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통념과 다르게 종이로 만들어진 용기도 환경오염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종이로 된 용기에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코팅 자재 때문이다.
스웨덴 예테보리대 연구진 “종이컵 코팅 자재서 유해 물질 배출 확인”
7일(현지 시간) 과학전문지 포퓰러사이언스에 따르면 종이컵이나 종이빨대 같은 종이 자재 용기의 이 같은 문제점은 융합 학문으로 유명한 스웨덴 예테보리대학의 연구진이 환경 분야 국제학술지 ‘환경오염(Environmental Pollution)’ 최근 호에 공개한 연구논문에서 확인됐다.
이들은 이 논문에서 “음식점 등에서 요즘 사용 빈도가 높아지는 종이컵을 대상으로 환경오염을 일으키는지 연구한 결과 종이컵을 코팅할 때 흔히 사용되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에서 유독성 물질이 배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정식 화학명은 ‘폴리락트산’ 또는 ‘폴리락타이드’이지만 보통 PLA로 불리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주로 옥수수와 감자를 비롯한 발효 식물 전분으로 만들어진다.
통상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4개월 안에 분해가 된다는 이유로 환경친화적인 식품 포장재로 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다. 여기에다 제작 단가가 저렴하다는 이유까지 더해져 식품 용기로 흔히 쓰이고 있다.
생분해 조건 맞추지 못하면 종이 자재 용기도 플라스틱과 차이 없어
스웨덴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통해 종이컵과 플라스틱 컵의 환경오염 가능성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두 제품을 최장 4주 동안 물속이나 침전물에 넣어 물이나 침전물이 어느 정도 오염됐는지를 측정했다.
연구진은 그 결과 둘 사이에 커다란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일반의 예상과 다르게 종이컵에서도 플라스틱 컵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수준의 유독성 물질이 배출됐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의미 있는 것은 생분해된다는 PLA로 코팅된 종이컵이 친환경적이어서 안전할 것이라는 통념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는 점이 드러났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생분해 플라스틱이 물 같은 축축한 환경에 노출될 경우 효과적으로 분해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PLA로 코팅된 종이 용기들이 생분해되는 게 사실이 아니라는 뜻이 아니라, 아무 데서나 분해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본격적인 연구 결과를 통해 확인된 셈이다.
바꿔 말하면 음식점 등에서 나온 종이컵은 물론이고 모양만 다를 뿐 똑같은 자재로 만들어지는 종이빨대까지 포함해 종이로 만든 식품 용기는 사용된 뒤 쓰레기 매립지로 향할 수밖에 없는데 매립지의 환경을 감안하면 종이로 만든 친환경 용기들에서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 대량으로 뿜어져 나오기는 플라스틱 용기와 별 차이가 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전문가들에 따르면 PLA가 생분해되는 조건은 60도의 고온에서 6개월 이상 노출돼 있는 경우로 알려져 있다. 이 조건을 맞추지 못하면 제대로 분해될 수 없기 때문에 플라스틱 용기를 대체하는 의미가 사실상 없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PLA는 페트병을 만들 때 들어가는 PET(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와 외관상 구분이 어려워 분류작업이 쉽지 않고, 두 가지가 섞이면 재활용 가치도 떨어지는 문제까지 안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문제와 관련해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지난해 PLA와 관련한 보고서를 내고 “일회용은 어디까지나 일회용일 뿐”이라면서 “일회용을 대체하는 또 다른 일회용품 대신에 재사용이 가능한 용기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