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화웨이가 출시한 신형 스마트폰이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의 규제가 계속되는 가운데 선보인 이 폰이 5G 통신을 지원하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화웨이가 자체 고성능 5G 칩 개발에 성공했다는 주장이 신빙성을 얻고 있다.
30일(이하 현지시간) 더 버지에 따르면 화웨이는 자사의 플래그십급 신형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Mate 60 Pro)를 별다른 행사 없이 29일 조용히 출시하고 중국 내 판매를 시작했다. 하지만 홈페이지의 제품소개에는 탑재된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와 모뎀 종류, 지원 통신 규격 등의 정보가 전혀 표시되지 않아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중국계 IT 매체 기즈모차이나의 언박싱 및 리뷰 영상에 따르면 메이트 60 프로는 정식으로 5G 및 위성 통신을 지원하며, 탑재한 AP는 화웨이의 자체 AP 브랜드 기린(Kirin) 시리즈의 최신 모델로 추정되는 ‘기린 9000s’를 탑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화웨이는 자사의 고급형 스마트폰에는 퀄컴의 고성능 칩을 사용하고 중저가 제품군에는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개발한 자체 개발 칩 기린 시리즈를 탑재했다.
하지만 지난 2019년 미국 정부는 국가 안보 문제를 이유로 자국 기업이 화웨이에 소프트웨어와 장비를 판매하는 것을 금지했다. 이어서 미국 기술을 사용하는 반도체 제조사들이 화웨이와 거래하는 것까지 막았다.
칩 공급이 끊긴 화웨이는 신규 스마트폰 개발과 생산, 출시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특히 그간 기린 시리즈 칩을 위탁 생산하던 TSMC마저 미국의 규제로 신규 생산을 거부하면서 화웨이의 자체 칩 개발은 완전히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번 메이트 60 프로에 신형 기린칩이 탑재되면서 화웨이가 결국 자체 신형 칩 개발은 물론, 생산까지 성공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7월 닛케이 아시아는 중국 내 파운드리 기업 SMIC가 화웨이와 함께 신형 5G 스마트폰 칩을 몇 달 내로 양산할 계획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또 해당 칩은 SMIC가 가진 최고 기술인 7나노미터(㎚, 10억분의 1m) 공정으로 만들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7나노미터 공정은 애플이나 퀄컴 등이 사용하는 AP에 적용된 3~5나노미터 공정에 비하면 약 2세대쯤 뒤처지는 기술이다.
하지만 외신과 전문가들은 제조 공정은 별개로 화웨이가 상당한 성능과 사양을 갖춘 최신 5G 칩 개발에 성공하고, 또 중국 내에서 양산에 성공한 점에 주목한다. 중국 대표 IT기업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은 것뿐 아니라, 중국 반도체 업계도 미국에 의존하지 않고 고밀도·고성능 반도체를 개발하고 생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것.
한편, 화웨이 메이트 60 프로는 2720x1260 해상도의 6.82인치 OLED 디스플레이와 5000만화소, 1200만화소 광각, 4800만화소 망원 카메라로 구성한 3중 카메라 시스템을 갖췄다. 배터리 용량은 5000mAh이며 두께는 8.1㎜, 무게는 225g의 사양을 갖췄다. 가격은 6999위안(약 128만 8000원)이며, 중국 내수용으로만 판매된다.
최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pc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