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추가 금리 인하·유동성 확대 불가피
엔화 이어 위안화까지 사상 최저
동조화현상으로 원·달러 환율 고공행진… 韓 수입물가 자극
한국은행, 고민 깊어져…고금리 장기화 가능성↑
엔화 이어 위안화까지 사상 최저
동조화현상으로 원·달러 환율 고공행진… 韓 수입물가 자극
한국은행, 고민 깊어져…고금리 장기화 가능성↑

코로나 팬데믹 이후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기대는 사라진 지 이미 오래되었고, 중국이 이제 세계 경제 회복의 길에 최대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줄줄이 올 중국 성장률을 하향 조정하며, 5% 성장률 달성에 적신호를 보내고 있다. 특히 최근 중국 경제에서 최대 25%까지 차지하는 부동산 부문의 타격이 중국 최대 부동산개발업체인 컨트리가든의 디폴트 우려 등 금융 분야로 확산되는 모양새로 제2의 리먼브러더스 사태 가능성이 시장에 확산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시장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급한 불부터 끄자는 식으로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았다. 중국 인민은행도 15일 2개월 만에 단기 정책금리를 추가 인하하며 시장에 즉각 유동성 공급에 나섰다. 1년 만기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대출금리를 기존 연 2.65%에서 2.50%로 0.15%포인트 인하했다. 또한 같은 날 만기 역환매조건부 채권금리를 연 1.9%에서 1.8%로 0.1%포인트 인하했다. 이 두 가지 조치로만 시장의 유동성 공급 규모는 6050억 위안(약 110조594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21일 발표가 예정된 중국의 기준금리 격인 대출우대금리(LPR)도 인하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중국 위안·달러 환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17일(이하 현지 시간) 오전 2시20분쯤 뉴욕현물외환시장에서 달러당 7.3143위안을 기록해 전날 대비 0.22% 상승하며, 2007년 10월 이후 위안화 가치가 최저치를 경신했다.
중국 당국의 외환시장에 대한 추가 대응이 어떻게 진행될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꺼져 가는 중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금리 인하 및 재정 부양책을 내놓으면서 위안화 방어에는 실탄, 즉 달러가 필요하다. 세계 외환보유고 1위 국가는 역시 중국이다. 2023년 3월 말 기준 중국은 3조1839억 달러, 한국은 전 세계 9위로 4261억 달러를 갖고 있다. 일부 중국의 국영은행 해외지점에서 위안화 매입, 달러화 매도가 포착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고 있다.
다만, 경기부양을 위해 추가적인 금리 인하가 예정된 가운데 지속적인 위안화 환율방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미 국채 보유량이 6월 기준 8354억 달러(약 1120조원)으로 상징적인 1조 달러 아래로 지난 1년간 1030억 달러(약 11%)가 감소해 2014년 정점을 찍은 다음 1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 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러시아 제재 차원에서 해외자산의 동결 조치를 보면서 대외자산의 다변화 및 달러자산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지속적으로 미 국채를 팔아왔던 것이다. 이는 최근 급등하는 미 국채 금리를 지지하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결국 달러화 강세로 이어져 중국 경제 입장에서 미 국채 매도는 반복적인 악순환을 불러올 수도 있다.
여기에 이웃 일본의 엔·달러 환율도 일본중앙은행이 ‘유연한’ 수익률통제정책 조정을 시사했지만,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145엔을 넘어 상승 중에 있다.
문제는 위안·달러 환율이 우리 원·달러 환율에 큰 영향을 미칠 우려다. 특히 중국과의 무역 교역량이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수출의 22.8%와 수입의 21.1%를 차지하며, 교역대상국 1위에 놓여 있다. 최근 그 교역량이 줄어들고 있다고 하지만, 비중이 상당한 최대 교역국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한동안 위안화와 원화 가치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동행 수준이었다. 지난해 원·달러 환율이 계속 상승해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9년 3월 16일 이후 13년6개월 만에 달러당 1442.50원 최고점을 기록한 10월 14일 이후 불과 2주 후인 11월 3일 위안·달러 환율도 7.3087위안을 기록했다.
최근 우리 원·달러 환율이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7월 18일 달러당 1262.50원을 기록하던 환율이 그사이 78.8원(6.24%) 상승해 17일 오후 3시30분쯤 1341.30원을 기록했다.
올 2분기 미국 경제의 인플레이션 둔화세 등으로 달러 강세가 완화되는 가운데 1260원대로 내려갔던 원·달러 환율이 중국 위안화 환율과의 강한 동조화 현상이 재현될지 눈여겨볼 대목이다.
우리 금융당국도 환율 급등에 필요시 적절한 안정화 조치를 취하겠다고 구두 개입까지 시사하며 예의 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과연 지난해 10월처럼 원·달러 환율의 상방이 1440원대가 다시 열릴지 의문이다.
이진충 글로벌이코노믹 국제경제 수석저널리스트 jin2000k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