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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더딘 경제 회복…결국 뿌리깊은 구조적 문제가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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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더딘 경제 회복…결국 뿌리깊은 구조적 문제가 발목

3연임에 성공한 중국 시진핑 주석.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3연임에 성공한 중국 시진핑 주석. 사진=로이터
중국, 고속 경제성장 시대는 끝난 것일까? 제로 코로나로부터의 회복세는 지연되고 있고, 지금 이 나라는 깊고 구조적인 경제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30일(이하 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엄격한 코로나19 규제를 해제하고 사람들이 외식과 여행에 돈을 더 지출하는 등 불과 몇 달 전에만 해도 장밋빛 경제 전망이 쏟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중국 경제 리오프닝의 달콤함도 잠시 잠깐, 수년간 누적되어 온 중국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들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지난 10년 이상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던 부동산 경기 붐과 정부의 과잉 투자가 마침표를 찍었다. 이제 막대한 부채가 가정 경제는 물론 지방정부의 숨통을 조이고 있고, 미래를 걱정하는 일부 가계들은 현금을 비축하는 실정이다.

3연임에 성공한 중국 시진핑 주석의 민간기업 단속은 위험 감수라는 기업가 정신을 좌절시키는 반면, 서방과의 관계 악화는 해외 실사 및 컨설팅 기업에 대한 새 정부 캠페인처럼 외국인 투자를 옥죄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이렇게 악화되는 구조적 문제들이 중국을 글로벌 파워의 경쟁자로 변모시킨 경제성장의 기적을 연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가로막고 있다고 말한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심지어 중국이 과거처럼 연간 6~8% 성장 대신 곧 2% 또는 3%의 성장으로 곤두박질칠 수 있다고 말한다. 여기에 인구 고령화와 노동력 감소는 어려움을 더 가중시키고 있다.

올해 많은 재계 지도자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중국이 글로벌 성장을 덜 이끌어 갈 듯하며, 이는 일부 외국기업들에 중국이 예전보다 덜 중요하게 만들 것이며, 세계에서 최대 경제국가인 미국을 크게 앞설 가능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HSBC의 수석 아시아 경제학자인 프레데릭 노이만은 "최근 실망스러운 중국의 회복세는 이미 구조적인 저항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는 코로나 시대 규제 종식에 힘입어 올 1분기에 연 4.5% 성장했다.

하지만 경제 관련 최근 지표들은 경기 회복세가 둔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4월 소매 판매는 3월에 비해 0.5% 증가했다. 제조업 생산, 수출 및 투자 등 일련의 데이터는 경제학자들 예상보다 훨씬 저조한 수치이다.

16~24세 중국 청년들의 5분의 1 이상이 4월에 실업자로 조사되었다. 전자상거래 회사인 알리바바와 JD.com은 1분기 실적 저조를 발표했고, 중국 본토 기업들이 포진한 홍콩 항셍지수는 전년 대비 5.2% 하락했고, 위안화는 미국 달러화 대비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다만, 대다수 경제학자는 중국 문제가 곧 경기 침체로 이어지거나 중국 정부의 올해 경제성장 목표인 5% 안팎을 무너뜨릴 것으로는 예상하지 않는다. 이는 지난해 경제가 얼마나 취약했는지를 감안할 때 쉽게 달성할 수 있는 목표로 널리 알려져 있다.

글로벌 식음료 기업 맥도날드와 스타벅스는 중국에서 수백 개의 신규 매장을 열 것이라고 했고, 랄프로렌 등 소매업체들도 신규 가게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전기자동차 생산의 호황으로 중국은 1분기에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자동차 수출국이 되었다. 중국의 산업 정책과 제조 능력은 여전히 몇몇 주요 산업에서 성공할 방법을 찾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170억 달러 규모의 자산운용사인 레이라이언트글로벌자문(Rayliant Global Advisors) 연구책임자인 필립 울(Phillip Wool)은 "여전히 중국의 장기적인 성장 스토리에 확신을 갖고 있다"며 수출 대신 내수 소비에 더 의존하는 국가로 전환하는 것이 정상 궤도 유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전히 많은 경제학자는 중국의 미래에 대해 점점 더 우려하고 있다.

올해 큰 기대는 중국의 과거 성장동력이었던 투자와 수출이 부진함에 따라 중국 소비자들이 지출을 늘릴 것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중국인들은 거의 3년 동안 강력한 코로나19 통제 이후에 다소 더 많은 지출을 하고 있지만, 중국은 다른 주요 경제국가들이 팬데믹에서 벗어났을 때 누렸던 것과 같은 소비 급증을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 신뢰도도 낮다.

더 중요한 점은 중국 정부가 소비보다 저축하려는 중국 소비자들의 오랜 성향을 의미 있게 변화시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는 가족들이 의료비와 기타 응급 상황에 대비해 더 많은 돈을 저축해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준 진부한 사회안전망에 대한 반응이다.

