 -6.65% 성장률에서 하락한 것이다. 3월 성장률도 2022년 3월의 9.6%를 훨씬 밑돌았다.

2023년 3월 TMS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9.9%였다. 이는 2월의 -6.6%보다 낮고 2022년 3월의 7.1%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마이너스 성장이 -10%에 육박하는 위축은 대공황 이후에 가장 큰 것이다. 적어도 60년 동안 TMS 성장률은 어느 때보다도 -6% 이상 감소하지 않았다.
TMS의 전년 동기(YOY) 변화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은 1994년 11월이었다. 당시 마이너스 성장은 5개월째 이어졌고 결국 1996년 1월 다시 정상을 회복했다.

화폐 공급 증가는 종종 경제활동의 유용한 척도이며 임박한 경기침체의 지표이다. 경제 호황기에 상업 은행이 더 많은 대출을 하면서 화폐 공급이 빠르게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에 미국의 경기 침체는 화폐 공급 증가율의 둔화가 선행되는 경향이 있다.

◇통화량 감소가 미치는 실물경제 영향


통화량 공급이 10% 정도 줄었지만 실물경제에는 큰 타격을 주고 있다.

2022년 4월 절정 이후 통화 공급량은 2조2000억 달러(10.2%) 감소했다. 이는 2022년 이후 통화 공급 감소폭이 대공황 이후 최대라는 것이다.

2009년 이후 TMS 통화 공급량은 거의 200% 증가했다. M2는 이 기간에 145% 증가했다. 현재 공급량 19조5000억 달러 중 5조2000억 달러, 즉 27%는 코로나가 발생한 2020년 1월 이후 창출되었다. 즉, 2009년 이후에 12조9000억 달러의 화폐 공급이 생성되었다. 통화 공급의 3분의 2가 지난 13년 동안에 생성된 것이다.

최근 총통화 공급 증가율은 1989년부터 2009년까지 20년 동안 존재했던 추세를 훨씬 웃돈다. 이 추세가 회복되려면 통화 공급량이 최소 5조 달러 정도 더 감소해야 하며(또는 25%), 총금액은 15조 달러 이하로 떨어져야 한다.

그러나 통화량이 줄어든 것은 아주 빠른 속도였지만, 2009년 이후 생성된 거대한 화폐량에 비하면 영향은 적었다.

미국 경제는 여전히 지난 몇 년간 막대한 통화 과잉에 직면해 있으며, 통화 공급 증가가 9개월 동안 줄어들었지만, 아직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통화 둔화는 경제 악화에 충분했다. 집값 하락, 신용카드 부채와 대출 및 임대 연체 급증, 일자리 감소, 제조업 전망 하락으로 이어졌다.

◇화폐 공급량 변화와 금리 상승


새로운 통화 주입이 잦아들면 인플레이션은 깨지기 시작한다. 연준이 10여 년간의 양적 완화, 금융 억제, 완화적 통화 투입을 거쳐 이를 철회하자 시장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연준은 5월까지 연방기금 금리를 5.25%로 인상했다. 4월에 미국 국채 3개월물 수익률은 20여 년 만에 최고 수준에 육박했다.

파월 연준 의장이 은행 시스템이 “강력하고 탄력적”이라고 말했지만, 은행들은 어려움에 처해 있다. 최근 연준의 조사 연구원들은 은행가들이 예금 유출과 결합된 낮은 경제 성장 기대가 은행이 대출 기준을 강화할 것이라고 믿고 있음을 발견했다. 은행들은 이제 금리가 오르고 경제 활동이 둔화되자 대출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

은행의 우려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예금은 지난 두 달 하락했다. 예금은 50년 이상 동안 다른 어느 달보다 4월에 더 많이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이 취약한 경제에서 연준은 한편으로는 인플레이션 상승과 다른 한편으로는 무너지는 은행 시스템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 연준은 현재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로 인해 통화 공급이 긴축되는 동안 금리 인상을 허용했다.

다음은 무엇인가? 연준은 이제 두 가지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과제를 해결해야 할 순간에 봉착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