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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퓨리서치센터 "MZ세대 관련 여론조사 안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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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퓨리서치센터 "MZ세대 관련 여론조사 안하겠다"

미국의 Z세대.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의 Z세대. 사진=로이터
미국 굴지의 한 여론조사업체가 최근 매우 이례적인 선언을 해 미국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화제의 여론조사업체는 심층적인 여론조사를 내놓기로 유명한 퓨리서치센터.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본사를 둔 석유화학업체 서노코의 2대 대표였던 존 하워드 퓨가 설립한 75년 역사를 자랑하는 ‘퓨 자선기금’이 특정 정당이나 당파에서 자유로운 초당파 연구기관을 표방하면서 지난 1990년 세운 여론조사업체다.

18일(현지시간) 미국 경영전문지 포춘에 따르면 퓨리서치센터는 지난달 말 발표한 공지문을 통해 “퓨리서치센터에서는 ‘세대’라는 렌즈를 통해 여론조사를 벌이는 일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퓨리서치센터 “앞으로 MZ세대만 따로 떼어 조사 않겠다”


퓨리서치센터가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발표한 공지문. 사진=퓨리서치센터이미지 확대보기
퓨리서치센터가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발표한 공지문. 사진=퓨리서치센터

퓨리서치센터는 “우리는 그동안 Z세대와 밀레니얼세대의 여론을 살피는데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지만 MZ세대를 낙인 찍는 부작용에 대한 비판이 크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라며 이같이 선언했다.

이는 Z세대라는 용어를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연구기관인 퓨리서치센터가 MZ세대를 겨냥한 여론조사의 위험성을 인정하고 가장 먼저 MZ세대에 프레임을 씌울 가능성이 있는 여론조사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사건이란 점에서 이목을 끌고 있다.

퓨리서치센터가 MZ세대를 조명하는 여론조사를 전면 중단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MZ세대를 비롯해 특정 세대의 여론이 집중조명할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고, 공론의 장에 붙일만한 가치가 충분하다면, 의미 있는 사회적 추세를 반영하는 것이라면 계속 다루되 특정 세대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특히 MZ세대에 대한 프레임을 고착화시키는 여론조사는 중단하겠다는 뜻이다.

MZ세대라는 신세대가 이목을 끄는 것은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이전 세대와 여러 측면에서 사고 방식이 다른데다 향후 경제계를 이끌 세대라서다.

그러나 중립적인 시각에서만 여론조사가 이뤄지지 않아온 것이 문제. MZ세대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가 MZ세대에 대한 편견을 증폭시킨다는 비판이 비근한 예다.

이는 MZ세대를 따로 떼어내 조사를 벌이는 여론조사가 무분별하게 실시되고 있는 한국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지적이다.

◇‘Z세대 용어’ 처음 쓴 퓨리서치센터가 관련 조사 중단 선언한 배경

퓨리서치센터는 최근 1년간 자사의 여론조사가 미국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자체적으로 평가 작업을 벌인 결과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춘에 따르면 MZ세대에 프레임을 씌울 가능성이 있는 여론조사를 벌이지 않기로 한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MZ세대 안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수 있을뿐 아니라 Z세대와 밀레니얼세대를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 자체가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는 행위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앞서 퓨리서치센터는 지난 2019년 발표한 신세대 관련 여론조사 가이드를 통해 밀레니얼세대는 27세에서 42세, Z세대는 11세에서 26세 사이가 해당된다고 나름의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킴 파커 퓨리서치센터 트렌드 담당 조사국장은 포춘과 인터뷰에서 “MZ세대를 통틀어 보면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과 가장 나이가 적은 사람의 격차가 30년이나 된다”면서 “30년이란 인생 안에는 다양한 시기가 있는 것인데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를 함부로 묶어 조사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밝혔다.

MZ세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한 것 자체도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파커 국장은 밝혔다.

그는 “MZ세대를 어떻게 규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의가 많았기 때문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인데 MZ세대를 낙인하는데 악용되는 뜻하지 않은 결과를 낳았다”고 실토했다.

포춘은 사회과학자를 비롯한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MZ세대를 다른 세대와 구분해 여론조사하는 일은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기 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MZ세대의 의견이 특히 궁금하거나 밀레니얼세대나 Z세대만 떼어놓고 여론을 궁금해하지 않는 사람도 많은데 굳이 MZ세대에 초점을 맞춰 조사하는 것 자체가 불필요한 행위일 수 있고 같은 세대 안에서도 사람마다 의견이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는 얘기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앤컴퍼니도 지난 3월 펴낸 보고서에서 MZ세대만 떼어놓고 조사를 벌이는 것은 그것이 마치 절대적인 진리인 것처럼 사람들이 오해하게 만드는 부작용이 있다고 지적했다.

파커 국장은 “MZ세대에 초점을 맞춘 여론조사를 하는 것이 유행처럼 돼 여론조사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는게 현실”이라면서 “그러나 그것이 연구 목적이나 연구 차원에서 이뤄지는 경우도 있지만 단순히 이목을 끌 목적이나 마케팅 술책으로 남용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