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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축산업이 기후변화 주범?” 머스크가 축산농가 변호 나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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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축산업이 기후변화 주범?” 머스크가 축산농가 변호 나선 이유

젖소를 키우는 축산농가의 모습. 사진=유엔이미지 확대보기
젖소를 키우는 축산농가의 모습. 사진=유엔
글로벌 경제계를 대표하는 혁신의 아이콘을 넘어 정치, 사회, 문화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해 활발히 목소리를 내온 일론 머스크가 이번에는 전 세계 축산농가의 수호천사를 자처하고 나서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축산농가를 기후변화의 주범 가운데 하나로 규정하는 일반적인 시각은 매우 잘못된 것이라며 이의를 제기하면서 이들을 엄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본인 스스로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인 테슬라를 이끄는 것을 넘어 태양광 사업을 가열차게 추진하고 있음에도 원자력 발전을 태양광을 비롯한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전 세계적인 흐름에 반기를 들고 원자력 발전소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머스크 “축산농가가 기후변화 주범이란 주장은 사실 아냐”


일론 머스크가 지난 25일(현지시간) 올린 트윗. 사진=트위터
일론 머스크가 지난 25일(현지시간) 올린 트윗. 사진=트위터


27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의 투자 전문매체 더스트리트에 따르면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5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축산농가를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진단하는 것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는 오히려 땅속에 있는 탄소가 기후변화의 주범이라고 반박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가축의 장내 발효, 가축분뇨 처리 과정, 목초 및 사료작물 생산과정 등에서 발생하는 축산 메탄가스, 아산화질소 등이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이 이산화탄소의 80배에 이른다는 학계의 일반적인 시각에 반기를 든 셈이다.

머스크는 이 트윗에서 “축산농가를 비롯해 지구 표면에서 발생하는 가스가 (여러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과는 다르게) 기후변화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기후변화는 심토에 갇혀있는 수십억톤의 탄소가 지구 대기로 이동하면서 지구온난화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 압도적인 요인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땅속에 있는 탄소가 지구 대기로 나오는 문제에 대처하지 않고 시간만 흐를 경우 지구 대기의 화학적 구성이 변화하면서 기후변화가 촉발되는 문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세계 각국이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머스크의 주장은 유엔의 입장과는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 2006년 펴낸 ‘가축의 긴 그림자’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전 세계 축산농가에서 나오는 가스가 전 세계 운송 분야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보다 지구온난화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힌 바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축산농가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18%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가축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가축이 먹는 사료 작물 생산에서 시작해 사육, 도축, 유통, 판매 등 ‘생애주기’ 전체에 걸쳐 합산해 산출하는 반면, 운송이나 교통 분야의 배출량은 기계가 운행 중인 기간의 단기적인 배출량만을 산정한 것이란 점에서 과장됐다는 전문가들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땅속 화석연료로 인한 탄소 배출

머스크는 지구 땅속에 있는 화석연료로 인한 탄소 배출량을 가리킨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을 분석하는 과학자 단체인 글로벌카본프로젝트가 지난해 11월 펴낸 보고서에서 지난해 기준으로 화석연료로 인한 탄소 배출량이 375억t에 달해 사상 최고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보고서는 이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앞으로 9년 안에 지구의 평균기온이 1.5도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연구결과가 나온 바 있다. 배지환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조경학전공 연구원은 지난 2020년 국제학술지 ‘경관 및 도시계획’에 게재한 연구논문에서 2016~2018년 서울 강남 지역에 있는 지하 1~3m의 깊은 토양에서 탄소 농도를 측정한 결과 매우 높은 수준의 유기탄소 농도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배 연구원은 “이미 세계 곳곳에는 자연적으로 탄소를 다량으로 머금고 있는 곳이 많고, 특히 지하는 천연 탄소 저장고나 마찬가지”라면서 “북극 지역의 영구 동토층과 각종 퇴적물이 쌓인 비옥한 해안습지가 대표적”이라고 지적했다.

◇전 세계 축산업계 반색


머스크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전 세계 축산업계는 반색하고 나섰다.

특히 축산농가발 지구온난화를 최소화하는 방안이라며, 가축 사육두수 감축을 정부 차원에서 밀어붙이고 있는 유로존의 아일랜드와 벨기에 축산농가에서 크게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더스트리트는 보도했다.

예컨대 아일랜드의 경우 축산농가에서 나오는 메탄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 소 사육두수를 20만마리나 감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어서 아일랜드 축산농가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는 앞서 미국과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메탄가스 배출량을 종전의 3분의 1 수준으로 향후 10년간 감축하기로 지난 2021년 9월 합의한 데 따른 조치다. 아일랜드와 벨기에를 비롯해 전 세계 30여 개국이 이 방안에 동의하고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최다 메탄가스 배출국으로 알려진 중국, 인도, 러시아, 브라질은 합의하지 않았다.

머스크는 벨기에 축산농가들이 정부에서 추진하는 사육두수 감축을 추진하는 것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인 지난 3월 올린 트윗에서 “나도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운동을 지지하지만, 축산농가를 망하게 하는 것으로 기후변화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