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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수출 증대로 ‘샴페인’ 터트리는 것은 어리석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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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수출 증대로 ‘샴페인’ 터트리는 것은 어리석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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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이터
일본은 2023년 2분기 근래에 보기 드문 최고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면서 풀리지 않던 실타래가 풀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지만, 이런 성장세에 이면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초저금리·엔저가 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저금리, 엔저 원인…경제 성장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일본의 근래 보기 드문 최고 수준의 경제성장률이 경제의 근원적인 문제 해소책이나 정책 등이 도입되어 이루어진 것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특히 현재의 단기적인 경제성장을 이끈 주요 원인이 초저금리와 엔저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은 유례없는 엔저 상황에 빠져 있다. 일본은행은 여타 선진국들이 금리 인상을 하는 가운데서도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긴축이 아닌 기준금리 –0.1%를 유지해 왔다. 이에 따라 엔화 수요가 줄고 가치가 2000년대 이후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국 통화 가치가 하락하게 되면, 그 나라에서 해외로 수출하는 상품의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뜻한다. 이에 따라 해외 소비자들이 일본산 제품을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 자연스럽게 수출액이 늘어나고 GDP 또한 상승하게 된 상황이다.

관광객들의 유입도 마찬가지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입국 규제를 해제했으며, 중국 또한 코로나 셧다운 체제를 종료하고 해외 단체여행 금지 조치를 해제했는데, 엔저로 인해 일본 여행이 저렴해진 상황으로 바뀐 것과 맞물려 다수의 관광객들이 일본으로 유입되고 있다. 일본 관광청에 따르면 지난 6월 현재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70% 이상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초저금리로 인한 엔화 가치 하락, 이에 따른 수출 호조로 이어졌다는 해석이다.

‘반짝 효과’로 인한 파급력은 오히려 마이너스?


결국 이런 요인들로 인해 이어진 성장은 일본 경제에 대한 장밋빛 장기 전망을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엔저 현상이 수출 호조로 이어지지만, 반대로는 수입에 대한 가격이 올라간다는 것을 뜻한다. 자국의 통화가 가치가 없어졌기 때문에 수입에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일본 자국민들은 심각한 인플레이션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2분기 일본의 수입액은 1분기 대비 4.3%나 줄었고, 민간 소비는 0.5%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의 소비가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서 물가는 오르고 있는데 임금이 오르지 않아 내수 소비에 더욱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우리의 임금은 너무 적다. 기업들은 임금을 올려야 한다”며 임금 인상을 촉구했지만 효과는 지지부진하다. 지난 5월의 임금 인상률은 전년 대비 1.8%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990년대 초반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플레와 엔저로 인해 일본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크게 줄었기 때문인데, 2022년 5월~2023년 5월 인플레이션율이라고 할 수 있는 핵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2%로 집계됐다. 임금 인상률 1.8%보다 1.4%나 높다.

코로나19 행동 제한 해제로 여행과 외식 등 서비스 소비는 늘었지만 물가 상승 영향으로 백색가전 등 내구재 소비가 줄어들었다. 기업의 설비투자는 0.03%로 보합 수준에 그쳤으며 주택투자는 1.9%로 집계됐다. 단기적으로는 현재 상황이 긍정적 영향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파격적 통화정책과 임금 인상 권고 등으로는 근원적인 해소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많다. 단순 수출 증가가 아닌, 민간 지출 증가로 수요와 물가가 자연스럽게 오르는 한편 이로 인해 임금이 상승해 다시 수요가 늘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초저금리 정책 또한 이 선순환 구조를 회복하기 위해 실시되고 있는 것인데, 이런 목표 달성 없이 단순 엔저로 인한 수출 증대로 ‘샴페인’을 터트리는 것은 어리석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소수의 수출 대기업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중소기업과 서비스 기업들은 엔저로 경영에 극심한 타격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런 해결책이 도입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데 있다. 임금이 오르지 않고 내수 소비가 지지부진하다는 것은 일본 경제의 큰 산 중 하나인 ‘젊은 구매력과 노동 생산성’이 해소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인해 악화되고 있는 대중국 수출 문제도 해결해야 하며, 이로 인해 촉발된 반일 감정이 중국 대규모 방일 관광객들의 외면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팬데믹 이전 일본 관광업의 수입 중 3분의 1 정도는 중국 관광객들이었으며, 일본 수산물 수입 중 막대한 지분을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이런 문제들이 해소되지 않은 채 엔저로 인한 손실을 서비스, 도·소매품 가격에 전가하게 될 경우 경기 전반에 악영향을 주게 되어 급격한 물가 상승과 소비 감소는 경기 둔화로 직결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제국데이터뱅크는 “일본 GDP에서 가계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이르기 때문에 경기 둔화에 따른 기업들의 실적 저하는 증시에도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며 “엔저로 인한 (원자재) 매입 가격 상승은 다수 기업 도산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수출기업들은 해외 생산 비중을 늘리고 있으나 엔저로 인한 수출 호황은 단기적 효과에 그칠 것으로 보이고, 오히려 일본 국민들의 실질 구매력을 악화시켜 악순환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