유엔 자료에 따르면 중국 가계 소비는 연간 국내총생산의 약 38%를 차지하며, 미국의 68%와 비교된다.

컨설팅 기업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중국 수석 경제학자 루이즈 루는 "소비 주도 성장은 항상 중국에 약간 열망적인 목표였다"며 이제 중국 소비자들이 팬데믹에서 얼마나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는지를 고려할 때, 달성하기가 훨씬 더 어려울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정부는 올해 대출 편의 제공을 하고 있지만, 대출 자료에 따르면 가계는 신규 대출보다는 부채 상환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향후 중국 경제에 엄청난 부채 쓰나미가 몰려올 것이다.

2012년과 2022년 10년간 중국의 부채는 37조 달러 증가한 반면, 미국은 거의 25조 달러 증가했다. 시페러 캐피털 파트너스(Seafarer Capital Partners)의 중국 연구책임자인 니컬러스 보스트(Nicholas Borst)의 추산에 따르면, 2022년 6월까지 중국의 부채는 약 52조 달러에 달해 다른 모든 신흥 시장의 미상환 부채를 합친 것보다 적게 보이게 한다고 했다.

국제결제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으로 GDP 대비 총부채 비중은 중국이 295%를 기록한 것과 비교해 미국은 257%를 기록했다.

부채 증가를 금융 안정성에 대한 위협으로 보는 시 주석은 성장에 무게를 두면서도 2016년부터 디레버리징을 경제정책의 핵심 요소로 삼고 있다.

중국 정부는 주택 등 부동산 거품을 줄이기 위해 규제당국이 2020년 말부터 부동산 개발업자들에게 엄격한 대출 제한을 부과했다. 이후 부동산 개발 투자는 하락 속도를 낮추기 위한 정부 정책 노력에도 불구하고 올해 1분기에 5.8% 감소했다.

S&P Global 추산에 따르더라도 지방정부의 3분의 2가 심각한 자금 압박을 나타내기 위해 중국 중앙정부가 설정한 비공식 부채 임곗값을 위반할 위험에 처해 있다. 중국 선전에서 정저우에 이르는 전국의 도시들은 공무원 복지혜택을 축소하고 일부에서는 교사 급여 지급까지 연기했다고 한다.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과의 긴장이 고조되고, 외국 기업 입장에서 중국의 매력도가 떨어지면서 이러한 문제들이 더 심화되고 있다.

중국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중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는 1800억 달러로 1년 전에 비해 48% 감소했고, 중국 GDP에서 외국인직접투자 비중은 10년 전의 두 배 이상에서 2% 미만으로 감소했다.

미·중 갈등으로 인한 혼란 위험에 일부 대응해 기업들이 공급망 다변화를 모색하면서 인도·베트남 등과의 투자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중국의 유럽연합 상공회의소의 옌스 에스켈룬드 회장은 중국의 장기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기업들의 투자 결정에 또 다른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연스럽게, 낙관적인 경제 전망이 없으면, 그것은 추가적인 투자 역량에 대한 의지를 꺾는다"고 지적했다.

경제성장보다 안보 중시의 중국 시진핑 주석 체제하에서 더 생산적이고 민간 부문 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개혁 방안이 교착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는 기술, 사교육, 부동산 등 여러 부문에 대한 규제 강화로 많은 기업가가 더 투자하기를 꺼리는 중국으로 만들고 있다.

올해 4월까지 민간 기업의 고정자산 투자는 2019년 같은 기간 5.5% 성장한 것과 비교해 1년 전보다 0.4% 성장했다.

중국 지도자들은 기업가들과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말 풍년'을 쏟아냈다. 중국의 2인자이자 신임 총리인 리창은 지난 3월 중국이 외국인 기업가들에게 더 많이 개방할 것을, 또 공산당 관계자들은 민간 기업가들을 "중국 인민"으로 대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2008년과 2015년 대규모 경기부양책 발표를 보류했던 것처럼 정책 입안자들이 지금 더 공격적인 경기부양책에 의지할 것인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씨티그룹의 경제학자 등 일부에서는 중국인민은행이 향후 몇 달 안에 금리인하에 나서며 투자 심리를 호전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은 중국 정부의 억제책이 이미 높은 부채 수준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에 어쨌든 추가 경기 부양책이 수요창출 유발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많은 애널리스트는 여전히 성장동력이 어디서 올 것인지 궁금해한다.

미국 뉴욕 소재 컨설팅 회사인 22V리서치의 중국 책임자인 마이클 허슨(Michael Hirson)은 "큰 의문점은 구조적 성장 둔화에 대한 인식이 확실히 단기적 이슈로 된 시점에 도달했는가이다"라며 만약 그렇다면 그것은 약간의 악순환으로 끝난다고 말했다.


이진충 글로벌이코노믹 국제경제 수석저널리스트 jin2000k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