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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인플레이션, 33년만에 최고 증시 붐 일으킨 '1등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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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인플레이션, 33년만에 최고 증시 붐 일으킨 '1등공신'

일본 법정화폐 엔화.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일본 법정화폐 엔화. 사진=로이터
지난해 일본의 한 식품업체인 야오킨이 옥수수 과자 가격을 42년 만에 처음으로 10엔(0.07달러)에서 2엔 인상하자 옥수수 과자를 먹고 자란 세대를 깜짝 놀라게 하며, 회사는 거센 항의에 직면, 사과 광고까지 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그러나 지금은 조금 다른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6월 초 많은 회사가 인스턴트 라면에서 간장병에 이르기까지 수천 개의 주요 소비재 품목 가격을 인상했을 때 거의 아무도 주목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시장 투자자들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 움직임, 투자 거물 워런 버핏의 긍정적 시각과 함께 인플레이션을 일본 증시를 33년 만에 최고치로 끌어올린 여러 요인 중 하나라고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한다.
이제 많은 사람은 기업 마진과 소비에 대한 기대 상승을 포함, 인플레이션을 세계 경제 대국 3위 일본이 수십 년간의 제로 성장에 가까운 수준에서 마침내 벗어나게 하는 가장 구체적인 이유로 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인베스코 자산운용의 아태지역 글로벌시장 전략가인 데이비드 차오는 "이 변곡점을 오랫동안 기다려왔으며 몇 차례 잘못된 출발이 있었다"며, "이번 인플레이션과 성장 역학 관계가 다르고 더 지속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4.3% 올라 41년 만에 가장 빠른 상승률을 보였다. 당초 이 같은 급등세는 강력한 기저 수요보다는 글로벌 에너지 위기에 따른 것이었지만, 경제학자들은 에너지 수입 비용이 감소하더라도 이 추세가 계속되어 물가 압력이 상당히 끈끈하게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한다.

일본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강화하기 위해 지속적인 경기부양책에 집중한 반면, 다른 글로벌 중앙은행들은 정반대의 행동을 하는 것도 일본 증시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일본중앙은행이 이번 주 회의에서 초완화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두 달 전 40%였던 중앙은행의 안정적인 2% 인플레이션 목표가 달성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현재 55%에 이른다.

일부에서는 일본은행이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인식하고 극도로 완화적 통화정책에서 벗어날 것을 암시하면 시장 혼란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겠지만, 많은 투자자는 특히 일본중앙은행이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정책 변화의 단점보다 감내가능한 지속적인 물가 상승의 이점이 더 크다고 말한다.

엔거스 맥키넌 L.T. 펀드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금리 인상이 긍정적 그리고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순수효과는 일본이 코로나 팬데믹에서 계속 회복하고 있고 경제 '정상화'의 궤도에 올라탔다는 신호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하에서 기업들이 고객들로부터 너무 큰 반발을 겪지 않고 가격을 올릴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지난달에 발표된 기업 실적은 몇 가지 긍정적인 징후를 보였다. 주요 철강회사인 신일본제철은 고객들에게 원재료비 인상을 전가하면서 기록적인 매출과 이익을 보고했다.

그것은 단지 기업 이윤에 관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단지 기다리는 것만으로는 더 나은 거래를 더 이상 잡을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소비자 행동 패턴도 변화 가능성에 무게 실리고 있다.

아르테미스 투자운용사의 글로벌 주식 책임자인 알렉스 스타닉은 "디플레이션은 소비자 지출을 지연시키고, 기업 투자도 지연토록 장려한다"며 "일본의 인플레이션은 상대적으로 낮은 4%로, 그 모멘텀을 반대로 돌린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이 주식 시장이 연초 이후 지금까지 거의 25% 상승한 후 둔화될 것이라고 믿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또한 인플레이션이 장기적으로 추가 부양책으로 작동되길 바라고 있다. 이는 높은 저축률을 자랑하는 일본 국민이 그 자산 가치의 유지 차원에서 더욱 증시로 자금을 이전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일본 가계는 순자산의 절반 정도를 현금과 예금으로 보관하고 있다.

