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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중국몽' 물 건너갔다…인도, 새로운 축으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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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중국몽' 물 건너갔다…인도, 새로운 축으로 부상

정상회담을 앞둔 인도와 중국의 관계 회복은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 자료이미지 확대보기
정상회담을 앞둔 인도와 중국의 관계 회복은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 자료
중국의 야망은 중국 공산당 창건 100주년이 되는 2049년까지 세계 최고 초강대국이 되는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진핑이 말한 ‘중국몽’을 사람들은 실현 가능한 꿈으로 인식했다. 그러나 이제 ‘철 지난 이야기’처럼 말에 힘을 잃고 있다.

사람들은 이제 이를 달성하려면 당장 미국과 경쟁이 아니라 먼저 아시아 전역에서 독보적 강국이 되어야 하며 아직 중국 GDP의 20%에 불과하지만, 추격하는 인도를 우군으로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경제적인 덩치로는 인도를 압도하지만, 기세는 인도에 밀리는 모양새를 보여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8월 22일(BRICS)부터 9월 9일(G20)까지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두 차례 만난다.
우선 브릭스에서 중국 위상은 독보적이지 않다. 시진핑 주석은 22일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열린 다자간 비즈니스 포럼에서 예정된 연설을 예기치 않게 건너뛰었다. 일정에 따라 시 주석은 다른 지도자들과 함께 연설할 예정이었지만, 상무부 장관 왕 웬타오가 대신 낭독했다.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다. 경제 위기설이 나오는 마당에 앞에 서서 연설하기가 마땅치 않아 미룬 것으로 보였다.

의제를 중국이 주도하는 데도 한계를 보였다. 이번 행사의 가장 주요 의제인 회원국 확대에 있어 인도와 브라질을 설득하는 데 사실상 실패했다.

브릭스 정상회의 이틀째인 23일(현지시간) 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은 “많은 신흥국이 브릭스에 가입을 신청하게 돼 기쁘다”면서 “더 많은 국가가 회원으로 가입해 글로벌 거버넌스를 더 공정하고 공평하게 만들기 위한 지혜와 노력을 모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중국은 오랫동안 브릭스의 외연 확장을 추진해 왔다. 미국과 EU의 중국 견제 움직임 속에 선진국 대항 기구로 브릭스의 몸집을 키우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인도는 G7의 대항마로 브릭스를 키우겠다는 중국과 입장을 달리한다. 상대적으로 신중한 모습이다. 모디 인도 총리는 이 회의에서 “브릭스에 새로운 회원을 확장하는 것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면서도 “합의를 바탕으로 이를 해결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신규 회원 확대를 위해서는 기존 회원들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인도의 동의 없이 브릭스 신규 회원 가입은 불가능하다는 사실, 중국이 모든 결정을 주도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사실 인도의 이런 입장은 브릭스 회담을 앞두고 이미 나온 것이며, 중국은 인도의 입장을 수정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인도는 중국의 자존심을 겉으로 존중하면서도 실제로는 철저히 인도의 국익에 따라 움직였다.

브릭스 회의에 초청받은 60여 개국의 신흥국과 아프리카 국가 대표들은 중국의 위상이 독보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을 현장에서 확인했다.

또한, 시진핑 주석은 G20 정상회담을 위해 2023년 9월 9일 뉴델리에 도착할 때 새로운 현실을 깨닫게 될 수도 있다. 떠오르는 강국으로 인도를 보고, 중국의 정체된 성장을 보게 될 것이다.

GDP 성장률이 연간 10%를 넘었던 중국의 30년 황금시대는 끝났다. 경기 둔화는 시진핑의 유일한 걱정거리가 아니다. 베이징은 적대적인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 진영과 맞서야 한다.

다음 달 뉴델리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담에서 7대 경제 대국 중 미국, 일본, 독일, 인도, 영국, 프랑스 등 6개국을 시 주석은 마주 보아야 한다.

부동산 문제와 위안화 가치 하락, 수출과 소비 부진을 앓고 있는 중국의 모습을 전 세계에 보여야 한다.

친구를 자처하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것이다. G20 회원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빈살만과 남아공의 라마포사 대통령과 같은 사람들은 중국과 G7 사이에 적당한 선을 유지할 것이다.

시진핑은 여전히 세계 2위 경제 대국이지만 그 위세가 예전과는 사뭇 다른 것을 현장에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워싱턴은 고급 칩 기술이 중국으로 이전되는 것을 금지했다. 최근에는 양자 컴퓨팅, AI 등 기술과 투자 금지 결정을 했다. 이는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최첨단 산업 분야에서 서구에 비해 한 세대, 어쩌면 두 세대 뒤처지게 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반면, 인도의 모디는 중국의 대안으로 우대를 받을 것이다. 사실, 남중국해에서 지중해까지 동아시아, 남아시아, 서아시아를 관통하는 포물선 형태로 중국의 패권을 군사적, 경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규모를 갖춘 유일한 지정학적 국가는 인도다.

인도는 모디 총리의 두 번째 총리 임기 초기인 2020년 6월 중국과 인도의 국경지대인 라다크 동부에서 유혈 충돌이 있었다.

이후 인도는 중국에 강한 거부감을 표출하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세계와 긴밀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미·중 갈등이 고조되자 인도와 태평양에서 자유 진영과 공동으로 중국에 대항할 국가로 부상했다.

중국을 빠져나가는 글로벌 기업과 자본들이 대안 투자 국가로 선택한 곳도 인도이다. 모디 총리는 미국을 국빈 방문한 자리에서 최고의 환대를 받았다. 미국의 주요 기업인들은 모디 총리를 만나 인도에 투자를 약속했다. 이는 과거 중국 지도자들이 미국에서 받았던 환대와 투자 열기에 버금가는 것이었다. 중국은 이제 멀리서 이를 지켜만 보는 신세가 됐다.

IMF에 따르면 2022-2023년 구매력평가(PPP) 기준 인도의 GDP는 1만 3033달러로 중국의 GDP 3만 3014달러보다 훨씬 낮았다. 그러나 인도의 GDP는 중국의 GDP보다 연평균 성장률이 두 배이기 때문에 격차는 점차 줄고 있다. 인도의 GDP가 중국의 GDP를 점차 따라잡고 있다.

중국은 여전히 세계 경제 2위 위상을 가지고 있지만, 성장률이 2~3%대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중진국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말이다.

반면, 인도는 인구 증가, 도시화, 젊은 인구, 저렴한 노동력 등 여러 긍정적 요인에다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춰 첨단 기술 분야에 대한 국내외의 투자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중국이 성장 속도가 떨어지고 자유 진영의 견제를 받는 가운데 인도에 대해 군사적, 경제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면 인도는 자유 진영과 협력을 토대로 지속 성장할 것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글로벌 패권 구도에서 인도는 미국을 지원하는 EU 외 인도·태평양의 주요 축이 될 수도 있다.

이제 시진핑은 각종 국제 행사에서 늦게 도착하고 일찍 떠나야 하는 과거와 달라진 모습을 점차 더 많이 보일 수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