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악화 딛고 반전 공세 이어나갈 방침"

손 회장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해 11월 결산 기자회견 이후 7개월 만이다.
21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이날 손 회장은 "최근 인공지능(AI) 혁명이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며 "소프트뱅크는 물밑에서 관련 산업을 준비하고 향후 혁명의 첨단을 담당하고자 한다"고 강한 의욕을 보였다.
이날 오전 10시에 시작된 총회에서는 개회 절차 이후 사업설명 영상이 이어졌다. 이후 손 회장은 현재 사업 진행 상황과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손 회장은 "지난해 10월 그동안 경영자나 사업가로서의 인생을 되돌아보며 '이 정도로 끝내도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며 "나는 인류의 미래의 건축가가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간 경영자로서의 활동을 축소하고 AI 사업 확대에 전념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어 지난 8개월간 630건의 성과를 냈다며 그중에는 '인류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 가운데 다수가 정식 특허출원 절차를 밟고 있으며 제품화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손 회장은 "AI는 근래 예술과 창조성의 세계까지 확대하고 있다"며 "AI가 인간을 뛰어넘을지에 대한 논란은 이제 낡은 생각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히려 AI가 사회에 침투함으로써 사고 없이 이동하는 등 지금까지 인류가 해결할 수 없었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될 것이다"라고 첨언했다.
소프트뱅크그룹은 산하 투자 펀드를 통해 AI 관련 기업에 투자해 왔다.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손 회장과 사업 협력을 모색하고 있음을 밝힌 것이 그 사례다.
다만 최근 소프트뱅크는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2023년 3월 마감한 회계연도 기준 2022년 연결결산(국제회계기준)에서 9701억엔(약 8조 8461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앞서 AI 관련 산업에 투자한 비전 펀드의 실적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손 회장은 "세간에 떠도는 설과는 달리 즐거운 마음으로 매우 바쁘고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며 "이제 반전 공세의 시기가 왔다"는 말로 자신감을 드러냈다.
현재 대출을 포함한 소프트뱅크의 수중 유동성은 약 5조1000억엔(약 46조4743억원)이다. 손 회장은 "3년 전에는 유동 가능한 현금이 거의 없었지만, 이제 방어는 충분하다"며 앞으로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할 방침임을 거듭 강조했다.
이날 손 회장은 주주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자사주 매입 계획을 묻는 한 주주의 질문에 손 회장은 "기회가 있으면 하고 싶다"고 말하는 한편 정확한 시기나 금액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까지 적극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했다.
후계와 관련해서는 "아직 좀 더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후계자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또 "손 회장이 주가를 너무 신경 쓰고 있다는 느낌이 있다"며 "주가에 좌우되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한 주주의 발언에 손 회장은 "동감이다"며 "결과는 나중에 뒤따라올 것이다"는 확신을 보였다.
예민한 질문도 이어졌다. 손 회장이 법인으로서의 소프트뱅크에 대해 지고 있는 미지급금에 관해서다. 손 회장은 "아직 투자기간 안에 있으며 해당 기간 중 성적이 올라갈 것으로 믿고 있다"고 답변했다.
손 회장은 현재 비전·펀드 등 투자 책임자로서 펀드 투자자인 소프트뱅크와의 이해를 일치시키기 위해 펀드 자금의 일부를 스스로 부담하고 있다. 손 회장이 소프트뱅크에 부담하는 미지급금은 3월 말 기준 약 6900억엔(6조2776억)이다.
한편 이날 소프트뱅크 주총에서는 이사 선임 등 전 의안이 통과됐으며 정보 혁명에 관한 영상과 함께 식이 마무리됐다.
김보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eepi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