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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테슬라의 주식 랠리가 터무니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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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테슬라의 주식 랠리가 터무니없는 이유

월스트리트는 테슬라의 가격 인하보다 미래의 무인 차량에 더 주목


GM과 포드가 슈퍼차저를 이용하면서 테슬라의 승리가 확고해 졌다.  이미지 확대보기
GM과 포드가 슈퍼차저를 이용하면서 테슬라의 승리가 확고해 졌다.


테슬라 투자자들은 또 한 번 웃었다. 테슬라 주가가 급등하며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로 출렁거렸던 테슬라의 주가는 올 들어 150%나 급등했다.

이날 뉴욕 증시 3대 지수가 모두 하락한 가운데 테슬라는 5% 이상 고공비행을 지속했다. 20일(이하 현지시간) 기준 테슬라의 주가는 274.45달러(약 35만 3760원)로 300달러 고지를 바라보게 됐다.
테슬라 주가가 왜 이처럼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을까. 투자자들이 갖는 당연한 의문이다. 질문을 하는 순간에도 투자자들은 테슬라 주식을 바구니에 담기 위해 분주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그 원인으로 인공지능에 주목하고 있다. 13일 연속 테슬라 주식의 기록적인 상승세는 AI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수요 급증을 바탕으로 반도체 제조업체 엔비디아가 파격적인 매출 전망을 내놓으면서 불을 붙였다.

투자자 흐름을 분석하는 반다 리서치의 마르코 이아치니 수석 부사장은 지난 1년간 소액주주들이 대체로 비슷한 시기에 테슬라와 AI 테마주를 사들였다고 지적했다.

모건 스탠리 분석가인 애덤 조나스는 지난주 보고서에 "우리는 시장이 테슬라하면 AI라는 이름을 먼저 떠올리고, 자동차 회사는 두 번째라고 믿는다고 본다"라고 썼다. 자연스럽게 테슬라가 집중하고 있는 무인 자동차를 떠올리게 한다.

RBC 분석가인 톰 나라얀은 지난 주 새로운 가치 평가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로봇 축"(Robotaxis)’이라는 개념을 사용했다. 글자 그대로 로봇과 축의 결합이다.

우버의 실패


물론 테슬라의 로봇 축은 아직 실험 단계다. 테슬라만 로봇 축을 개발하는 것도 아니다. 알파벳의 웨이모와 GM의 크루즈는 이미 제한된 지역과 조건이지만 샌프란시스코와 피닉스를 포함한 도시에서 로봇 축을 운영하고 있다.

GM과 알파벳의 행보는 매우 신중하다. 우버가 시험하던 로봇 택시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다. 우버는 2018년 시험 차량 중 하나가 보행자를 들이받아 이 부문에서 침체를 겪어야 했다.

로봇 축이 아직 대중적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는 점에서 최근 테슬라 랠리는 불안하다. 지난 한 달 동안 GM은 크루즈와 같은 사업체가 없는 포드보다 실적이 저조한 반면 알파벳의 주가는 대체로 보합세를 보였다.

테슬라는 로봇 축을 만들기 위해 무인 운전 차량인 운전자 지원 패키지(이른바 FSD)의 확장을 꾀하고 있다.

테슬라는 현재 FSD에 1만 5000달러의 가치를 매기고 있지만, 이들 제품은 여전히 테스트 상태다. 수년 동안의 시험 끝에 FSD를 보다 널리 사용할 수 있도록 작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고, 올 1분기에는 더 나아졌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 FSD에 보다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자동차 업계의 최첨단 기술은 역사적으로 경쟁사가 따라잡기 전에 제한된 기간 동안만 판매 프리미엄을 누려 왔다.

슈퍼차저의 표준화


운전자들이 운전대에서 손을 떼지만 도로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강요하는 FSD는 기존 차량과 별반 다를 게 없다. 많은 대형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비슷한 것을 출시했거나 출시가 임박했다.

AI는 제쳐두면 포드와 GM이 테슬라의 슈퍼차저 네트워크를 사용하기 위해 체결한 계약은 분명 최근 랠리에 도움을 주었다.

미국 전기 픽업트럭 전문업체인 리비안은 20일 테슬라의 전기차 충전기 규격(NACS·North American Charging Standard)을 채택한다고 발표했다.

리비안 고객들은 이르면 내년 봄부터 북미 지역에서 테슬라의 급속충전기인 ‘슈퍼차저’를 이용하게 됐다. 미국과 캐나다 전역에는 테슬라 슈퍼차저가 1만 2000대 이상 설치돼 있다.

현재 슈퍼차저는 미국 내 전체 급속충전기의 약 60%를 차지한다. RJ 스캐린지 리비안 최고경영자(CEO)는 “리비안의 전기 픽업트럭과 SUV를 구매한 이들은 테슬라의 광범위한 슈퍼차저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테슬라와 GM, 포드는 현재 미국 전기차 판매량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리비안까지 테슬라 편에 서면 슈퍼차저의 점유율은 더 높아진다. 테슬라를 중심으로 한 충전기 생태계가 CCS 표준을 확실히 뛰어넘게 되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자본 집약도를 고려할 때 EVgo와 같은 독립 충전 네트워크 구축업체를 진정으로 반기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테슬라의 충전 사업 확장은 엄청난 수익 잠재력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는 단순한 자동차 제조업체가 아닌 여러 수익원을 가진 기술 생태계를 지녔다. 웨드부시 증권의 기술 분석가 댄 아이비스는 테슬라에 대해 “재정적으로 매력적이지 않은 인터넷 소매업체의 그늘에서 아마존의 클라우드 컴퓨팅 비즈니스가 등장한 것을 연상시킨다”고 비유했다.

이러한 비교는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테슬라는 서비스 부문에서 충전 및 보험과 같은 최근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흥미로운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가까운 미래에 이들이 테슬라의 자동차 판매 규모와 같은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최근 월스트리트의 많은 수다꾼들은 테슬라를 거대 기술 기업으로 재조명하기에 바쁘다. 그러나 최근의 랠리에 대해선 보다 현실적인 설명도 가능하다. 증시 분석가인 벤 로즈는 “머스크가 트위터에 새로운 CEO를 임명하면서 랠리가 시작되었다”고 지적했다.

이는 머스크가 작년에 구입한 소셜 미디어 플랫폼으로 인해 주의가 산만해지는 것에 대한 걱정을 덜어주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테슬라는 이번 달 웹사이트를 업데이트하면서 자사의 모든 차량이 복잡한 배터리 공급 요건에 따라 결정되는 미국 세금 공제를 받을 자격이 있음을 과시했다.

이전에는 대부분의 테슬라 모델이 7500 달러 보조금의 절반만 받았다. 이러한 변화는 회사가 추가적인 가격 및 마진 인하 없이 성장 경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2분기 실적이 안정화 조짐을 보이면 분석가들은 실적 전망치를 더욱 높일 것이다.

좋은 소식이든 나쁜 소식이든, 테슬라는 여전히 차량 하드웨어 판매에 압도적으로 의존하고 있으며 앞으로 수년간 그럴 것으로 보인다.


성일만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exan50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