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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블링컨 방중으로 美·中 '리스크 줄이기' 돌파구 찾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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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블링컨 방중으로 美·中 '리스크 줄이기' 돌파구 찾나?

안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오른쪽)과 친강 중국 외교부장이 6월 18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미중 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안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오른쪽)과 친강 중국 외교부장이 6월 18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미중 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주말 첫 중국 방문을 했다. 중국 스파이 풍선에 대한 위기로 연기했던 방문을 거의 5개월 만에 실행했다.

그가 중국을 방문하기에 앞서 설리반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롯해 러몬도 상무장관 등 미국 고위급 인사들이 연이어 중국의 파트너와 만나 재세계화에서 미국이 중국과 결별이 아니라 리스크를 줄이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음을 전달하고 글로벌 이슈에 대한 해법 마련에 중국의 참여를 촉구했다.
이번 블링컨 장관의 방중은 어떤 의미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이 올해 상반기 동안 미국이 중국에 전달한 뜻을 중국이 어떻게 이해하고 이를 향후 어떻게 행동으로 옮길지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이슈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가졌는지를 탐색하기 위한 과정으로 보인다.

두 세계 초강대국은 세간의 이목을 끄는 의견 불일치와 잠재적 협력 분야를 포함하여 우려되는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그 가운데 우리가 글로벌 정세 혹은 경제에 영향을 미칠 사안으로 세 가지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우선 미·중 관계의 재조정이다. 갈등이 아닌 경쟁으로, 결별이 아닌 ‘리스크 줄이기’라는 부분에 있어서 관계의 재조정을 보일 양상이다. 이 부분은 미·중 사이에서 안보나 경제에 큰 영향을 받는 우리에게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지난달 미국 고위 관리들이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중국 파트너를 만났을 때 처음으로 얼음이 깨졌다.

만남과 대화 그 자체로 분쟁의 위험을 줄이기 때문에 과거보다는 우호적인 관계로의 전환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미국은 방문 전에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하는 글로벌 우선 순위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는 의견 불일치를 허용할 수 없다”고 중국에 다가섰다.
그러나 중국의 반응은 다소 냉담했다. 싸움을 먼저 제기한 것이 미국이라는 입장이고, 미국이 먼저 중국이 민감해하는 문제에 대해 입장을 철회하라는 태도이다.

블링컨의 파트너인 친강 중국 외무장관은 중국의 입장 설명에서 최근 관계 악화에 대해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 매우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중국의 우려를 존중하고, 내정 간섭을 중단하고, 경쟁이라는 명목으로 중국의 주권, 안보, 발전, 이익을 훼손하지 말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에 대한 미국의 대전략을 철회하기는 쉽지 않고, 중국은 이를 요구하고 있어서 외교 관측통들은 어떤 종류의 돌파구나 변화를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이다.

다만, 이번 회담이 미국과 중국 관리들 간의 더 많은 상호 작용으로 이어진다면 양측 사이에 신뢰가 구축될 수 있다고 본다.

이번 만남 이후 양국 정상이 만난다. 9월에 인도에서 G20회담이,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담이 있다. 이 자리에서 두 정상이 만나 충돌할지 이견을 좁힐지가 중요 분기점이 될 것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이슈는 무역 분쟁 완화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 분쟁은 전임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이후부터 험난한 관계로 변했다.

트럼프 전 정부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수십억 달러의 수입 관세를 부과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관세가 미국에도 큰 불이익을 주면서 공격 방식을 바꿨다. 가장 진보된 전자 기술에서 미국의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중국에 대한 미국 컴퓨터 칩 수출을 제한하는 등 더욱 강경하게 압박했다.

중국은 미국 최대 제조업체인 마이크론이 판매하는 메모리 칩에 대한 자체 금지령으로 대응했다.

미국은 칩 전쟁에서 중국을 이기고 있다. 미국은 칩 기술의 최정점에 있고, 혼자 중국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 진영의 칩 강국을 중국과의 싸움에 참여하도록 했다. 동맹을 통해 중국을 봉쇄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중국은 자체 칩 개발로 이에 맞서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최근 미국은 중국과 대화에 앞서 중국의 요청과 우방의 입장을 고려한 때문인지 중국에 있는 우방국이나 미국 칩 공장에서 추가적인 생산 활동을 보장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다만 첨단 컴퓨터 기술에 대한 제한은 계속될 것이다.

미·중 무역경쟁은 그 자체로 끝나지 않고 무역으로 성장을 이루는 많은 국가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 EU에서는 독일이, 아시아에서는 한국이 고통을 겪고 있다.

미·중 갈등으로 중국 이탈이 진행되면서 인도나 동남아시아로 글로벌 기업이 이동하고 있지만, 이는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비용이다. 인플레이션 수치가 올라가고 미국 역시 유권자들이 손해를 보고 있다. 무역 분쟁은 모두에게 손실을 주기 때문에 해법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불법 마약 거래 중단을 위한 협력에도 접점의 여지가 많다.

미국은 헤로인보다 몇 배나 더 강력한 합성 오피오이드인 펜타닐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중국산 화학 성분의 수출을 제한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펜타닐과 관련된 미국의 약물 과다 복용 사망률은 지난 7년 동안 3배 이상 증가했다. 미국의 마약 사망을 막는 데 중국이 나서야 한다는 것이며, 중국 입장에서도 이를 거부할 명분은 없다.

끝으로 전쟁 방지이다. 초미의 이슈는 우크라이나와 대만이다.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러시아 분쟁을 미국과 중국 간의 대리전으로 만들 위험을 제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미 세계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너무나 많은 고통을 겪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이 러시아에 군사적, 재정적 지원을 제공할 경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경고를 반복할 것이다.

이미 G7은 히로시마 회담을 통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더 강화하기로 결의한 상태이다. 중국이 이런 흐름을 무시하고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하는 것은 쉽지 않다. 중국은 무기 지원보다는 러시아 시장에서 중국의 상품 판매를 더 확대하는 쪽으로 갈 수 있다.

하지만 대만 이슈는 다르다. 미국과 중국 군함은 대만 해협과 남중국해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중국은 이 지역을 자국의 영토라고 말하는 반면, 미국은 국제 수역이라고 주장한다.

대만 문제는 중국도 결코 양보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각자의 입장을 확인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충돌이나 위험을 제거'하는 새로운 의사소통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확인하는 자리가 될 수 있다.

더 많은 것을 달성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어려운 과제일 수 있으며, 2024년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 워싱턴의 반중국 수사학이 뜨거워질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긴장이 더 높아질 수 있다.

이번 순방에서 양측이 얻을 수 있는 결과는 군사적 충돌로 이어지는 사건을 예방하는 소통 채널을 개설하는 것일 수도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