노데아자산운용의 펀더멘털 주식 책임자인 힐데 옌센은 "이는 주식 투자에 기름을 붓는 격으로 충분한 화력을 발산한다"고 말했다.

최근 증권거래소 시장 자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이 랠리에 매도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장기적인 추세는 더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개인은 2021년과 2022년 일본 주식을 순매수했는데, 금세기 들어 처음으로 2년 연속 순매수 행렬이었다. 일부 분석가들은 금세기에 개인투자자가 순매수했던 유일한 시기가 시장 상승기 이전인 2008년과 2011년이었기 때문에 지금 시장이 바닥을 쳤다는 신호로 보고 있다.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이 더 많은 기업들이 현금을 투자하도록 장려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990년대 일본이 수십 년간 디플레이션과 저성장의 늪에 빠지자 일본 기업들은 부채 상환과 현금 쌓기에 주력했다. 일본중앙은행 자료에 따르면 일본 주식회사의 현금 보유고는 2008년 168조 엔에서 지난해 320조 엔 이상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기업들은 사상 최대의 배당금 지급 외에도 자사주 매입과 정부의 추진 의지에 따라 주주 환원 제고 및 주가순자산비율 높이기 등 증권거래소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또한 새로운 기술과 기반 시설에 대한 투자 지출을 늘리고 있다. 소비자 가전제품 생산뿐만 아니라 테슬라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는 일본 오사카의 파나소닉은이번 회계연도 자본 투자액을 사상 최대인 7천억 엔으로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일본 증권분석가 협회 회장이자 전 중앙은행총재였던 다카시 고즈는 "디플레이션 하에서 제품과 재고의 가치는 계속 하락하는 반면 부채의 가치는 하락하지 않는다. 따라서 레버리지를 통해 대차대조표를 확장할 인센티브가 없다. 그 점이 디플레이션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며, "지난 30년간 일본 기업들은 위험을 감수하는 일을 중단했다. 결과적으로 산업 혁신의 기회를 놓친 꼴이다"고 말했다.

일본 기업들의 투자 포지션 위축 우려는 경기 회복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점에 일부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함을 의미한다. 모건스탠리 주식 전략가 다니엘 블레이크는 지난 18개월 동안 이러한 포지션이 줄어들었다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투자자들은 여전히 일본 기업에 대한 비중이 낮다.

1990년대 초 자산 팽창 거품 경제가 붕괴된 이후 몇 차례의 잘못된 출발로 기업들은 부실 채권을 떠안고 소비자 신뢰도가 흔들렸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로 인해 수출 주도의 완만한 회복세가 꺾였다. 고 아베 신조 총리가 2013년부터 단행한 경기부양책인 아베노믹스에 대한 시장의 초기 기대감은 빠르게 가라앉았다.

이번에 핵심적인 차이점은 그 모멘텀이 임금 인상을 동반한다는 것이다. 수십 년 동안 임금이 거의 또는 전혀 증가하지 않았던 일본 근로자들은 최근의 노동 협상 이후 임금 인상의 약속을 받아냈다. 유니클로 운영사인 패스트 리테일링은 지난 1월 정규직 임금을 최대 40%까지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닌텐도와 도요타 자동차는 기시다 총리가 더 광범위한 소득 분배를 추진하는 '신자본주의'의 일환으로 기업들에 임금 인상 압력을 공개적으로 가하자 그 뒤를 따랐다.

최근 월간 자료에 따르면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임금상승률을 앞지르고 있지만, 전반적인 임금 추세는 여전히 긍정적이라고 분석가들은 말했다.

"우리는 실제로 임금, 임대료, 주가, 상점의 가격 등 명목상의 세계에 살고 있다. 이 모두가 명목상 수치다"며 아커스 리서치의 공동 설립자이자 재무 전략가인 피터 태스커는 "노동력 부족으로 인한 국내 인플레이션은 기분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마침내 그리고 결정적으로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진충 글로벌이코노믹 국제경제 수석저널리스트 jin2000k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