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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북부 대홍수…'모아니면 도'식 기후변화 대책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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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북부 대홍수…'모아니면 도'식 기후변화 대책 시급

36시간 만에 연평균 강수량 절반 쏟아져…홍수 인프라 무력

2주 전만 해도 가뭄으로 메말랐던 이탈리아 해안 지역에 폭우가 쏟아져 강물이 범람하고 14명이 사망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주 전만 해도 가뭄으로 메말랐던 이탈리아 해안 지역에 폭우가 쏟아져 강물이 범람하고 14명이 사망했다. 사진=로이터
이탈리아 북동부 마을을 초토화한 폭우는 진흙강을 만들었다. 과학자들은 이제 홍수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기후변화의 ‘모 아니면 도’라는 극단적 양상의 한 단면이라고 말한다.

에밀리아-로마냐(Emilia-Romagna) 해안 지역은 2주 전 가뭄으로 메마른 땅에 폭우가 쏟아져 밤새 강물이 범람했고, 홍수로 14명이 사망하고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최근 지구 온난화로 아주 짧은 시기에 엄청난 비가 쏟아져 과거 일정기간에 쏟아지는 비를 처리할 용량으로 만든 인프라를 무력하게 만들고 있다.

에밀리아-로마냐 지역은 아펜니노산맥과 아드리아해 사이에 위치하며 이번 주에 36시간 만에 연평균 강수량의 절반이 쏟아졌다. 이 결과 당국은 43개 마을이 홍수와 산사태의 영향을 받았으며 500개 이상의 도로가 폐쇄되거나 파괴되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북부는 겨울 동안 평균보다 더 적은 강설량 때문에 2년 동안 가뭄으로 바짝 말랐었다. 알프스, 돌로마이트, 아펜니노산맥에서 녹은 눈은 일반적으로 봄과 여름 동안 이탈리아의 호수를 채우고 농업 중심지에 관개하며 포강과 기타 주요 강과 지류가 흐르도록 일정한 수량을 제공한다.

산에 정상적인 눈이 내리지 않아 평원은 메말랐고 강바닥, 호수, 저수지는 줄어들었다. 땅이 훼손되어 비가 땅에 보관되지 않고 바다로 나가기 때문에 비가 와도 메마른 땅이 회복되지도 않는다.

◇이탈리아의 대홍수가 주는 교훈


지중해에 발생하는 극한 기상 현상의 새로운 양상은 이탈리아가 전국적으로 홍수 방지 정책을 재고해야 함을 말해준다.

이제 과거 설치된 홍수 대비 시설은 모두 새로운 홍수 유형에 부적합하므로 보강해야 한다.

이번 비로 24개 강의 제방이 무너진 후 마을 전체가 진흙으로 뒤덮이는 유형의 홍수가 말해주는 것은 변화에 앞서 대비하지 않을 경우 피해가 상상 이상으로 확대될 수 있음을 말해준다.

향후 핵심은 예방이다. 대부분 국가는 예방보다는 사후의 재건에 익숙해져 있다. 비용 때문에 선제적으로 대비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이전에 없던 홍수 발생 시에 더 많은 희생과 비용을 지불하게 만든다.

2020년 이후에 발생한 대홍수는 지역을 불문하고 지구촌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과학자들은 220명 이상이 사망하고 수십억 달러의 피해가 발생했던 2년 전 독일과 벨기에의 돌발 홍수, 파키스탄의 대홍수 등 지구가 따뜻해짐에 따라 대홍수 피해는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파키스탄은 홍수로 인해 1,100명 이상이 사망하고 수백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해 국가 경제가 흔들릴 정도로 피해가 컸다.

이웃 일본은 2020년 7월에 중부 지역에서 기록적인 폭우로 피해를 입었다. 도로와 철도가 침수되고 수백 명이 대피했다. 최소 80명이 사망하고 2000여 명이 부상했다. 2022년 7월에 남서부에 기록적 폭우로 도로·철도가 침수되고 최소 20명이 사망하고 100여 명이 부상했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2022년 6월에 중서부와 남부를 강타한 홍수로 도로와 철도가 침수되고 최소 20명이 사망하고 100여 명이 부상했다.

2021년 유엔의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과학 패널은 인간의 온실 가스 배출이 더 빈번하고 강렬한 기상 극한을 초래했다는 것은 확립된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제 짧은 시간에 폭우는 전 세계 어느 지역에서나 일어날 수 있다.

올해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는 없다. 사전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산이나 골짜기 마을, 댐이나 제방, 강 인근, 도시의 상습 침수지역 등에 대해 비상대책을 강구해 두어야 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