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경제의 무게 중심이 북부에서 남부로 이동하고 있다. 미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4~6월 분기 미국 실질 국내총생산(GDP) 대비 남동부 6개 주의 비율은 뉴욕, 보스턴, 워싱턴 DC와 같은 주요 도시가 위치한 북동부 11개 주의 지역을 처음으로 초과했다.
수도 워싱턴 DC를 비롯해 메릴랜드, 델라웨어, 코네티컷, 메인, 매사추세츠, 뉴햄프셔, 뉴저지, 뉴욕, 펜실베니아, 로드아일랜드, 버몬트 등 9개 주를 포함한 북동부의 GDP 비중은 2022년 4~6월 분기 미 전체의 약 23.3%였다.
이에 비해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 조지아, 테네시, 플로리다, 텍사스 등 남동부 6개 주 GDP 점유율은 약 23.4%로 통계가 채택된 이후 역사상 처음으로 북동부를 넘어섰다.
◇ 높은 주택 가격
남부로 경제력이 이동하는 이유는 무얼까. 주택 가격의 차이에 따른 남쪽으로의 급격한 인구 유입이 가장 두드러진다.
2022년 한 해 동안 남부 지역의 인구는 약 137만 명 증가했다. 서부 지역도 인구가 약 15만 명 늘어났다. 특히 남부 텍사스는 47만 명이 증가해 50개 주 중 가장 인구 증가가 많았다.
반면 북동부(약 22만 명 감소)와 중서부(약 5만 명 감소)에서는 인구가 도리어 줄어들었다. 이 기간 약 87만 명의 미국인들이 북동부를 떠나 남부로 이주했다.
이들을 남쪽으로 가도록 유인한 이유는 북동부 도시 지역의 높은 주택 가격이다. 서던 캘리포니아대학교(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서 인구통계 및 주택시장 변화를 연구하고 있는 도웰 마이어스 교수는 30대 근로자들이 자신들의 부모가 사랑해 온 해안 도시를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어스 교수는 "이 도시들의 주택 가격은 너무 비싸 젊은이들이 가정을 꾸릴 수 없다. 자고 일어나면 주택 가격이 치솟으니 감당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사람들의 이동은 곧 부의 이동을 의미한다. 플로리다 상공회의소는 미국 국세청(IRS) 세금 환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0년에서 2021년 동안 약 392억 달러(약 52조 1300억 원)의 자본이 플로리다로 유입한 사실을 밝혀냈다. 뉴욕 동부에서 유입된 금액만 약 98억 달러에 달했다.
기업들도 남부로 눈을 돌리고 있다. 북위 37선 이남의 남동부 및 남서부 지역은 ‘선벨트’라고 불리며 미국에서 여행과 은퇴자들의 목적지로 유명하다. 선벨트에는 계속 인구가 유입되고 있다. 사람뿐 아니라 기업도 옮겨 오고 있다.

◇ 기업가 정신
2022년 휴렛 팩커드는 본사를 서부 캘리포니아에서 텍사스로 이전했다. 건설 장비 대기업인 캐터필러도 같은 해 일리노이 중서부에서 텍사스로 본부를 옮겼다.
기업가 정신은 은퇴 지역인 선벨트에서도 왕성하게 발휘되고 있다. 2022년 인구 1000명당 신규 창업 신청 건수를 살펴보면 특히 서부 내륙과 남동부에서 많은 창업 신청이 있었다.
예를 들어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는 약 48건의 신청서를 받았으며,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는 약 47건의 신청서를 접수했다. 이는 전국 평균인 약 15건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왕성한 기업가 정신과 풍부한 고용 기회를 갖춘 선벨트는 도시 지역에서 직장 경험과 저축을 쌓아온 근로자에게 훌륭한 새 보금자리를 제공한다.
마이어스 교수는 북동부의 대도시에서 남부로 이주한 사람들은 저축이 있기 때문에 가격이 조금 더 높아도 집을 살 수 있다고 본다.
지난 4월 발표된 댈러스 연준 조사에 따르면 텍사스 집값은 금리 인상,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 제약, 인구 유입으로 인한 수요 증가로 인해 상승 추세에 있다. 주택 가격은 특히 오스틴과 댈러스와 같은 대도시에서 치솟고 있다.
플로리다는 홍수와 허리케인 같은 대규모 재난을 자주 경험해 온 지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주민이 늘어나고 있어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재난 위험보다는 풍경과 온화한 기후, 생활의 편리함을 중시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플로리다의 인구 유입과 달리 재해를 싫어하는 손해 보험 회사들은 이 지역에서 사업을 축소하거나 철수를 고려하고 있다. 인구 유입이 계속되면 주택 가격이 더욱 상승해 보험회사들의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남부는 미국인들에게 새로운 파라다이스일까. 이곳의 저렴한 생활비는 분명 매력적이다. 하지만 이 지역의 인구 중 빈곤층의 비율은 미국 전체에서 높은 편에 속한다.
특히 흑인 빈곤층이 많아 노예제도 등 역사적 차별과 착취의 상처가 곳곳에 남아 있다. 인구 증가는 경제를 부양하겠지만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더욱 어렵게 만들 위험도 따른다. 남부 이주의 빛과 그림자다.
성일만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exan50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