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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EU 경제, 독일·영국 경기침체에 발목잡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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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EU 경제, 독일·영국 경기침체에 발목잡히나?

인플레이션·우크라이나 전쟁·중국 경제둔화 등 부담 가중

독일과 영국 경제 둔화에 유럽연합도 영향을 받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독일과 영국 경제 둔화에 유럽연합도 영향을 받고 있다. 사진=로이터
독일과 영국은 각각 4조 달러와 3조 달러의 규모로 글로벌 GDP에서 4위와 6위를 차지하는 경제 강국이다. 독일은 EU 27개 회원국 중에서 경제 비중이 약 20%로 가장 크고, 영국은 EU와 약 7000억 유로의 거래를 맺고 있다. 이는 EU27의 전체 교역량의 12.3%에 해당하며, EU27에서 독일(16.2%), 프랑스(12.9%)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교역 상대국이다.

이 두 나라의 경제 상황은 자국뿐만 아니라 EU 27개 회원국과 전 세계 경제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현재 이 두 나라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대로 경기가 둔화하고 있다. 앞으로의 회복 가능성에 대해서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독일의 2분기 연속 후퇴


독일의 GDP가 2분기 연속 위축되면서 경기 침체, 즉 생산물량 감소와 물가인상이 함께 나타나는 경제위기를 보였다. 당연히 소비 감소도 뒤따랐다.

로이터 통신은 독일 통계청 자료를 인용해 2023년 1분기 독일 경제가 지난 3개월에 비해 위축되어 경기 침체에 접어들었다고 보도했다.

독일 GDP는 2022년 4분기에 기록된 0.5% 감소에 이어 2023년 1분기에도 0.3% 감소했다. 경기 침체는 일반적으로 2분기 연속 마이너스 GDP 성장을 의미한다. 2022년 동기 대비 GDP는 0.5% 감소했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을 다시 보여 준다.

에너지 가격의 폭발적 상승에 따른 엄청난 인플레이션의 무게로 가계 소득 감소를 절감한 독일 소비자들이 소비를 줄이면서 전체 경제를 끌어내리고 있는 것이다. 가계 소비는 분기 대비 1.2% 감소했다. 독일 정부의 재정도 1분기 동안 4.9%나 감소했다.

따뜻한 겨울로 난방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분석이 있었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높은 에너지 부담이 생활을 어렵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건은 경기 침체가 나타났지만 이제 하반기에 과연 회복할 수 있을지 여부이다. 일단 1분기에는 온난한 날씨, 중국의 산업 활동 재개, 공급망 마찰 완화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위험 지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로이터는 세계 4위의 경제 강국이 힘을 회복하지 못한 이유를 구매력 감소, 산업 주문 감소, 공격적인 통화 정책 긴축, 미국 경제의 둔화 예상 등으로 보았다.

과연 2분기를 지나고 하반기에 들어서면 이런 흐름이 개선될 수 있을까가 문제이다. 일단 에너지 가격은 지난해 대비 다소 안정적이다. 구매력 회복, 수출 위주의 독일 경제에 활력을 줄 산업 주문 상승, 중앙은행의 통화 완화 등이 실현될지가 경제 회복의 관건이다. 약한 침체를 보일 미국을 대신해서 교역이 많은 중국 경제가 살아날지도 독일 경제 회복의 관심사다.

◇영국의 높은 인플레이션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다음 총선을 앞두고 금리가 5% 이상으로 상승함에 따라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자국의 경제가 불황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제학자들은 영란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조절하기 위해 금리를 다시 올리면 수백만 가구에 대한 모기지 및 대출에 대한 차입 비용이 추가로 상승할 수 있어 소비 감소로 영국 경제를 불황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

2022년 말 기준 영국 가계 부채는 1조7000억 파운드(약 2370조 원)로, 이는 2021년 말 대비 10% 증가한 수치다. 가계 부채의 대부분은 주택담보대출이며, 그 외에도 신용카드, 개인차량 할부, 학생 대출 등이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높은 인플레이션은 가처분 소득의 감소를 초래했다. 2022년 3월 기준 영국의 소비자 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9% 상승했다. 이로 인해 가계는 식료품, 에너지, 교통비 등 필수품 지출을 늘려야 했고, 그 결과 가처분 소득이 감소했다.

가계 부채의 수준은 2022년 4분기에는 131.3%였다. 현재 모기지 이자율은 2023년 4월 평균 표준변동금리가 7.41%다. 1년 전보다 3.3%포인트 상승했다. 2023년 4월 평균 2년 고정 모기지 금리는 4.63%로 1년 전보다 2.28% 포인트 상승했다. 금리를 더 올리면 상황은 악화된다.

영국 정부는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가계 부채와 인플레이션 문제는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

영국 국립경제사회연구소(NIES)는 “금리가 계속 오르면 경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금융 시장이 영국 정부 차입 비용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면서 올해 인플레이션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정부의 약속 이행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전 IMF 부국장 모하메드 엘 에리안은 영란은행이 더 오랫동안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위험은 인플레이션 경직성, 금리의 상승, 차입 비용 상승 등 모든 것을 종합하면 스태그플레이션의 위협으로 갈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가난한 사람들을 더 고통스럽게 한다.

이에 대해 영국 재무부는 인플레이션이 경제 불안정의 가장 큰 적이며 세계적으로 성장 둔화 이유이고 경기 침체를 일으킬 수 있는 진정한 위협이라고 말한다. 정책의 최우선 순위가 인플레이션 해결이라는 입장이다.

인플레이션을 해결한 다음 경기 침체를 방지하기 위해 통화 및 재정 정책을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가계 소비의 위축이 당분간 이어질 것임을 말해 준다.

◇EU 27 나머지 회원국에도 부담


독일은 EU 최대 경제국으로, 독일 경제가 후퇴하면 EU 전체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 독일은 EU 내에서 가장 큰 수출국이며, EU 내 다른 국가들의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경제이기 때문이다.

독일은 EU 내에서 가장 큰 투자국이며, 독일의 경제위기는 EU 회원국들의 투자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영국도 마찬가지다. EU27 회원국에게 주요 교역 상대국이다. 영국 경제가 위축되면 EU27 회원국들의 수출이 감소하고, 이는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수출입 물량 축소, 투자 감소, 실업 증가, 경제성장 둔화, 인플레이션 상승, 정치적 불안정 등으로 연쇄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

2023년 5월 18일 기준으로, IMF는 EU의 2023년 GDP 성장률을 2.8%로, 세계은행은 2.9%로 전망했다. 이는 2022년 10월 전망치보다 0.1%포인트씩 하향 조정된 수치이다. 특히 2022년 성장률 4.3%에 비해 크게 하락한 수치이다.

IMF와 세계은행 모두 우크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 중국의 경제둔화 등이 EU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