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 전쟁은 지정학적 갈등뿐만 아니라 석유 자원의 문제가 걸려있어 매우 중요한 이슈다. 세계 경제 전망에 새로운 위협적 요소를 추가하며, 특히 인플레이션 추세와 글로벌 물가 상승에 대한 중앙은행의 대응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하마스 전사들이 가자지구를 침공하고 이스라엘이 무력으로 대응하자 수백 명이 사망하는 전쟁 양상으로 전개되어 우크라이나 전쟁에 더해 세계적인 불안정성을 더 자극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의 총책임자인 어거스틴 카르스텐스는 원유와 주식시장이 즉각적 반응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그 양상이 어떻게 전개될지를 말하기에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그는 고물가, 고금리라는 새로운 시대에 직면한 상황에서 석유 에너지 주요 생산지역에서 전쟁이 확대될 경우 에너지 파동으로 전 세계 경제는 치명적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보았다.
하지만, 미국과 이스라엘, 나머지 중동 지역 국가들이 현재의 어려운 세계 질서를 감안해 성숙한 대응을 하게 된다면 파장은 최소화될 수도 있다.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전망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은 세계 경제에 다양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선, 유가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 주요 석유 보유국은 아니지만, 전쟁이 주요 산유국으로 확산될 경우 엄청난 후유증을 초래할 수 있다.
당장 석유 생산이나 공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주요 석유 생산 및 수출 지역과 인접해 있어 전쟁 과정에 시설들이 파괴될 수 있다.
이스라엘은 하루에 약 30만 배럴의 생산 능력을 갖춘 두 개의 정유 공장을 보유하고 있지만 석유는 생산되지 않으며, 팔레스타인 영토도 석유를 생산하지 않는다. 이 두 나라만의 전쟁으로 유가에는 영향이 크지 않다.
하지만, 전쟁이 미국과 이란, 그리고 다른 세력들이 직접 개입하는 쪽으로 확대되면 석유 파동이 발생할 수 있다. 누구도 이를 원하지 않지만 유가가 크게 변동할 수 있고, 공급과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자명하다.
전쟁이 발발하자 유가는 일단 급등했다. 이는 전쟁으로 인해 석유 공급이 불안정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전쟁이 장기화되지 않는다면 유가가 중장기적으로는 안정될 수 있을 것이다. 유가는 전쟁의 지속 기간, 강도, 지역 확산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중동은 세계 석유의 주요 공급처다. 전쟁으로 석유 생산량이 감소하거나 공급이 불안정해지면 유가가 상승할 수 있다. 이는 인플레이션을 더욱 자극할 수 있고, 전쟁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 고금리에 기업의 활동이 위축되고, 투자와 소비가 줄어 세계 경제의 성장이 둔화될 수 있다.
또한, 금융 불안정을 초래해 주식시장 급락과 채권 수익률의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안전자산인 채권으로 눈을 돌려 높은 수익률을 감안해 채권 수요가 늘어날 수도 있다.
연준은 일단 이 분쟁이 유가 상승 위험을 초래하고 인플레이션과 성장 전망 모두에 위험을 초래한다며, 결국 유가 상승이나 성장 둔화 중 어느 것에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할지 판단해 금리 방향과 폭을 결정할 것이다.
연준 관계자들은 에너지 가격의 변동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을 지켜볼 것이며, 전쟁이라는 예상치 못한 외부 충격에 미국 경제가 다시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할 것이다. 전쟁으로 감산이나 생산시설 파괴로 생산이 중단될지, 유가 급등이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은 아직 상황을 누구도 확실히 알 수 없다.
연준이 유가가 상승해 고물가에 따른 고금리로 갈지, 긴축에 따른 불황을 우려해 유동성을 풀지, 금리를 동결할지 등의 결정도 향후 전쟁 양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전쟁이 단기간에 종료되고 주요 산유국으로 전쟁이 확산되지 않으면, 연준은 금리 인상 계획을 그대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전쟁으로 인해 유가가 상승할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될 수 있기 때문에,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전쟁이 길어지고 주요 산유국으로 확산될 경우, 금리 인상 계획을 연기하거나 중단할 가능성이 높다. 전쟁으로 유가가 급등하고 금융 불안정이 커지면 경기 침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은 연준의 금리 인상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요인이다. 우리가 주목할 것은 지금 당장 이스라엘 전쟁이 최대 이슈이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의 정부 부채 문제, 하원의 예산안 처리 문제 등 갈등 이슈가 산재해 있어 어느 한 가지 이슈가 상황을 결정적으로 좌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