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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인도 열차, 100년 된 철로위 '대형참사' 불안 안고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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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인도 열차, 100년 된 철로위 '대형참사' 불안 안고 달린다

지난 2일 동부 열차 사고 275명 사망·1175명 부상
식민지 시대 19세기 건설…신호 결함 가능성 추정
5년간 각종 열차 사고로 10만명 이상 목숨 잃어

인도에서 열차 사고가 발생한 275명이 사망했다. 이미지 확대보기
인도에서 열차 사고가 발생한 275명이 사망했다.
지난 2일(현지 시간) 발생한 인도 동부 열차 사고로 275명(288명에서 정정 발표)이 사망하고 1175명이 다쳤다.

인도에선 1981년 비하르 주에서 승객을 가득 실은 열차가 선로에서 벗어나 강으로 떨어져 약 800명의 사망자를 낸 바 있다. 인도 역사상 가장 끔찍한 열차 사고였다.
이뿐 아니라 2017∼2021년 5년 동안 인도는 각종 열차 사고로 10만 명 이상의 목숨을 잃었다. 이 기간 2017건의 철도 사고가 일어났다. 대체 인도에는 왜 이렇게 자주 열차 사고가 발생하는 걸까?

인도 철도부 장관은 이번 철도 참사 원인을 ‘전자 연동 장치의 결함’으로 추정했다.

애쉬위니 바이슈나우 장관은 인도 동부에서 발생한 열차 3대의 충돌 사고의 원인과 책임자들이 확인됐다고 밝혔지만 자세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인도 철도 위원회에 따르면 사고의 원인은 고장 때문이 아니라 ‘신호 전달 방해’에 있다. 금세기 인도 최악의 철도 사고에 대한 보고서는 나중에 나올 예정이다.

인도 당국은 사망자 수를 당초보다 13명 줄어든 275명으로 확정 발표했다. 병원으로 이송된 부상자 1175명 중 793명은 퇴원했다. 하지만 일부 가족들은 여전히 사랑하는 사람들을 찾고 있다.

식민지 시대 건설된 노후 시설


국영 인도 철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복잡하다. 철도 총 연장은 무려 6만4000㎞에 이르며 여객 열차는 1만 4000대, 기차역은 8000개에 달한다. 문제는 이 시설의 대부분이 영국 식민지 총치 기간인 19세기말 전후로 건설되어 노후화됐다.

BBC는 인도가 이런 낡은 시스템을 현대화시켜 나가고 있으나 그 속도가 느려 이번 같은 대형사고가 빈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 정부는 2023년 선로 개선과 혼잡 완화, 신호 시스템 정비 등에 2조 4000억 루피(약 38조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그러나 여전히 곳곳에 이번 사고와 같은 위험 요소가 도사리고 있다. 참사가 발생한 인도 동해안 노선의 경우에도 건설된 지 100년이 넘는 노후 시설인데다 승객은 물론 빈번한 석탄·석유 운송으로 붐비는 구간이다.

철도 신호 전달에서 전자 연동 시스템은 정해진 구역에 있는 각 열차의 경로를 설정하여 열차가 선로를 따라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번 사고는 여객 열차가 본선 옆의 루프 트랙으로 잘못 방향을 잡은 후 정지된 화물 열차와 충돌하면서 벌어졌다. 선로를 이탈한 객차들이 반대 방향으로 지나가는 두 번째 객차의 뒤 객차를 들이받았다.

인도 철도청의 자야 베르마 신하는 기자회견서 두 여객 열차가 130㎞ 미만의 정확한 속도로 서로 몇 초 이내에 안전하다는 녹색 신호를 받고 발라소르 지구 역에 접근했다고 밝혔다.

그녀는 여객 열차들이 주요 노선에서 서로 지나가기로 되어 있었지만 코로만델 익스프레스가 루프 라인에서 철광석을 실은 화물 열차를 들이받으면서 엔진과 일부 객차가 화물 객차의 꼭대기를 넘어뜨렸다고 말했다.

모디 인도 총리.이미지 확대보기
모디 인도 총리.


그녀는 내·외신 기자들에게 여객 열차가 충돌에 대한 모든 충격을 받았고 화물 열차는 탈선하거나 심지어 움직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특급열차는 거의 반대 방향으로 횡단했지만, 두 대의 리어 코치가 탈선한 또 다른 열차에 부딪혔다.

버마 신하는 “전자 연동 시스템에는 문제가 없다. 신호 방해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수동인지, 부수적인지, 날씨와 관련이 있는지, 마모와 관련이 있는지, 유지보수에 실패했는지, 모든 것이 조사 후에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디 총리 책임자 엄벌 지시


인프라 전문가인 파르타 무코파디아이는 BBC에 선로가 루프로 설정된 경우 본선에 녹색 신호가 표시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델리에 기반을 둔 싱크탱크 정책연구센터의 무코파디에이 씨는 "신호 연동은 안전해야 하며 이 정도의 실패는 매우 전례가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열차 충돌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두 여객 열차에 약 2000명의 승객이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디샤 주 공무원 프라딥 제나는 BBC에 최소 187구의 시신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으며 관계자들이 정부 웹사이트에 희생자들의 사진을 올리고 있으며 필요하다면 DNA 검사를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 철도청 관계자들은 열차 운행을 재개하고 잔해를 제거했다고 밝혔다. 인도는 매일 수백만 명의 승객이 이용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기차 네트워크 중 하나이지만, 많은 철도 인프라가 개선되지 않은 채 운행된다.

특히 인도의 기차는 매년 이맘때면 매우 붐빌 수 있는데, 학교 방학 동안 여행하는 사람들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

인도 열차 사고의 원인으로는 선로 결함, 유지 보수의 문제, 구식 신호 장비 등이 꼽힌다. 하나 같이 후진국적 원인들이다. 인도의 지난 해 GDP 순위는 세계 5위(3.4조 달러)다. 올 GDP 성장률은 5.5%로 조만간 4위인 독일(4조 달러)을 제칠 기세다.

그러나 아직도 후진국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면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추락 현장을 방문하여 “사건 책임자를 가려내 엄벌에 처하게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전형적인 뒷북 행정 행태다.


성일만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exan50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